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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나온 시간들 Nov 10. 2023

개미 나라에서(동화)

“서연아, 날씨가 따뜻해져서 그런지 곤충들이 엄청 많아졌어.”

“어, 그러네, 오늘 우리 실컷 놀까?”

“너무 좋지, 나야 곤충들과 놀면 행복 바이러스가 막 솟아나거든.”

“민용아, 너 숙제 안 해도 돼?”

“아빠가 놀 땐 실컷 놀고, 공부할 땐 열심히 공부하라고 하셨어. 우리 아빠는 공부 그다지 신경 쓰지 않으셔. 건강하면 된다고 하시거든.”

“와, 너무 잘 됐다. 나도 오늘은 실컷 놀 수 있어. 엄마가 지난번 시험 잘 보았다고 오늘은 마음껏 놀라고 했거든.”

“그래? 그럼 나 따라와 봐. 내가 신기한 거 보여줄게.”

민용이는 서연이를 데리고 어디론가 향했다. 그들이 도착한 곳은 개미들이 많이 살고 있는 곳이었다. 

“와, 여기 진짜 개미 많다!”

“이곳이 개미들 집인 것 같아. 가끔 여왕개미도 보이거든.”

“진짜 신기하다. 이렇게 개미가 많은 곳은 처음이야.”

“여기가 개미 왕국이라고 할 수 있지.”

민용이와 서연이가 정신없이 놀던 중 하늘이 어두컴컴해지기 시작했다. 

“민용아, 하늘이 너무 깜깜해지고 있어!”

“어, 정말이네. 무슨 일이 있으려나?”

그러던 중 갑자기 천둥 번개가 치기 시작했다. 민용이와 서연이는 너무 두려워 어떻게 해야 할지 망설이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민용이와 서연이가 서 있던 곳으로 엄청난 천둥소리가 나더니 번개가 번쩍했다. 민용이와 서연이는 너무 놀라 자신들도 모르게 땅에 엎드려 버렸다. 번개가 끝나고 고개를 들어오니 그들 눈앞에 이상한 문이 나타났다.

“서연아, 저거 좀 봐. 이상한 문이 있어!”

민용이의 말에 고개를 든 서연이도 신기한 문을 발견했다.

“어, 저게 뭐지. 좀 전에는 없었던 거잖아.”

“그러게. 진짜 신기하네. 한 번 문을 열어보자.”

“괜찮을까? 이상한 곳으로 가는 거 아닐까?”

“위험해 보이지는 않아. 내가 열어볼게.”

민용이는 망설이지 않고 신비롭게 생긴 문을 열었다. 서연이는 민용이 뒤에서 문이 열리는 것을 지켜보았다.

“아니, 세상에 이럴 수가!”

민용이가 문을 연 그 안쪽은 개미들의 세상이었다. 그런데 개미들이 민용이와 서연이 정도의 크기였다. 

“이게 어떻게 된 거지?”

서연이가 민용이를 보며 놀라 물었다. 

“아까 우리 근처에 번개가 번쩍하더니 그것 때문에 우리가 작아진 것 같아!”

“아니, 그럴 수 있을까? 그게 진짜 가능할까?”

“나도 몰라. 하지만 우리나 개미들이나 비슷하잖아. 어, 잠깐 개미 한 마리가 우리에게 오고 있어.”

“어, 진짜네. 이를 어쩌지?”

민용이가 말한 대로 개미 한 마리가 그들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손에는 무언가를 들고 있었는데 아마도 무기 같았다.

민용이와 서연이에게 다가온 개미가 말했다.

“야, 니네들 뭐야?”

민용이와 서연이는 자신들의 귀를 의심했다. 개미가 말하는 것을 알아들을 수 있었던 것이었다.

“서연아, 너도 들었어? 저 개미가 한 말을?”

“응, 나도 들었어. 개미가 우리한테 말을 했어.”

“개미가 우리 말을 하는 거야? 아니면 우리가 개미 말을 알아듣는 거야?”

“나도 모르겠어.”

그때 개미가 다시 물었다.

“야, 니네들 어디서 왔어? 손에 아무것도 없는 거 보니 적은 아닌 것 같군.”

