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rJayPark Aug 25. 2022

버거움


2022년도 한 분기밖에 남지 않았다. 

내년이면 첫째는 고3이 되고, 둘째는 중2가 되고, 셋째는 초2가 된다. 첫째는 이제 어느새 성인의 문턱에 와있다. 아마 대학입시로 고생하진 않을 것 같다. 왜냐하면 이 아이는 대학에 갈 생각도, 대학에 갈 성적도, 공부를 할 의지도 전혀 없기 때문에. 둘째는 그 무서운 중2가 된다. 아이의 성향으로 봤을 때 큰 고생이나, 큰 파도 없이 지나갈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방심할 수는 없다. 셋째, 막내는 존재 자체로 행복하다고들 하지만, 동시에 존재 자체로 매우 힘들다.


요즘 들어 아내와 내가 동시에 느끼는 것 같은데, 부모의 업이 정말이지 매우 버겁다. 

사실 첫째의 여러 가지 문제가 가장 힘든 이유 일수도 있겠지만, 기대가 많은 만큼 은근 뺀질거리는 둘째도, 언제까지 막내 노릇을 할 건지 두려운 막내도 점점 힘들어진다. 

무엇보다도 아이들에게 들어가는 돈 또한 무시할 수 없는 버거움이다. 다행히 아내와 함께 각자 작은 사업을 하고 있어서 외벌이는 아니라지만 공교롭게 둘 다 자영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항상 불안하고 항상 걱정이다. 아이들의 생필품에, 용돈에, 식비에, 이제 머리들이 커서 친구들이랑 놀러 나가도 웬만큼 돈을 쥐어주지 않으면 노는 거 먹는 거 그 어느 하나 제대로 할 수가 없게 되었다. 


생각해보면, 아이 하나일 때, 둘일 때, 그리고 셋 일 때, 그리고 이 아이들이 점점 나이가 들면서 그 수많은 변화들을 겪으면서 부모로서 가지고 있던 이상적인 부모의 역할, 양육에 관한 생각, 아이들과의 관계에 있어서 정말 현실적이 되어간다. 

아이들의 문제에 대해 잘 타이르고 싶어 몇 날 며칠을 고민하고, 혼자 시뮬레이션하고, 끙끙 앓다가 막상 아이에게 이야기하고 나면 드는 생각은 저 나이대의 내가 부모님을 생각했던 방식들이다. '그래, 결국엔 이 시간만 모면하고 약속이라든가 행동의 시정에 대한 것은 어물쩡 넘어가거나 잊게 되겠지.'

항상 '잘 컸으면 좋겠다', '힘들지 않았으면 좋겠다'하지만 결국엔 그게 나의 일장연설이나 행동이 크게 반영되지 않을 거란 걸 점점 깨닫게 된다.


하루를, 일주일을, 한 달을, 일 년을 즐겁고 화목하게 보내고 싶은데, 현실은 매일매일 분노하고, 후회하고, 걱정하는 이 부모의 업은 점점 더 손에 익어지지 않고 버겁다. 저 옛날, 첫째에겐 바비 인형을, 둘째에겐 요괴 워치를, 막내에겐 치발기를 사주면서 발란스를 맞추던 시절이 매우 그립다.

매거진의 이전글 여고생의 아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