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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anke Nov 21. 2021

영화 마케팅, 굿즈 마케팅?

굿즈 없는 흥행은 없다? 


최근 개봉한 영화 <이터널스>는 현재 어느 때보다도 다양한 굿즈를 선보이고 있다. 개봉 1주차에 증정했던 북마크, 특별 포스터와 렌티큘러 포스터, 2주차의 필름 마크, 오리지널 티켓, 아트 카드, 그리고 3주차에는 인물별 미니 포스터 세트와 액션 필름 카드 증정 이벤트를 추가로 진행하기까지. 굿즈를 파는 건지 영화 티켓을 파는 것인지 이제는 알 수가 없을 지경이다.


왼쪽부터 <이터널스> 관람객 대상으로 증정했던 메가박스 오리지널 티켓, CGV 한정 포스터, CGV 필름마크.


멀티플렉스들은 언제나 특별한 굿즈 마케팅으로 관객들의 마음을 훔쳐 왔으며 그런 이벤트들 중에서도 아이맥스나 돌비 시네마 예약자를 위한 특별 굿즈와 일반 굿즈를 분리하는 일은 꽤 자주 있었던 일이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지 이렇게 관람 날짜별로 차이를 둔 채, 무려 세 종류의 굿즈를 기간에 따라 다르게 증정하는 식의 행사가 꽤나 자주 등장하기 시작했다. 굿즈를 모으기 위해 영화 팬들은 매주 같은 영화를 보며, 심지어는 영화관별로 관람하는 케이스도 늘어나고 있다. 사람들이 보다 영화관을 많이 찾게 되면서 주목받은 <이터널스>의 굿즈 이벤트 전에도 이런 식의 행사는 꾸준히 있어 왔다. 마블의 또 다른 작품인 <블랙 위도우>를 한 번 살펴보자.


왼쪽 위부터 <블랙 위도우> 관람객 대상으로 증정했던 CGV 골든 티켓. 왼쪽 아래부터 메가박스 오리지널 티켓, 멀티플렉스별 포스터/3주차 굿즈 증정 내역 정리 이미지.


마블 코리아는 맨 앞의 이미지처럼 굿즈에 대한 정보를 정리해 공식 인스타그램에 업로드했다. 이 외에도 다회차 관람을 인증하고 SNS에 올려 이벤트에 참여하면 추가 굿즈를 증정하는 식의 이벤트도 꾸준히 있었다. 마블의 또다른 작품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 역시 이와 흡사한 목록으로 굿즈 이벤트를 진행했다. 마블 팬들과 영화 팬들은 분명 열광하며 굿즈를 모았지만, 이렇게 반복적으로 진행되는 N회차 관람에 대한 암묵적 요구는 결국 팬들을 지치게 만들기도 했다.


이런 마케팅은 코로나 시국이 길어지면서 오프닝 스코어보다는 얼마나 오래 관객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해졌기 때문에 일어난 변화인 것일까? 100명의 관객이 한 번씩 영화를 보는 것이나 50명의 관객이 두 번씩 영화를 보는 것이나 수익 면에서 차이가 없다는 계산이 깔린 마케팅인 것일까?  실제로 유명 영화 커뮤니티에는 멀티플렉스별 굿즈 현황을 공유하는 게시글이 올라오고, SNS마다 굿즈 수령 인증이 넘쳐난다. 영화 팬들의 '덕심'을 제대로 저격하는 '한정판' 인데다 영화의 특징을 기가 막히게 살려내는 디자인이기까지 하니 팬이라면 굿즈를 놓치기에는 아쉬울 것이다.


하지만 이런 관심이 꼭 긍정적인 방향으로만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모 중고거래 어플리케이션에서는 각종 영화 굿즈가 올라오는 것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영화를 보면 무료로 받을 수 있는 해당 굿즈들은 대부분 만 원 이상의 가격대에 활발하게 거래되고 있으며, 조금 인기 있는 디자인일 경우에는 4, 5만원에 거래되는 일 역시 드물지 않다. 본래라면 이득을 보아서는 안 될 사람들이 차익을 얻고 있는 셈이다. 심지어는 해당 굿즈들을 대리수령해 준다는 글도 SNS 상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이런 소위 '되팔이'들은 영화 티켓을 구매해서 전부 관람하지 않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팔린 티켓 수에 비해 관객 수는 살짝 모자랄 수밖에 없다. 이것이 정말로 바람직한 현상일까?


왼쪽부터 당근마켓에 올라온 <이터널스> 굿즈 일괄 판매 글, 번개장터에 올라온 <007 노 타임 투 다이> 굿즈 일괄 판매 글.


단순 선착순 굿즈 증정이 흔했던 시기에는 이 정도로 중고 거래 혹은 대리수령이 흔하지 않았다. 이런 현상은 N회차 관람객을 끌어모으기 위해 멀티플렉스들이 주차별로 굿즈에 차등을 두며 여러 종류의 굿즈를 만들어낸 대신 그 수량을 줄이면서 벌어진 것이다. 티켓 판매량은 확실히 늘었을 테니, 판매량 증대라는 마케팅의 1차적인 목표에는 성공한 셈이다. 하지만 실제 굿즈를 기획, 제작한 멀티플렉스 대신 다른 사람들이 또다른 이익을 창출하고 있으니 이 마케팅에는 분명한 오류가 존재하는 셈이다. 


무엇보다도 멀티플렉스와 제작사, 홍보사 모두 지금 정말로 판매해야 하는 대상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겠다. 굿즈는 본래 영화에 대한 기억을 더 오래, 좋게 간직할 수 있도록 해 주기에 그 수요가 있는 물건이다. 제대로 관람에 쓰이지 못하고 버려지는 티켓도 판매자 입장에서는 그저 똑같은 수익일지 모르겠으나, 영화를 본 사람이 없다면 그 티켓에 무슨 가치가 있을까. 굿즈를 얻기 위해 영화를 관람하는 작금의 현상은 분명히 무엇인가 잘못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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