민용이가 용기를 내서 답했다.

“나는 민용이고, 얘는 서연이야. 번개가 번쩍 치더니 문이 생겼어. 방금 문을 열고 들어온 거야.”

“그래? 문이 열린 것을 보면 나쁜 애들은 아니로군! 나는 병정이라고 한다. 개미 나라를 지키고 있지.”

“아, 그래? 손이 들고 있는 것이 무기로구나.”

“그렇지. 문이 있는 곳을 돌아다니며 무슨 일이 없는지 확인하는 중이었거든.”

“그렇구나. 어쨌든 반가워.”

서연이가 병정이에게 손을 내밀었다. 병정이도 얼떨결에 서연이와 악수를 했다. 

“가만히 보니 너희들 착해 보이는데 우리 친하게 지내보자.”

병정이가 민용이와 서연이에게 미소를 보내며 활짝 웃었다.

“일단 나를 따라와. 여왕개미에게 너희들이 왔다고 보고를 해야 하니까.”

병정이는 앞장서서 걸어갔다. 민용이와 서연이도 아직은 적응이 되지 않았지만, 병정이가 왠지 믿음직스러워서 그 뒤를 따라갔다.

  민용이와 서연이는 병정이가 안내해 준 곳에 도착해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들은 자신들의 눈을 믿을 수가 없었다. 그곳에는 수천 개의 개미알이 질서정연하게 쌓여 있었다. 

“이곳이 여왕개미가 사는 곳이야. 얼마 있으면 이 알에서 새끼 개미들이 태어날 거야.”

“세상에나, 이렇게 많은 개미알이 있다니, 진짜 믿을 수가 없어.”

“우리는 엄청나게 많은 아기가 태어날 수 있도록 항상 신경 쓰고 있지. 후손들이 많을수록 우리나라는 강한 나라가 되는 것이거든. 나를 따라오도록. 여왕개미가 저 방에 있으니.”

병정이는 민용이와 서연이를 데리고 커다랗고 멋지게 생긴 문을 열고 들어갔다.

여왕개미는 하던 일을 멈추고 민용이와 서연이를 맞이했다.

“너무 착하게 생긴 아이들이네. 어서 와. 개미 나라에 온 것을 환영해!”

여왕개미는 민용이와 서연이에게 친절하게 맞이해 주었다. 

“일품아, 이리로 와. 여기 새로 온 친구들이 있어.”

여왕개미 근처에서 알을 돌보던 일품이가 다가와서 민용이와 서연이에게 인사를 했다.

“병정이는 임무가 있으니 일품이가 얘네들을 잘 안내해 주렴.” 여왕개미가 말했다.

“알겠습니다. 제가 민용이와 서연이에게 여러 곳을 구경시켜주도록 할게요.”

“얘들아, 나는 이제 내 임무를 위해 가야 하니 일품이하고 잘 지내도록 해.”

병정이는 아쉬운 듯 민용이와 서연이에게 인사를 했다.

“아, 그래. 고마워. 이곳에 와서 병정이 너를 처음 만났으니 꼭 기억할게.”

병정이는 악수를 한 후 자기가 일해야 할 곳으로 향했다. 

“얘들아. 나를 따라오렴.”

  일품이는 민용이와 서연이에게 개미 나라의 여러 곳을 보여주려고 힘차게 걸어갔다. 민용이와 서연이는 일품이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개미 나라를 구경하기 시작했다. 개미들은 질서 정연하게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을 맡아 열심히 하고 있었다. 특별히 누가 감독을 하는 것도 아니었지만, 최선을 다해 일하고 있었다. 수많은 개미가 끊임없이 자신들의 할 일을 하면서도 불평불만 하는 개미는 하나도 없었다.

  일품이의 안내로 정신없이 돌아다니다 보니 어느새 해가 서서히 지기 시작했다. 민용이와 서연이는 하루종일 걸어 다녀서 그런지 다리도 아프고 몸도 힘들어지기 시작했다. 일품이도 처음에는 의욕적으로 앞장서 걸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일품이의 행동이 점점 느려져 갔다. 

