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낭독가 한희정 Sep 16. 2024

낭독강사양성반을 마치며

낭독강사양성반을 마치며,


2020년 12월, 저의 낭독 역사는 송정희 성우님과의 만남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코로나 전까지 저의 50년 인생은 한 마디로 음악이었습니다. 음악 외엔 다른 것을 해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삶이었습니다. 그러나 코로나를 만난 후 음악에 관계된 일상은 완전히 정지되면서 낭독이란 친구가 저를 찾아와 주었습니다. 깊은 잠에 빠져있던 저를 깨운 낭독의 매력에 빠져들기 시작했고, 그 낭독을 다른 이에게도 전하고 싶다는 단 하나의 이유로 좀 더 잘하기 위해 계속 배우기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론 마음과는 달리, 저의 낭독은 낭독에 쏟아부은 시간과 비례하지 않았습니다. 겉으로 보이는 낭독 역사과 실제 저의 모습 사이에는 갭이 좁혀지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올해는 년 초부터 나이가 들어가는지 몸도 안 좋아 낭독하기가 더 힘든 상황에 처해져 낭독을 계속 이어갈 수 있을까 싶기까지 했습니다. 게다가 요즘은 불면증에도 시달려 생활이 불규칙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4년 전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낭독 수업을 덜커덕 신청했듯이, 사실 강사양성반도 지도자의 길로 갈 수 있는 사람인지 테스트해보자는 마음으로 합류 헸습니다. 그런데 첫 시간부터 신세계였습니다. 요 근래 최고로 잘 한일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매 시간 매 시간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는 감동이었습니다. 한 순간도 성우님의 말씀에 귀 기울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 과정 동안 저에게 작은 변화들이 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글자 하나하나에 집중하며 ‘잘 표현해야지, 잘 전달해야지’의 마음으로 활자를 만나려는 낭독가의 마음에서, 한 발자국 뒤로 물러나 전체를 바라보는 강사의 시선으로 체인지됩니다. ‘나’에게로만 쏠려있던 시선이 ‘교육생’에게로 향합니다.


어느 날 말씀하셨습니다. 교육생에게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되라고요. 저야말로 매주 아낌없이 주시는 가르침을 날름 날름 맛있게 받아먹는 교육생이었습니다. 매 시간 성우님의 뜨겁고 따듯한 가르침으로, 그동안 강의 현장에서 겪은 시간들의 흔적을 아낌없이 나누심으로 강사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셨습니다.


물론 가끔은(아니, 솔직히 매 시간?ㅋㅋ) 수업시간 중 저보다 앞서 진행하는 선생님들의 낭독과 코칭이 너무 좋아 보통 때보다 더 버벅거리기도 하고 급해질 때도 있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아직도 멀었구나. 이 자리에 내가 있어도 되나?, 좀 더 교육생을 위한 강사가 되려면 낭독도 코칭도 엄청 많이 노력해야겠구나.” 등등 생각하며 쪼그라들기도 했습니다.


그런데요 한 주 한 주 흘러가면서 “그래도 가보자. 천천히 가도 되잖아."라는 배짱이 생겼습니다.  “느려도 나는 나만의 스토리와 나만의 코칭으로, 나답게 교육생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갈 수 있어. 예전에 넌 좋은 선생이었잖아” 라며 저자신에게 말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늘 부족하다고 여기고 보는 저의 만성병인 ‘부족병’에서도 많이 벗어난 것 같습니다. 특히 가장 큰 변화는 ‘더 많은’ 사람들에게, ‘더 잘’ 전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이 커졌다는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아무것도 없는 ‘무’의 흙바닥에 마구 뿌려본 ‘독서모임과 낭독 클래스’ 홍보글에 아주 작은 새싹이 돋았습니다. <나에게, 낭독>으로 진행되는 낭독클래스와 두 개의 낭독독서모임, 낭독모꼬지가 시작되었습니다. 아주 성대한 시작은 아니지만, 성우님과 추진한 해외거주 한인들을 위한 K낭독 무료특강도 잘 마쳤습니다. 낭독으로 제2의 인생을 이 땅에 낭독을 전하는 사람으로 살고자 합니다. 


성우님 12주간 고생하셨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성우님과 샘들과 함께 했던 소중한 시간시간들 가슴 속 깊이 간직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낭독의 시간' 무료특강 초대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