좀 심하지 않나
"LH에 사는 애들 보면 어찌나 싹수가 없는지... 가난한 동네에 사는 애들은 다 그런 것 같에요."
과거 내 직장동료가 한 얘기다. 자식에게 임대 아파트에 사는 아이들과 친하게 지내지 말라고 하는 현실이다. 아직 아기도 없는 나에게 이런 이야기가 왜 이렇게 가슴 아프게 들리는지 모르겠다. 가난이 죄라는 건 들어봤다. 하지만 아이들은 도대체 무슨 잘못이 있는가. 세상을 뭣같이 만들어놓은 건 어른들이다. 왜 아이들이 이렇게 피해를 봐야 하는지..
심지어 아이들 사이에서도 임대 아파트에 사는 아이에게 별명을 지어서 부르거나 왕따를 시키는 일도 적지 않다고 한다. 아직 세상 물정도 모르는 쪼꼬미들이 왜 건강하지 않은 인식을 가지고 있는가. 다 부모 때문이다. 분명 평소에 얘네들의 부모들은 가난한 사람들을 폄하하거나 무시하는 태도를 습관처럼 취할 것이고 애들은 고스란히 따라 한 것일 테다.
근데 난 그들이 좀 같잖게 느껴진다. 빈부격차가 하늘과 땅 격인 서울에서 이런 현상들이 일어난다면 하나의 사회현상으로 치부하면 될 텐데 양산과 김해 같은 지방에서도 이 같은 현상이 벌어진다는 것이다. 돈이 뭐 10억 100억 있는 사람들도 아닌 것들이 부자 행세를 하는 것도 모자라서 임대 아파트 거주민을 무시하고 차별한다는 것이 꼴사납다. 같은 서민들끼리 이러는 건 자폭이다. 어정쩡하게 번 사람들은 인격도 어정쩡할 수밖에 없는 건가.
자식 낳기가 무섭다. 가지고 있는 돈이 아이의 뒷배경이 된다면 우리 부부도 걱정될 수밖에 없다. 물론 우리야 남들이 가난하다고 놀려도 침 한번 뱉고 무시할 수 있는 경지에 있지만 아이들이 저딴 소리를 듣는다면 마음이 몹시 아파 견딜 수 없을 것 같다. 이렇게 무자비하고 차가운 세상을 과연 아이가 살아갈 가치가 있을까 싶다.
"후... 빨리 이사를 가야겠어."
"응? 너희 아직 거기 산지 얼마 안 되지 않았냐?"
"응. 근데 여기 좀 가난한 아파트 단지라서 그런지 사람들이 몰상식하고 개념이 없어서 너무 스트레스 받아. 밤마다 고성 지르고 쓰레기 아무 데나 버리고 계단에서 담배 피우고... 죽겠다."
최근 1억 4천 짜리 아파트에 사는 친구를 만나 한 얘기다. 1억 4천 짜리 아파트 단지도 이제 가난한 동네 취급을 당해야 함에 놀랐다. 그리고 내가 지난 3년 동안 사회복지사 일을 해보고 깨달은 것이 있다. 돈 없는 사람은 나쁜 사람 되기 쉽다. 가난이 죄가 되는 세상에서 그들이 가질 정신적 여유가 있을까. 그들은 안 그래도 가진 것이 없으니 손해 보지 않으려 예민해야 되고 가진 것을 지키려 치사해야 한다. 먹고사는 데에 급급해 주위를 둘러볼 재간이 없다.
그렇다고 그들보다 돈 많은 사람들은 가난한 사람들을 한없이 이해해 주고 돌봐줘야 할까. 그것도 아니라고 본다. 다만, 최소한 빈부의 격차가 인간의 계급을 만들지 않도록 정부가 힘써줘야 한다고 본다.
이렇게 주장하면서도... 내 아이가 저딴 차별을 받지 않도록 돈을 많이 벌어야겠단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