“일품아, 너도 많이 힘들지?”

“응, 좀 그러네. 새벽부터 일하기 시작했는데 종일 여기저기 다니다 보니 이제는 몸이 잘 말을 듣지 않네.”

“여기서 좀 쉬었다가 가자.”

“그럴까? 저쪽이 더 경치가 좋을 거야.”

일품이가 가리킨 곳은 석양이 잘 보이는 커다란 바위였다. 하지만 그곳에 가려면 조그만 비탈길을 올라가야만 했다.

“일품아, 너 다리 괜찮겠어?”

“응, 괜찮아. 나 따라와”

일품이가 앞장서 걸어갔다. 그때 갑자기 일품이의 다리가 풀리면서 옆으로 기우뚱했다.

“어, 일품아, 조심해!”

서연이가 말하는 순간 일품이는 그만 비탈길 옆으로 떨어져 버리고 말았다.

민용이와 서연이는 부리나케 일품이가 떨어진 곳을 내려다보았다.

“아, 큰일이다. 어쩌지?”

일품이는 그만 비탈길 아래에 처져 있던 거미줄에 걸려 버리고 말았다. 거미는 개미들이 비탈길에서 헛디뎌 떨어질 것을 미리 알고 있었던 듯, 그 자리에 커다란 거미줄을 쳐놓고 있었던 것이었다.

“민용아. 어떻게 하지? 일품이가 거미줄에 걸렸어.”

“아, 이거 큰일이네. 일단 너는 병정이를 좀 찾아봐. 병정이에게 다른 개미들하고 같이 오라고 하고. 일단 나는 저기로 내려가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는지 살펴볼게.”

“그래, 알겠어. 너도 조심해야 해.”

서연이는 병정이를 찾으러 달려갔다. 민용이는 용기를 내어 비탈길 아래 일품이가 걸려있는 거미줄로 내려갔다. 

  거미줄에는 이미 독거미가 먹잇감이 걸린 것이 기분 좋은 듯 미소를 띠며 입을 헤벌쭉 벌리고 침을 삼키고 있었다. 

“그렇게는 안 되지.” 

민용이는 자신의 주머니 속에 있던 등산용 칼을 꺼내 들었다. 민용이는 산에 갈 때 아빠의 말대로 항상 주머니칼을 가지고 다녔다. 아빠는 산에서 무슨 일이 있을지 모르니 산에 갈 때마다 주머니칼을 챙기라고 했었다. 

  민용이는 재빠르게 주머니칼로 일품이가 걸려있던 거미줄을 끊어가기 시작했다. 민첩한 민용이의 손 솜씨는 독거미가 다가오기도 전에 거미줄을 전부 끊어 버렸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독거미는 어이가 없는지 멍하니 바라만 보고 있었다. 이 틈에 재빠르게 민용이는 일품이를 거미줄에서 꺼내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켰다. 

“아, 다행이다. 일품아, 괜찮아?”

“민용아, 정말 고마워. 네가 내 생명을 구해주었구나.”

일품이는 눈물을 흘리며 민용이의 손을 잡았다. 그때 서연이가 병정이와 다른 개미들을 데리고 민용이와 일품이가 있는 곳에 도착했다. 

“아니, 이게 어떻게 된 거지?”

병정이는 일품이가 구조된 것을 보니 너무 놀라 물었다.

“민용아, 너 혼자 일품이를 구한 거야? 대단하다!”

“응. 내 주머니에 등산용 칼이 있었어. 그것으로 거미줄을 잽싸게 끊어버렸지.”
 “와, 엄청난데.”

병정이를 비롯해 서영이와 함께 온 개미들은 환호성을 지르면 만세를 불렀다. 

  민용이가 거미줄에 걸린 일품이를 구해주었다는 소식은 금방 온 개미 나라에 퍼졌다. 그리고 민용이는 영웅이 되어버렸다. 여왕개미는 이 소식을 듣고 평소 아끼던 일품이를 구해준 민용이에게 칭찬과 더불어 커다란 상을 내렸다.

