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회 말 투 아웃, 점수는 3점 차이로 패색이 짙었다. 그동안 선발로 나서지 못했던 신인 대타 선수가 패전의 희생양으로 낙점되었다. 타석에 들어서자 눈 깜짝할 사이에 공 5개가 지나갔다. 투 스트라이크 쓰리 볼, 투수는 마지막 공을 던졌다. 신인 타자는 있는 힘을 다해 배트를 휘둘렀다. 공이 배트에 맞은 소리가 유난히 크고 깨끗했다. 아름다운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는 공의 궤적을 모든 사람들이 눈을 떼지 못하고 지켜봤다. 만루 홈런이었다. 3점 차를 뒤집고 승리의 환호성이 터졌다. 모든 선수들은 신인 타자에게 쏜살같이 달려와 등과 머리를 두드리고 온몸에 물을 뿌려주며 그날의 영웅을 환영했다. 그의 인생 최고의 순간이었다.
어떻게 이것이 가능했을까? 충격량 때문이었다. 신인 타자가 마음을 비우고 있는 힘을 다해 휘두른 배트는 투수가 던진 공을 정확하게 배트의 중간에 맞추었다. 그 힘의 크기가 대단히 컸고, 정확하게 공이 맞는 바람에 공과 배트가 함께 할 수 있는 그 순간적인 시간이 상대적으로 길었다. 힘과 시간을 곱한 그 충격량의 크기가 엄청나서 배트에 맞은 공은 그 반발력이 최대치로 나왔다. 그로 인해 배트에서 튕겨져 나가는 공의 초기 속도는 어마어마했고, 그 각도도 45도에 가까웠다. 공이 아무런 문제 없이 외야 담장을 가뿐히 넘었다.
날아오는 야구공의 운동을 바꾸는 것은 바로 이 힘과 시간의 곱인 충격량의 크기에 의해 결정된다. 그 충격량이 클수록 야구공의 운동량 변화가 크기 때문에 홈런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예전에 미국 대학원 시절 학교에 가는 아침 시간에 고속도로에서 교통사고가 났다. 고속도로였기에 내 차의 속력은 110km 정도였고, 정면충돌로 인해 나는 순간적으로 기억을 잃었다. 얼마가 지났는지 전기톱으로 무언가를 자르는 소리에 희미하게 눈이 떠졌다. 내 차 문짝을 잘라 나를 꺼내려는 것 같았다. 내 눈에 띄는 것은 911의 연락을 받고 달려온 빨간 소방 자동차와 흰색 앰뷸런스였다. 나는 그렇게 앰뷸런스에 실려 종합병원 응급실로 이송되었다. 110km의 속력으로 가는 차의 그 힘과 정면충돌로 인해 생긴 그 시간의 곱은 엄청난 충격량을 내 차에 안겨 내 차는 결국 폐차장으로 갈 수밖에 없었고, 나는 한 학기를 쉴 수밖에 없었다.
다음 학기에 다시 학교에 가려고 집을 나섰다. 교통사고가 났던 그 길은 집에서 학교까지 가는 가장 빠른 지름길이었다. 그 길을 따라 다시 운전을 하고 가다가 점점 사고가 났던 지점이 가까워졌다. 갑자기 나의 심장이 벌렁거리면서 운전대를 잡고 있었던 나의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도저히 그 지점을 지나칠 수가 없어서 고속도로를 빠져나와 다른 길로 돌아서 학교에 갔다. 그 이후 나는 그 길을 다시는 운전해서 가지 못했다. 그만큼 그때 받은 충격량은 나의 뇌리에 너무 남아 트라우마로 자리 잡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도 살아가다 보면 많은 일들을 겪는다. 나의 삶의 방향을 완전히 바꾸는 엄청나게 커다란 충격을 주는 일들도 생긴다. 그로 인해 나의 삶은 내가 바라지 않는 쪽으로 흐르게 되기도 한다. 그 충격량을 내가 컨트롤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운명은 나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경우도 많다. 그것이 인간의 삶이고 인생이다. 내가 할 수 없으며 나의 힘으로 되지 않는 것은 그냥 내려놓고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그 충격을 나의 의지로 바꾸지를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나는 그 교통사고에서 죽지 않고 살아남았다. 사고가 나던 순간 나의 머릿속에는 죽음밖에 보이지 않았다. 살아남을 가능성을 1%도 볼 수 없었던 그때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운명이라는 충격을 내가 어찌할 수는 없지만, 내려놓고 받아들이는 것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