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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날맘 쑥쌤 Jan 02. 2023

남편이 병원 면회를 다녀온 날

모든 부모를 사랑할 수는 없다.

주말 내내 울리는 남편의 전화, 내 전화번호는 외워두시진 않은 모양이다. 어쩌면 다행일지도 모른다. 한두 번 통화를 하고 나서도 울리는 전화에 나도 모르게 “받아볼까?” 생각을 해보지만 그것도 잠시, 이내 아버지와 언성을 높이며 소리 지를 모습이 상상이 되며 손을 내려둔다.


아버지는 답답함에 자꾸 어딘가 아프다 했다고 한다. 결국 연말에 병원까지 다녀온 남편은 오늘은 시어머님이 허리가 다쳤다며 아침에 울리는 전화를 받고 걱정되어 다녀왔다. 이것이 우리의 연말이자 새해였고, 주말이었다. 연말이자 새해에 카톡이 연신 울려대도 잠시 덮어두는 이유, 그런 기쁨을 자주 누려본 적이 없어서.. 이런 날을 즐기는 것이 어색하다. 우리는 아버지 덕분에 서로의 생일을 챙겨본 일도 드물다. 남편도 나도 생일과 기념일에 크게 바라본 적이 없다.


아픈 어머님을 챙기고 와서 자연스레 함께 설거지를 하고 아이들 밥을 준비하다가 남편에게, “내가 예전에 사주를 보는데 부모 자리에 부모가 없대” 그 말을 하고는 우리 부부는 농담처럼 웃고 말았다. 뵙지못한 시아버지는 남편이 중학생 즈음 돌아가셨다고 한다. 그 사연도 듣다 보면 참 어떻게 저런 일이 있을까싶지만, 오래도록 우리를 힘들게 하는 우리 아버지를 겪으며 남편은 “차라리 우리 아빠도..” 라는 생각이 이해가 된다고 했다.


자식이라는 이름으로
난 아버지를 죽길 바랄 수도 없고
사람들을 힘들게 하는 아버지를
살길 바랄 수도 없다..
난 그게 가장 힘들다.

남들이 그저 결혼식장 손 붙잡고 들어가는
그런 눈물나는 로망을 꿈꿀때
아버지는 큰아버지가 빌려준 버스를
타고 왔다가.. 그렇게 붙잡히듯
내려가셨다.. 친척들은 누군가에게
들킬 것만 같고 챙피했나보다..

그런데, 난 모두가 불편했다.
결국 신혼여행 기간 내내
약을 먹고 앓다가 돌아온 기억뿐이다.


남편이 직접 뵙고 혹시나 해서 살펴보니 살도 더 찌시고 확실히 담배를 줄이고 술을 못하고 밥은 잘 챙겨주니 얼굴색이 좋아졌다고 했다. 그래도 이번 병원은 알코올로 고생하는 분들이 계신 병원이라 아마도 정신병원보다는 술이야 안 마시면 보통 평범한 분들도 많으니 그래도 잘 챙겨먹고 계시려나 했는데 (이전 병원은.. 면회실을 갈 때마다 서늘했다.. 20대의 나로선 엘리베이터 문이 열릴 때마다 보이는 창살이 익숙해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혹시나 입원 상황에서 혹시나 하는 걱정을 가족은 하게 된다.


예전 아빠 말로는 전기충격 비슷한 이야기도 들렸고, 나도 전공하며 배운 아주 옛날 옛적의 병원시설은 정신병이란 것에 대해 무조건 가두고 막았다는 것을 들었기에 혹시나 하게 되니 아버지가 아프단 말에 혹시나 싶은 마음도 들었고, 나이가 있으니 괜히 염려도 했다. 그러나, 아버지 말은 진실과 아닌 것을 구분하기가 어려워서 이렇게 직접 면회를 가서 확인하는 게 가장 빠르다.


어느새 우리에게는 아이가 두 명이 생겼고 아직 어린 아이들에게 설명할 마땅한 말을 찾지 못했다. 그저 할아버지가 고집을 부리고 다른 사람을 힘들게 한다고만 해두었는데 어딘가 아파서 병원을 간다고 생각했나보다. 급히 병원을 가야 한다는 아빠의 설명에 할아버지가 많이 아픈 건지, 왜 이리 오래 병원에 계신 건지 묻는데 설명할 수가 없었다. 나중에 좀 더 크면 그때 얘기해 줘야지.


엄마가 원하지 않은 운명이었어
도망치려고도 했는데
운명은 받아들일 수밖에 없더라

하지만, 엄마는 절대 너희에게
그 운명을 대물림 하진 않을 거야.
아빠와 함께 잘 견뎌낼 테니
너희는 네 인생을 살아가렴
그게 내가 버텨온 이유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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