  민용이와 서연이는 여왕개미가 머무는 근처에 있는 멋진 방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식탁에는 평소에 못 보던 여러 가지 음식이 놓여 있었다. 민용이와 서연이는 하루종일 구경하느라 배가 고팠는지 식탁에 있던 음식을 마음껏 먹었다. 실컷 먹고 난 민용이와 서연이는 피곤했는지 금방 잠이 들어버렸다. 

  정신없이 자던 중, 새벽녘에 어디선가 커다랗고 급한 소리가 들렸다. 이윽고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나더니 일품이가 민용이와 서연이가 머무는 방으로 뛰어 들어왔다. 

“얘들아, 큰일 났어.”

눈을 부스스 뜨며 일어나던 민용이와 서연이는 무슨 일인가 싶었다. 

“홍수야! 지금 커다란 비가 내려서 개미 나라에 물이 들어오고 있어.”

“아니 뭐라고, 홍수라고?”

민용이와 서연이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일품이를 따라 밖으로 나갔다. 

  밖은 난리가 난 듯 수많이 개미들이 우왕좌왕하고 있었다. 여왕개미는 개미알들이 걱정되는지 눈물을 흘리며 개미알들을 보고 있었다.

“어떻게 하지, 금방 태어날 아이들인데.”

민용이와 서연이는 울고 있는 여왕개미를 보자 마음이 아팠다. 

“어서 저 개미알들을 옮겨야 해요. 안 그러면 다 물에 잠겨요.”

민용이가 민첩하게 움직이며 말을 했다. 

“맞아요. 최대한 빨리 옮겨야 해요. 병정이와 다른 개미들을 빨리 불러야 해요.”

“내가 가서 병정이를 데려올게.”

일품이가 말을 하더니 재빠르게 뛰어갔다. 이윽고 병정이와 수많은 개미가 몰려왔다. 민용이와 서연이는 벌써 개미알들을 나르고 있었다.

“어서 옮겨야 해. 최대한 빨리.”

“알겠어, 얘들아, 빨리 움직여!”

병정이는 베테랑답게 수많은 개미를 지휘하며 개미알들을 옮기기 시작했다. 수많은 개미들은 질서정연하게 빠른 움직임으로 개미알들을 물이 들어오지 않는 높은 곳으로 옮겨 나갔다. 얼마후 그 많던 개미알들은 안전하게 높은 곳으로 모두 옮겨졌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여왕개미는 크게 감격하며 눈물을 쏟았다.

“다 너희들 덕분이야. 높은 곳으로 빨리 옮길 수 있어서 개미알을 모두 구할 수 있었어. 정말 고마워.”

여왕개미의 말이 끝나자, 일품이와 병정이를 비롯한 수많은 개미가 손뼉을 치며 좋아했다.

“얘들아, 우리 파티를 열도록 하자!”

여왕개미의 제안에 모두 환호성을 질렀다. 

  그러는 사이 개미알이 이상하게 조금씩 흔들리더니 금이 가면서 새끼 개미들이 태어나기 시작했다. 민용이와 서연이는 자신들의 눈을 믿을 수가 없었다. 잠시 후 수많은 새끼 개미들이 개미알에서 태어났다. 그곳에 있던 여왕개미를 비롯한 모든 개미가 환호성을 질렀다. 민용이와 서연이도 너무 기쁜 나머지 서로 손을 잡고 만세를 불렀다.

  그때 갑자기 하늘이 어두컴컴해지더니 어디선가 천둥소리가 들리고 번개가 치기 시작했다. 이윽고 민용이와 서연이가 있던 곳 근처에서 번개가 번쩍했다. 모두 겁에 질렸는지 땅에 엎드려버렸다. 잠시 후 민용이와 서연이가 고개를 들어보니 모든 것이 사라진 채 자신들의 뒤에는 전에 보았던 문이 있었다. 

  민용이가 문에 다가가 손잡이를 잡으려는 순간 서연이가 말렸다.

“우리 이제는 우리가 있는 곳으로 가야지.”

민용이가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맞아, 우리가 있던 곳으로 가야겠지.”

민용이는 자신이 잡고 있던 문고리에서 손을 놓고 서연이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그들은 집을 향하여 산에서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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