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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고르 Apr 13. 2022

대한민국 청년들은 몹시 불행하다

기약없이 존버하는 삶

'Day dream'이란 단어를 아는가? 한국어로 해석하자면 '마음에 콩밭에 가있다'다. 내 주위 친구들을 보면 직장은 지옥이라고들 한다. 어렵사리 취직한 곳이지만 월급 때문에 다니는 거지 행복하지는 않다고 말한다. 일이 재밌지 않으니 근무를 하면서도 마음은 콩밭에 가있다. 껍데기만 사무실에 있고 영혼은 딴 곳에 머무는 것이다.


문제는 하루가 직장으로 시작해서 직장으로 끝나는 것이다. 직장으로 인해 말라버린 영혼을 조금이라도 채우려면 퇴근 후에라도 하고 싶은 것들을 해나가야 하는데 그것도 쉽지 않다. 아주 건강한 직장이라 8시간의 근무조건을 맞춰주는 곳이라도 통근시간 1~2시간을 더하면 하루는 금방 가버리고 만다. 어디 그뿐인가. 업무와 인간관계 스트레스가 차오른 상태로 생산적인 일을 할라치면 머리가 팽팽 돌아가지 않는다. 정신적인 여유가 있어야 뭐라도 할 수 있다. 


절망적인 것은 대한민국 20~30대 직장인의 운명은 이 수준에서 드라마틱 하게 바뀌지 않을 것이란 거다. 진정하고 싶은 일을 하자는 염원은 그저 염원으로 끝날 확률이 높다. 확정적이지도 않은 찬란한 미래를 위해 모든 스트레스와 욕구를 참아가며 직장을 다니다 보면 어느새 30대를 지나 40대가 되는 것 같다. 황금 같은 젊은 날들은 결국 '잃어버린 시간'이 되는 것이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무언갈 버리기 힘들어진다. 가진 게 많아질수록 지켜야 할 것도 많아지니 말이다.


현대인의 운명은 겨우 이럴 뿐인걸까. 내가 초등학생 때 배운 '자아실현'이란 단어는 결국 은퇴 후에나 한번 고려할 수 있는 가치인 것일까. 


먹고살기 위해 일하고 마지막까지도 먹고 살기 위한 고민을 끝으로 죽는 운명은 흡사 짐승의 운명과 비슷해 보인다. 난 내가 인간으로 태어난 이유가 분명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돈이란 가치가 나의 '생존'과 가장 관련이 깊은 가치라면, 돈은 짐승으로 치면 '먹이'와 같은 맥락의 가치일 것이다. 그러므로 인간은 돈, 즉 먹이보다 더 의미 있는 가치를 중요시해야 짐승보다 더 우위에 있다는 주장에 힘을 실을 수 있을 것이다.


다시 '노동'이라는 가치에 대해 얘기해 보자. 나는 현대보다 과거의 노동이라는 가치가 훨씬 더 인간적이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자급자족을 했던 때를 상상해 보자. 그들은 자신들이 먹을 것들을 직접 길렀다. 자신이 행한 노동으로 인해 만들어진 작물들이 본인의 생존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쳤으니 적어도 지금의 노동보단 훨씬 더 보람있었을 걸로 예상된다. 현재 우리가 노동으로 만들어낸 이익은 대부분 사업주의 입으로 다 들어간다. 우린 우리가 일하는 만큼 월급을 받는다고 '착각'한다. 하지만 그게 아니다. 우린 자본가를 위해 일하는 것이다.


자급자족 시대의 노동은 공동체적으로 이루어졌다. 그들은 이웃들과 동고동락하는 삶을 살았으니 적어도 지금보다 더 인간적인 삶의 방식이었을 게다. 함께 노력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는 사회체제였으니 관계의 끈은 굵었을 것이다. 더불어 살아가고 약자에게 관심을 가질 수 있는 환경이었을 거란 거다. 물론 공동체주의를 완전히 긍정적으로 보는 건 아니지만 외로운 현대인의 자화상을 보면 개인주의와 이기주의 또한 긍정적으로 볼 수만은 없다.


뭔가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소수만 행복할 수 있는 사회다. 자본주의 레이스에서 벗어나기위해 끝없이 노력하는 사람을 제외하곤 경제적 자유가 있는 소수의 사람만이 행복할 수 있는 시대인 것 같다. 나와 같은 20~30대의 청년들이 살아가기엔 몹시 희망적이지 않다. 힘들어하고 있는 청년에게 뛰어가서 '그냥 너의 인생을 살아'라고 말하기엔 나도 아직 대중에 너무 파묻힌 사람이다.


최근 새로운 대통령이 뽑혔다. 어른들은 세상은 잘 변하지 않는다고들 한다. 하지만 역사책을 펼쳐보면 수많은 혁명과 민주화를 이룬 흔적이 있다. 비록 내가 원하는 후보가 대통령이 되지 않았지만 새 대통령이 청년들이 조금이라도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주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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