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얼마나 여유를 가지며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주위를 돌아보고 나 자신을 돌아볼 여유도 없이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살고는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곤에 지쳐 더 중요한 것들을 잃고 있지는 않는 것일까?
영국 웨일스 출신의 윌리엄 헨리 데이비스는 1871년 태어났는데, 그가 3살 때 아버지는 사망한다. 그다음 해 그의 어머니가 다른 남자와 재혼하는 바람에 그는 할아버지 밑에서 어린 시절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15살에 공장에서 노동을 시작했으나 적응을 하지 못해 방랑을 하기 시작했다. 영국과 미국을 오가며 가축 이송 노동으로 끼니를 때웠다. 일이 없을 때는 미국이나 영국 등지에서 구걸을 하며 부랑자 생활을 했다. 그러던 중 캐나다에서 화물열차 사고로 한쪽 다리를 절단하게 된다.
노동을 더 이상 할 수 없기에 종이에 시를 써서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시를 팔아 생계를 유지했다. 그런 시들을 모아 1905년 “영혼의 파괴자”라는 시집을 냈고, 1908년 “방랑자의 자서전”이라는 책을 쓴다. 그리고 그는 웨일스 출신의 가장 유명한 시인이 된다. 그의 시 중에 “가던 길 멈춰 서서”란 시가 있다.
<가던 길 멈춰 서서>
근심에 가득 차, 가던 길 멈춰 서서
잠시 주위를 바라볼 틈도 없다면 얼마나 슬픈 인생일까?
나무 아래 서 있는 양이나 젖소처럼
한가로이 오랫동안 바라볼 틈도 없다면
숲을 지날 때 다람쥐가 풀숲에
개암 감추는 것을 바라볼 틈도 없다면
햇빛 눈부신 한낮, 밤하늘처럼
별들 반짝이는 강물을 바라볼 틈도 없다면
아름다운 여인의 눈길과 발
또 그 발이 춤추는 맵시를 바라볼 틈도 없다면
눈가에서 시작한 그녀의 미소가
입술로 번지는 것을 기다릴 틈도 없다면
그런 인생은 불쌍한 인생, 근심으로 가득 차
가던 길 멈춰 서서 잠시 주위를 바라볼 틈도 없다면
근심 없이 살아가는 사람이 있을까? 근심이 있고 마음이 아파도 하루에 한 번쯤이라도 푸른 하늘을 바라보는 것은 어떨까? 지구 상에 사는 모든 생명체 중에 인간이 가장 바쁘게 살고 있는 것 같다. 다른 생명체들은 모두 여유를 가지고 살아가고 있는데, 우리들은 1년 365일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강박관념에 빠져 우리의 삶을 즐기고 있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주말에 산 정상에 올라 산 아래를 내려다보면 그 경치는 너무나 아름답다. 집 주변의 계곡에 가서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면 마음마저 상쾌하다. 눈 부신 햇살, 푸르른 나무, 예쁜 꽃들, 석양의 저녁노을, 우리 주변엔 실로 너무나 아름다운 자연들이 있다. 저녁을 먹고 음악을 들을 여유도 없고, 차 한잔 마시며 책을 읽을 여유도 없다면 우리는 무엇을 위해 그렇게 열심히 살고 있는 것일까? 죽음을 향해 달려가기 위해서 열심을 다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데이비스 시처럼, 가던 길 멈춰 서서 주위를 둘러볼 필요가 있다. 나 자신도 둘러보고, 주위의 아름다운 자연도 바라보며, 좋은 사람들을 만나 즐거운 대화를 할 필요도 있다. 우리는 죽기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니다. 열심히 일만 하다가 갑자기 병에 걸려 이 세상을 불현듯 떠나야 할지도 모른다. 그렇게 아무런 여유도 없이 평생을 지내다가 세상을 떠난다면 너무나 억울한 것이 아닐까? 오늘부터라도 하던 일 잠시 멈추고 아름다운 우리 주위를 둘러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