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어지는 기차 소리는 희미해져 가지만

by 지나온 시간들


플랫폼에서 기차를 기다리고 있다. 이번에 들어오는 기차는 우리 역에 정차를 하지 않고 지나가는 것이라는 방송이 나온다. 기차가 나에게 다가오면서 기차 소리는 커지기 시작하고, 정차하지 않고 나를 지나 역에서 멀어져 가면 기차 소리는 작아지기 시작한다.


소리가 커진다는 것은 소리라는 파동의 진동수가 증가한다는 것이다. 기차가 나에게 다가올수록 기차 소리의 진동수는 증가하게 되어 크게 들리게 되고, 기차가 나를 지나쳐 멀어져 가면 진동수는 작아져 소리는 작게 들리게 된다.


이렇듯 소리의 원인이 되는 음원과 듣는 사람과의 상대적 운동, 그리고 소리의 크고 작음의 관계를 오스트리아의 도플러가 처음으로 알아내었기에 이를 “도플러 효과”라고 한다.


이 도플러 효과는 우주가 정적인 것이 아닌 동적인 우주라는 것을 알아내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에드윈 허블은 캘리포니아 윌슨 산 천문대에서 당시 세계에서 가장 지름이 큰 망원경으로 외부 은하를 관찰하고 있었다. 이 외부 은하에서 나오는 빛의 파장을 분석해 보니 멀리 있는 은하일수록 파장이 긴 적색 쪽으로 치우치는 현상을 알아낼 수 있었다. 이를 흔히 “적색 편이”라고 하는데, 이를 도플러 효과를 적용하면, 우리에게 멀리 있는 은하일수록 더 빠르게 우리로부터 멀어져 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것이 바로 천문학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발견이라고 하는 “허블의 법칙”이다. 이는 우주가 항상 그 자리에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시간에 따라 팽창하고 있다는 동적 우주론의 가장 중요한 근거가 되어 수천 년을 이어져 내려온 우리의 우주론에 대한 패러다임을 바꾸어 버렸다.


아인슈타인이 1915년 일반상대성이론을 발표했을 때 자신의 “장방정식(Field Equation)”에 의하면 우주는 정지하고 있는 것이 아닌 움직이고 있는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 아인슈타인 스스로도 우주가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을 믿을 수가 없었다. 이에 자신이 유도해 낸 장방정식을 스스로 우주 상수항을 보정하여 우주는 움직이는 것이 아닌 고정되어 있는 것이라고 수정한다.


상대성 이론 발표 후 10여 년이 지나 허블의 법칙을 듣게 된 아인슈타인은 직접 기차를 타고 허블이 있는 윌슨 산 천문대에 방문하여 허블과 함께 그 사실을 확인하고는 기자 회견을 하여 우주 상수항을 첨가한 것은 자신 일생에서 가장 큰 실수였다고 인정을 한다. 그러고 나서 자신의 장방정식에서 다시 우주 상수항을 제거하고 새로운 장방정식으로 우주는 동적이라고 수정하게 된다. 도플러 효과가 간단한 것 같지만, 이렇듯 인류가 우주의 구조를 이해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원리가 되었다.


도플러 효과의 핵심은 음원의 이동과 이것이 나에게 미치는 영향이다. 기차가 나에게 가까이 다가오면 그만큼 나에게 소리가 커지고 멀어져 가면 서서히 작아져 간다는 것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나에게 중요하게 다가오는 사람들이 있다. 그 사람이 나에게 가까이 다가오면 나는 그로 인해 나의 삶이 영향을 많이 받게 된다. 만약 그 사람과 내가 서로 좋아하는 관계였다면 기차 소리의 진동수가 커지듯이 나와 그 사람의 서로 간의 심장 박동은 빨라져 설레임이 커지게 된다. 하지만 나한테 다가왔지만 나를 지나가 버리고 나면 나의 심장박동수는 줄어들어 그렇게 좋았던 설레임도 서서히 줄어들게 된다. 아쉬움이 남을지는 몰라도 어쩔 수 없는 현상이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 그 기억마저 희미해져 간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나로부터 멀어져 가서 지금은 기억에 희미하지만, 그 사람도 나에게 다가올 때는 내 마음의 설렘을 주었던 사람이었다는 사실이다. 그 설렘을 고이 간직할수록 우리의 인생은 아름다운 것인지도 모른다. 시간이 많이 지나 만나본 지 오래되어 기억엔 희미하지만 나에게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아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그 예전에 나에게 가슴 뛰는 설렘을 주었던 사람이었음은 틀림이 없다. 비록 지금은 멀리 떨어져 소식도 알 수 없을지 모르나 그도 나에겐 소중한 친구였던 것이다. 멀어져 가는 기차 소리가 희미해지듯 우리의 우정이나 사랑도 그렇게 희미해져 가고 있지만, 그 추억은 아직도 우리 마음에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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