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활성 기체가 홀로 설 수 있는 이유

by 지나온 시간들

주기율표의 맨 오른쪽 끝에 있는 원소를 비활성 기체라고 한다. 보통 inert gas라 부르지만, noble gas라고 하기도 한다. 여기서 noble 이란 누구한테 기대지 않고 홀로 서 있는 고고한 상태를 뜻한다. 이 원소들은 보통 다른 원소들과 결합하는 것보다는 자기 스스로 홀로 존재하는 것을 선호한다.


비활성 기체가 홀로 존재하기를 선호한다면, 비활성 기체를 제외한 다른 원소들은 홀로 존재하지 않고 다른 원소들과 함께 존재하는 것을 좋아한다. 예를 들어 우리가 매일 마시는 물 같은 것은 수소 두 개와 산소 하나가 결합된 액체이다.


왜 그런 것일까? 에너지적으로 안정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수소 원자 하나가 존재할 때와 수소 원자 두 개가 결합했을 때를 비교해 보면 수소 원자가 두 개 결합한 상태 즉 수소 분자인 경우가 수소 원자 하나로 존재했을 때보다 에너지적으로 훨씬 안정하다. 하지만 비활성 기체는 이와는 반대이다. 다른 원소들과 결합하지 않고 자기 혼자 있을 때가 에너지적으로 더 안정하다.


또 다른 이유도 있다. 반응성이다. 비활성 기체는 반응을 잘하지 않는다. 반응을 잘하지 않는다는 말은 다른 원소들이 비활성 기체 쪽으로 가까이 와도 무관심하다는 뜻이다. 물질의 반응성은 원소의 최외각 전자에 의해 결정된다. 예를 들어 주기율표 맨 왼쪽에 존재하는 원소들은 최외각 전자가 하나 있는데, 이들은 주기율표 맨 오른쪽에서 두 번째에 있는 원소들과 결합하기를 좋아한다. 왜냐하면 그네들은 최외각에 최대로 존재할 수 있는 전자 하나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가장 바깥쪽에 최대로 존재할 수 있는 전자의 수가 부족하거나 남으면 다른 원소들과 쉽게 반응한다.


비활성 기체에는 헬륨, 네온, 아르곤, 크립톤, 제논, 라돈이 있는데 이 원소들의 가장 바깥쪽에는 전자가 모두 꽉 채워져 있다. 즉 전자가 부족하지도 않고, 남지도 않기에 다른 원소들이 가까이 와도 잘 반응하지 않는다.


이러한 이유로 비활성 원소들은 독립적으로 홀로 존재하는 것을 선호한다. 에너지적으로 안정적이며 다른 외부에 잘 반응하지 않기에 오랜 시간이 지나도 다른 원소들과 결합하지 않은 채 자신이 고유한 성질을 지키면서 고고하게 서 있는 것이다.


홀로 존재하는 것이 외롭지는 않을까? 물론 내가 비활성 기체가 되어본 적이 없었기에 나도 모른다. 그저 그것이 자연의 성질일 뿐이다. 하지만, 홀로 존재한다고 해서 꼭 외로우라는 법도 없다. 누군가를 의지해야만 한다면 외로움을 느낄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외로움이란 단어 자체를 모를 수도 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누구나 모두 많은 일들을 겪게 된다.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 모르나, 많은 일들과 사람들을 경험하게 된다. 하지만 그런 많은 일들을 겪으면서도 자신을 지켜가며 안정적으로 살아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조그마한 일에도 불안해하며 어쩔 줄 몰라 매일을 불안정하게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다.


또한 여러 사람을 만나다 보면 좋은 사람도 있는 반면에 그렇지 못한 사람도 있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예민할수록 홀로서기는 힘들어진다. 어떤 사람을 만나고 그 사람과 어떤 일을 겪게 되더라도 무덤덤하게 그러려니 해야 나 자신을 지킬 수 있다. 조그마한 일에 마음 아파하고, 연연한다면 나 스스로 나 자신을 지킬 수가 없다. 다른 사람에 의해 나의 인생이 흔들리거나 많은 영향을 받는다면 그것은 나에게 영향을 미치는 사람의 인생이지 나 자신의 인생이 아니다. 그저 무덤덤하게 무슨 일이 나에게 일어나도 별 반응하지 않고 나만의 세계를 지켜나가야 한다. 비활성 기체를 noble gas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스스로 안정적이고 외부에 의해 잘 반응하지 않기에 혼자서도 고귀하게 우뚝 설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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