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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제이 Aug 30. 2022

모닝페이지 데이2- 지하철연가

2022년 8월30일

지하철을 탔다. 아침 8시 10분 힐뷰역에서 다운타운 라인을 타고 사무실 집약지역인 CDB로 가는 열차는 이미 사람들을 한 가득 싣고, 각자 머리를 자신의 핸드폰에 뭍은 사람들을 어디론가 데려간다.


트랜지션. 집에서 사무실로. 방금까지 엄마가 아빠가 딸이 아들이 금새 어느 조직의 업무 수행자로 역할 변동이 일어나는 사실 어마어마한 트랜지션이 벌어지고 있다. 사람을 가득채운 이 열차는 아주 조용하고 아무일도 생기지 않지만, 수많은 사람들의 역할 변동이 벌어지는 치열한 공간이다.


지하철은 고등학교 시절부터 항상 나에게 등하교와 출퇴근을 함께한 교통 수단이다. 천장에 대롱 대롱 매달린 손잡이에 내몸을 대롱 대롱 매달아 어딘가로 가는 길. 딸에서 수험생으로 영단어 수첩을 손에 움켜쥐고 암기하던 등교길, 딸에서 취준생으로 마포대교를 건너 여의도 높은 빌딩의 수많은 불빛을 보고 저 샐 수 없이 많은  불빛만큼 많은 사무실에 내 데스크 하나 없는 걸까신 신음하던 하교길. 신입사원으로 삼겹살과 소주 냄새 풍기며 꾸벅꾸벅 졸다 2호선을 한 바퀴 더 돌아버리고 끊겨버린 지하철 역에서 택시를 잡겠다고발 동동 구르던 퇴근길. 아직 배가 안 나와 티 안나는 두 달 차 임산부로 빈 자리를 갈망하여 자리에 앉아 있믄 모든 인간을 향해 몹쓸 욕을 속으로 내뱉던 다운타운 라인 출근길. 갓 돌 지나 아장 아장 걷기 시작한 아이 뒤를 졸졸 따라 다니기 바쁘거나 세상 서럽게 울어대는 아이 때문에 사람들 눈쌀에 얼굴이 새빨개졌던 귀가길.


아침 8시 지하철은 사회적 역할의 변동이라는 트랜지션으로 설레고 두려운 사람들로 가득하다. 그 역동의 위대한 지하철 손잡이에 매달려 오늘 나는 어떤 트랜지션을 계획하는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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