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역학은 산업혁명 때 증기기관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집중적으로 연구되기 시작했다. 증기기관은 물에 열을 가해 수증기를 만들고 그 수증기를 이용해서 기계를 돌리기 때문에 열에 대해 많이 알수록 더 좋은 증기기관을 만들 수 있었다.
열역학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 중의 하나가 비열이다. 어떤 물체의 비열을 알면 그 물체에 어느 정도의 열에너지를 가해 필요한 일을 할 수 있는지 금방 계산할 수 있다.
그렇다면 비열이란 무엇일까?
엄밀하게 정의를 하면 마음에 와닿지 않으니 우선 쉽게 생각해 보자.
비열이란 쉽게 말해 어떤 물체의 온도를 높이기 위해 필요한 열량을 말한다. 예를 들어 물과 쇳조각이 각각 100그램이 있다고 하자.
이들 물체를 섭씨 1도 올리려 한다면 어떤 물체가 더 많은 열이 필요할까? 당연히 물이다. 쇠는 열을 가하면 금방 온도가 올라간다. 하지만 물은 좀 더 시간이 걸린다. 따라서 쇳조각 보다 물의 온도를 올리는데 더 많이 열에너지가 필요하므로 물의 비열이 더 큰 것이다.
학문은 정량화가 중요하므로 여기서 비열을 좀 더 엄밀하게 정의하면 비열은 어떤 물질 1그램을 섭씨 1도 올리는데 필요한 열량이다.
쇳조각 즉 철은 0.107이며 물은 1.0이다. 즉 물의 비열이 철보다 무려 10배나 크다. 그만큼 더 많은 열량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우리 주위에서 물보다 비열이 큰 물질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압도적으로 1등이다. 올림픽에서 우리나라 여자 양궁 단체와 똑같다. 비교불가, 언터처블이다. 그나마 나무가 비열이 좀 큰 편인데 0.41이다. 따라올 수가 없다.
비열은 당연히 물질마다 다르다. 물질의 종류가 다르면 당연히 에너지를 저장하는 열적 능력이 다르기 때문이다.
비열을 영어로 표현하면 Specific heat capacity이다. 어떤 물체에 특정된 열용량이란 뜻이다. 여기서 용량, 즉 capacity란 단어가 중요하다. Capacity란 일종의 능력을 말한다. 그 물체가 얼마나 열을 많이 저장할 수 있는지 그 능력이다.
같은 질량이라면 물이 쇳조각보다 10배 많은 열에너지를 흡수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이다. 그로 인해 물의 온도를 올리기가 쇳조각보다 훨씬 힘들게 된다.
흔히 우리 주위에서 조그만 일에도 금방 예민해지면서 쉽게 화를 내는 사람이 있다. 이는 쇳조각과 같은 사람이다.
반면에 주위에 어떤 일이 일어나도 잘 반응하지 않고 웬만해서는 화를 내거나 소리를 지르지 않는 사람이 있다. 물과 비슷한 사람이다. 이 사람은 내면의 용량이 워낙 커서 주위의 모든 것을 다 받아들이고 많은 것을 흡수할 수 있는 사람이다. 포용력이 엄청 큰 사람이라는 뜻이다.
물은 왜 다른 물체에 비해서 비열이 클까?
이해를 돕기 위해 쇳조각을 생각해보자. 쇳조각이 비열이 작은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쇠는 열전달이 너무 쉽게 이루어진다. 왜냐하면 쇳조각, 즉 철의 최외각 전자가 상당히 자유롭게 이동할 수가 있어서 조그만 양의 열만 가해도 그 최외각 전자에 의해 열도 쉽게 이동을 할 수가 있다.
반면에 물은 최외각 전자가 없다. 수소 2개 산소 1개가 전자들을 공유하는 공유결합으로 되어 있어 최외각의 자유 전자 자체가 없다. 또한 이 공유결합은 워낙 단단하게 결합되어 있어 끊어지기에도 너무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게다가 물의 온도가 올라가기 위해서는 물 분자 자체가 운동을 해야 하는데, 이 물 분자의 운동은 완전히 프로라 할 수 있어 많은 종류의 운동을 할 수 있다.
그 위치에서 하는 진동운동부터 시작해서, 회전운동, 병진 운동 등 이러한 것들이 다 이루어지고 나서야 물은 온도가 올라가는 것이다.
쉽게 말해 물의 내면세계는 상당히 많은 것을 포함하고 있어 커다랗고 다양하기에 많은 에너지를 흡수할 수가 있는 것이다.
이렇듯 물의 내면세계가 크고 다양해서 많은 것을 흡수할 수 있기에 비열이 클 수밖에 없다. 비열이 크기 때문에 외부에서 많은 에너지가 들어와도 일희일비하지 않고 넉넉히 다 받아낼 수가 있어 물의 온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많은 열에너지가 필요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우리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다. 내면의 세계가 크면 클수록, 포용력이 클수록, 외부의 자극에 별로 반응하지 않고 다 받아줄 수 있다. 따라서 내 주위에 일어나는 사사로운 일들에 대해 별로 나의 삶이 영향을 받지 않는다. 누가 와서 시비를 걸어도, 누가 나를 무시해도, 생각지도 않은 일이 일어나도, 그저 무덤덤하게 나의 길을 가기만 할 뿐이다. 어떤 것에도 별로 연연해하지 않고 집착도 하지 않으니 그저 물처럼 평안한 삶을 매일 살 수 있는 것이다.
나의 삶의 비열은 얼마나 될까? 나의 외부에서 일어나는 것에 민감하지 않고 나의 내면세계가 성숙되어 있으며 많은 것을 포용할 수 있다면 그만큼 크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