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뎌 주말농장
창녕에서도 번화가인 창녕읍에서 조금만 운전을 해서 가니 바로 논과 밭이 있는 시골 풍경이 이어진다. 도시에서만 자라온 우리로선 도심에서 1분만 가도 이런 촌구석이 나온다는 게 신기했다. 이곳에 오니 뭐랄까.. 우리가 3월 말에 귀촌한다는 것이 피부에 와닿는 것 같았다. 오늘 이곳에 온 이유는 주말농장 텃밭을 계약하기 위해서다.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저희 도착했습니다!"
"아아 네! 거기서 조금만 기다리세요."
잠시 후
"안녕하세요~ 일단 안으로 들어가시죠."
"네네!"
"사실 뭐.. 우리가 돈을 벌려고 밭을 임대해 주는 건 아니에요. 놀고 있는 땅이 있는데 그냥 놀리기가 아까워서요. 근데 또 그냥 무료로 분양하자니 사람들이 책임감도 없이 밭을 방치하거나 할 것 같고..."
"그렇군요"
"농사에 필요한 기구는 요 밑에 다 있고요, 밭 근처에 수도도 다 있으니까 편하게 텃밭 가꾸실 수 있을 거예요."
임대 면적은 10평, 1년에 6만 원. 겨우 한 달에 5천 원꼴이다. 10평이라서 어쩌면 작다고 할 수 있지만 6만 원이란 비용은 정말 거저라고 생각한다. 밭은 3월 30일에 이사할 창녕 집에서 차로 겨우 5분 거리. 주말농장은 집으로부터 거리가 참 중요하다는데 거짓말같이 이런 텃밭을 계약할 기회가 우리 앞에 딱! 나타나다니. 귀촌의 시작이 가히 순조롭다.
텃밭 가꾸기는 우리에게 여러모로 좋은 기회가 될 것 같다. 다가올 미래에 귀농을 할 생각은 전혀 없지만 촌에 살면서 텃밭 하나 가꾸지 못한다면 귀촌인으로서 좀 아쉽지 않겠나. 그리고 텃밭가꿈은 우리의 귀촌 스토리를 더 풍성하게 해줄 것이다.
나는 지금 허리가 아작나서 텃밭은 아내에게 전적으로 맡길 생각이다. 아내는 자연을 대할 때에 특히 본연의 모습이 나타나는데, 그 순수한 표정과 행동들을 내 비싼 카메라에 하나씩 담아보련다. 아내의 인스타가 곧 초록색 사진으로 도배가 되겠군. 팔로워가 벌써 1천 명이 넘었던데.. 귀촌 스토리로 인스타가 좀 더 성장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그나저나 작물을 심으면 양이 어마어마하게 나온다는데.. 좀 대비를 해야겠다. 이사하자마자 본격적으로 채소로 만들 수 있는 요리를 연습할 생각이다. 아직 이웃도 없어서 상추나 당근 같은 것들 대량으로 수확하면 줄 사람도 없는데. 이거 강제로 채식주의자 되게 생겼다. 김칫국 마시는 건가. 농사 망할 수도 있는데.
곧 창녕으로 이사를 한 뒤에 에세이식 글 말고 귀촌 스토리로 더 자주 구독자님들을 찾아뵐 생각이다.
기대해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