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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소원 Oct 11. 2023

소중한 우리의 추억

나른한 주말 오후 추적추적 내리던 비도 어느새 멈추고 침대와 한 몸이 되어 있던 나를 재촉하듯 밖에서는 이름 모를 새가 청량한 소리로 짹짹거린다. 몇 번의 뒤척임을 끝으로 드디어 침대와 내 몸을 분리시켰다. 간단히 세안하고 시원한 커피 한잔을 내렸다. 글을 쓰긴 해야 하는데 글감은 떠오르지 않고 하얀색 바탕에 마우스 커서만이 깜빡이고 있다. 동네 아이들이 공놀이를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이들의 놀이에 귀를 기울이고 있으니 문득 나에게도 저런 어린 시절이 있었는데 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릴 적 부모님이 안 계시면 동생과 나는 동네 친구들과 함께 공기를 하거나 고무줄 놀이를 했던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그때는 뭐가 그리도 즐거웠는지 서로의 얼굴만 봐도 웃기다며 깔깔거리며 웃음이 떠나지 않았던 시절이었다. 그때의 생각이 떠올라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새어 나왔다. 나의 어린시절에는 휴대폰도 없었고 전기도 거의 들어오지 않아 TV도 거의 볼 수가 없었다. 유일한 놀거리라고는 친구들과 함께 뛰어노는 것이었다. 그래서인지 당시에는 친구들과 노는 시간이 즐겁고 소중해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놀다가 부모님이 이제 그만 집으로 들어오라고 해서야 집에 들어가곤 했다. 내일 또 놀면 되지만 친구들과 함께하는 그 밤의 헤어짐이 얼마나 아쉽고 서운했는지 모른다. 

    

요즘들어 특히, 유년시절 친구들과 함께 했던 그 시절이 그리울 때가 있다. 고향에서 함께 공유했던 문화와 놀이를 함께 할 친구가 없어서인지 몰라도 어린 친구들이 함께 뛰어노는 것을 보면 그 모습이 참 사랑스럽고 보기좋으면서도 마음 한편으로는 나와 유년시절을 함께한 친구들이 없다는 사실에 나도 모르게 울적한 마음이  불쑥불쑥 찾아올 때가 있다. 마치 때가 되면 찾아오는 한 여름의 장마처럼. 하지만 이젠 그럴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기에 유년시절 친구들과 함께 했던 추억 소중하게 간직하고 진한 그리움으로 남겨두려고 한다. 그 시절 근심걱정 없이 깔깔거렸던 아름다운 우리의 추억이 있기에 괜찮다.


이 곳에서 분명 북한에서보다는 나은 환경에서 살아가지만, 그와 반대로 내가 두고 온 것들에 대한 그리움은 어쩔 수 없이 내가 감내하고 살아가야하는 나의 몫이다. 가족, 친구, 고향에 대한 추억들 말이다. 하지만, 그리워하고 추억하는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되 과거에 매달리지는 않기로 했다. 과거는 과거고 미래는 미래니깐. 과거와 미래를 이어주는 다리가 있다면 그건 아마도 현재가 아닐까 싶다. 어제도 아닌 내일도 아닌 오늘을 살며 어제의 나와 함께한 이들을 잊지않고 추억하며 새로운 미래를 그려나가는 것. 훗날 우리가 다시 만났을 때 서로가 각자의 자리에서 잘 살아줬구나라고 말할 수 있는 그런 미래 말이다.

      

너에게로 가는 길, 나에게로 오는 길 그 길의 끝에는 어떤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변함없는 건 우리가 함께했던 소중한 추억과 서로에 대한 그리움이 있다는 것. 그 길을 가기 위한 여정의 시작은 바로 오늘, 현재를 잘 살아가는 것. 비가 오는 날이면 비에 홀딱 젖어 마치 물오리가 된 것 같은 모습에도 마냥 좋다고 서로를 향해 웃음을 멈추지 않았던 그때의 우리 모습을 상상하니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우리가 함께한 추억이 있기에 외롭지도 슬프지도 않아.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위로가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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