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6.02
12시 정오.... 주말의 태그커피는 한가하다. 5월을 지나 6월의 첫날을 보내고 둘째 날인데도 더 나을 것도 없고 더 나쁠 것도 없는 하루의 연속이다. 날씨가 흐리긴 하지만 그저 몸을 움직이기 위해 유리창 청소를 하고 바지런을 떨어본다. 한참 이른 더위가 기승을 부리더니 이제 기세가 꺾였는지 어제오늘은 서늘한 바람이 분다. 6월의 첫날인 어제는 역대급 팥빙수가 많이 나갔다. 단골 빙수 손님께서 지인을 모셔와 빙수 3개에 커피까지 팔아주신 게 큰 몫을 했지만 아침부터 빙수 찾는 손님이 제법 있어 매출에도 도움을 많이 주는 효자 메뉴로 등극하고 있다.
조급증을 내지 않고 느긋해지려 해도 뭔가 자꾸 가게를 정리해야 된다는 생각이 가득해지고 시간이 갈수록 더 간절해지는 느낌이다. 누적된 피로감은 쉬어도 도무지 해소가 되지 않고 충족되지 않는 에너지는 계속해서 소모만 되고 있는 느낌이다. 이런 상황에서 나를 위한 최선, 우리 아이들을 위한 최선은 무엇일까 자꾸 생각하게 되고 그 한가운데 태그커피가 있음을 인정하게 된다. 무슨 생각으로 나는 덥석 이 카페를 인수하고 시작하게 된 것인지,,,, 그 순간으로 돌아가서 다시 그 시간을 마주해보고 싶다. 나는 그저 집을 벗어나고 싶었던 것 같다. 그 목마름과 지루한 버팀이 한계를 마주하면서 앞도 뒤도 재지 않고 그냥 덤벼들게 되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카페는 나쁘지 않다. 혼자 조용히 운영하면서 시간을 보내면서 돈도 벌 수 있는 이 시간이 언젠가는 그리워지고 아쉬워지는 순간이 올 수도 있을 것이다. 즐기려는 마음보다 걱정들이 더 앞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카페를 시작할 때 나는 걱정보다 흥분과 새로운 일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득 차있었던 것 같다. 그때의 나는 분명 무엇인가 변화에 대한 갈망이 많이 컸을 것이다. 그것이 용기를 주었고 다른 모든 것보다 더 큰 의미로 다가왔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모든 시간들이 나에게 너무 소중한 시간이고 지금 현재의 시간도 뒤돌아서서 그리워할 시간들이라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렇기에 더욱 소중하고 의미 있게 보내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일 테다.
바람이 차다. 어제 팥빙수가 그렇게 팔렸다는 것이 무색할 정도로 선선한 바람이 불고 있다. 매출은 어제의 1/3 토박이 나버렸지만 나는 이제 카페의 하루하루에 일희일비하지는 않는다. 바쁘면 바쁜 대로 몸이 고되고 한가하면 한가한 대로 매출 걱정이 커지는 아이러니함의 연속이다. 그렇게 계속 반복되는 일상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누군가 적당한 임자가 나타나서 그때의 나처럼 호기롭게 덤벼든다면 그 사람에게 태그커피는 또 기꺼이 어떤 의미 있는 공간이 되어줄 것이다.
요즘 태그커피는 점심러시가 사라졌다. 몰리는 시간대가 없으니 혼자 운영하기에 힘들 것도 없고 남들이 보기에는 언제나 손님도 없이 한가로워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겨울보다는 나아지고 있고 단체주문도 드문드문 들어오고 매장에서 드시고 가는 손님들도 있어주니 나쁘지 않은 상황이긴 하다. 그렇다고 매출이 확 오르거나 좋아지는 상황도 아니며 그런 것을 바라지도 않는다. 그저 혼자 운영하면서 버틸 수 있는 수준이면 충분하다. 매출이 많이 나와주면 물론 좋을 것이다. 그래야지 가게도 더 빨리 정리가 될 것임을 알고 있다. 그렇지만 혼자 있을 때 밀려드는 손님을 상상하면 아찔하다. 이렇게 일에 대한 겁이 많고 약해빠진 나에게 태그커피의 번창을 바라는 것은 무리일지도 모르겠다. 시간이 너무나 빨리 지나가는 게 느껴져서 무성루 지경이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어쩌지도 못하고 여기 주저앉아 버리게 될까 봐 두렵기도 하다. 다가울 겨울이 많이 외롭고 무서울 것을 알기에 그전에 정리를 해야 한다는 마음이 굳어지는 것일지 모르겠다. 나보다 더 나은 사람이 더 밝고 활기차게 운영해 주길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