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양하나 소셋 Feb 28. 2022

여성의 역량은 왜 개발해야 하는가?

직장에서의 여성 근로자의 교육훈련과 역량개발에 대한 생각

2010년대 초부터였을 것이다.

여성근로자에 대한 정부의 정책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정부에서는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여성 직원 채용비율, 여성 간부 비율 등 목표를 부여하여 관리했다.

또 정부 경영평가에 {여성근로자 역량개발에 기관이 기울이는 노력}을 비계량으로 평가하기 시작했다.

그 즈음 나도 여성관리자, 이제 막 관리자로 임용된 새내기 관리자였다.

각 기관에서 정부 정책에 열심히 따라가기 위해 여성관리자에 특화된 교육과정을 개발하고 과장급 이상의 여직원들을 교육하기 시작했다.

내가 근무하고 있는 기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여성과 관련한 일을 하고 있는 정부부처나 산하기관들이 관련 교육프로그램을 쏟아내기 시작했었고, 우리 회사에서도 그 중 하나의 과정을 선정하여 여성관리자 교육에 나섰다.

 나는 기대를 잔뜩 가지고 교육을 수강하였다. 그 교육을 수강한 소감에 대해서는 뒤에 이야기를 하기로 한다.


어느 회사에나 있는 소위 삐딱선을 타는 일반적이지 않은 생각을 가진 여자 선배가 있었다.

그 선배는 이 교육과정을 맹열히 비난하며, 이러한 교육과정을 개설한 부서에 이의를 제기하였다.

그 내용은 이러하다.

왜 여자만 따로 모아서 교육을 해야 하느냐?

간부로서의 역량은 남자나 여자나 다름이 없고 같은 역량이 필요한 것이다.

여자들이 남자들보다 특별히 모자란 부분이 있어서 교육을 더 받아야 하는 것이 아닌데 이런 교육은 필요 없다는 것이 그 주장이었다.


나는 이해할 수 없었다. 그 선배의 의견은 너무 극단적이라고 생각했다.

우리나라는 사회 지도층, 즉 각 기업의 피라미드에 꼭대기에는 아직도 대부분이 남자들이다. 공공기관도 예외는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여자들은 아무래도 꼭대기 경험이 부족하고, 공고한 그 피라미드의 꼭대기에 서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또 어떻게 올라가고 어떻게 지켜내야 하는지에 대한 지식이 많지 않다.

겨우 한두 명이지만 이미 그 위치에 올라간 여자 선배들이 있다면 그 이야기를 들어보고 정보를 공유하는 그런 교육 정말 많은 도움이 된다고 나는 생각했다.

이러한 이유로 나는 그 선배의 의견이 맞지 않다고 생각했다. 서로서로 다 잘해보자고 하는 교육인데 이렇게 반대를 할 이유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그 당시에 대표적인 여성관리자 교육프로그램이었고, 공신력 있는 기관에서 운영하던 그 교육프로그램을 수강하고 난 후

나는 그 삐딱선 선배의 말이 맞을 수 도 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교육의 커리큘럼은 좋았다. 일단 어느 리더십 교육에나 있는 자신의 리더십 성향에 대한 자기 진단 후, 나한테 맞는 리더십 유형은 무엇인지 알아보는 것, 또 부하 직원의 유형 특성을 알아보고 각각의 특성을 가진 사람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에 대한 기술을 알려주는 뭐 그런 리더십 교육이었다.

추가된 것이 있다면 여성이라는 특성을 살린 소통의 리더십, 젠더리더십 또는  포용의 리더십을 십분 활용해야 한다 는 것 정도였다.


문제는 내가 앞서서 말했던 그 피라미드 꼭대기에 올라간 선배들의 경험담 또는 성공 비결? 같은 것을 듣는 교육시간이었다.

다른 시간보다 두배는 더 그 시간이 기다려지고 기대가 되었다.

저 선배들은 대체 어떤 장기와 특기로 그 유리 천장을 깨었을까? 하는 생각에 집중해서 수업을 듣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선배들의 강의 내용은 하나같이 내가 남자들과 경쟁해서 이기기 위해서 얼마나 술을 많이 먹었는가?

또 남자들 무리에서 배척당하기 않기 위해 얼마나 비굴하게 그들의 문화를 함께 하려고 노력했는가? 를 이야기했다.

자신의 노력이나 장기가 어떤 것이었고 이것을 어떻게 활용해서 어떤 성과를 내었는가? 는 전혀 들을 수 없었고 여자라는 특성을 얼마나 버리고 남자 같아지기 위해 노력했는가? 를 마치 성공 비결이었던 것처럼 이야기를 했다.


이렇게 된다면 그 삐딱선 선배의 이야기가 맞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어차피 여성성을 버리고 얼마나 남자와 똑같아지기 위해 노력했는가가 성공의 비결이었다면, 구지 여성만의 리더십을 개발할 필요도 따로 모아 교육할 필요도 없지 않은가 말이다.

물론 교육 말미에 강의에 나선 선배들은 이렇게 이야기했다


<어차피 남자들이 운영하는 세상에서 나 하나가 무언가를 바꾸려고 해서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비굴하지만, 남자들의 시각과 기준에 맞추어 일하고 인정받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리고 우리가 피라미드 꼭대기에 스스로  올라가면 우리가 결정권이 있을 때, 바로 그때 불합리하다고 생각했던 것을 하나씩 바꾸어야 한다.>


맞다. 맞는 말이었다.

지금 기준을 바꾸자고 하는 것에 대해서는 아무도 관심이 없을 수도 있다. 그래서 조금 바뀌는 것조차 너무나 많은 시간이 걸릴 수 있다.

하지만 기준을 바꿀 위치에 서 있을 때 직접 바꾸는 것은 쉽다.

그 때 그 삐딱선 선배는 아마 이것을 이미 알고 있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뒤늦게야 들면서, 그 선배에 들었던 반감이 잘못된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세상이 많이 바뀌었다. 여성은 취직을 하면 그만두는 게 당연하던 시대에서 현재는 육아휴직을 여성은 물론 남성도 하는 것이 당연한 시대다.

누군가 우리의 선배들이 그 피라미드 꼭대기에서 하나씩 하나씩 바꾸어간 결과가 아닌가 싶다.


나는 어떠한가? 되돌아본다.

그리고 삐딱선 선배가 당당하게 버텨온 직장생활에 박수를 보낸다.

나도 언젠가는 그 어느 꼭대기에서 후배들 그리고 내 딸들이 살아나갈 세상을 위해 무언가 조금씩 바꾸겠다고 생각해본다.




작가의 이전글 방어기제와 친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