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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츄잉 Aug 04. 2024

2회차 뉴스탭 이야기(EP.0)

EP 0. 다시 태초마을로 돌아온 해괴사 


 3년차 수습회계사 이야기 이후 새로운 시리즈의 글로 돌아왔습니다.

말씀드렸듯 원래 '2회차 뉴스탭 이야기'가 3년차 수습회계사 이야기의 핵심에 가까운지라 한 시리즈로 통합하려 했습니다. 그러나 뉴스탭 기간이 1년이라 글이 너무 길어질 것 같더군요. 그래서 새로운 호흡, 새로운 마음으로 시리즈를 쓰는 게 낫다고 판단해서 새 글로 찾아뵙게 되었습니다.


 이 글을 쓰기 전에 '3년차 수습회계사 이야기'를 브런치 북으로 만들었는데, 만들면서 보니 브런치 측에서는 총 20화 이하, 총 독서 분량 60분 이하를 권장하더라고요. 그래서 이 이야기도 연재 횟수가 많아진다면 3부작 정도로 나누어서 발간해야 할지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저는 6월 말일자인 금요일에 공식 퇴사하였고, 주말만 쉬고 바로 7월 1일자로 새로운 회사에 입사하게 되었습니다. 아다리가 좀 맞지 않아 사실상 쉬지 못하고 입사를 한 것이죠. 뭐 어쩔 수 없죠. 제가 쉬러 나온 것도 아니고 지금 쉴 때도 아니니 말입니다. 



 이제 이야기를 새로 시작할 순간이 온 것 같습니다.








 

Getting Over It with Bennet Foddy -전설의 시작이 된 항아리와 오함마



 항아리 게임을 아시나요? 정확히는 'Getting over it with Bennett Foddy'라는 이름이고 Bennet Foddy라는 개발진이 2017년에 출시했던 게임입니다. 해당 게임을 하면서 분노에 휩싸여서 온갖 괴성을 지르고 생난리를 치는 스트리머들의 모습이 엄청난 화제가 되었죠. 그리고 '항아리 게임'이라는 이름으로 한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습니다. 저처럼 이 게임을 해보지 않고 유행으로만 접한 사람들은 진짜 이름이 항아리 게임이라고 아시는 분들도 계실 정도입니다. 저도 글을 쓰려고 검색해 보고 나서야 진짜 이름을 알게 되었습니다.




 해당 게임은 의미부터 범상치 않습니다. 'Getting Over it'은 그 상황을 받아들여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개발자 문구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게임을 만든 이유가 비범합니다. '그동안 해왔던 것들이 아까워 게임을 포기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기 위해서'라고 적혀있습니다. 일반적인 이유는 절대 아닌 셈이죠.




 게임 방식은 간단합니다. 시작하면 오함마를 하나 주고 그 오함마를 통해서 끊임없이 지형지물을 올라 정상에 도달하면 됩니다. 그 이외의 규칙은 없습니다. 정말 간단하죠?



 그러나 이 게임에서 가장 가혹한 점은, 세이브 포인트(Save Point)라고 불리는 중간 저장 지점이 단 하나도 없다는 말입니다. 즉, 12시간에 걸쳐서 열심히 정상 직전까지 올라왔는데 오함마를 한번 빗겨쳤다? 빗나갔다? 



 그럼 그동안 올라간 지형지물 아래로 끊임없이 수직 낙하하여 처음 시작했던 지점으로 되돌아갑니다. 여기서 수많은 사람들과 스트리머들이 분노에 차서 괴성을 질렀고, 이 장면이 유명해져서 밈이 된 것이죠. 지금도 키보드 박살 내는 장면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입니다.




 '태초마을'이라는 말도 여기서 유행했습니다. 맨 처음에 다시 시작한 지점으로 되돌아간다를 누가 멋진 말로 '태초마을로 복귀했다' 이런 식으로 표현했는데 이게 사람들 입에 짝짝 달라붙어서 게임 외적으로 현실에서도 쓰이게 된 것이죠.










그렇습니다. 뭐가 어찌 되었든 좋습니다. 과거는 과거에 내버려두고, 어딜 가든 낙원은 아닌 거겠죠. 중요한 건 이제 제가 한 결정을 되돌릴 수가 없다는 겁니다. 오함마를 빗겨 친게 아니라 제가 직접 놓아버렸다고 표현하여야 맞을 겁니다. 놓아버리고 눈을 떠보니 저는 IT감사라는 산에서 수직 낙하해서 등산로 입구로 돌아와버렸습니다. 더군다나 이제는 그 산이 아닌 회계감사라는 다른 산을 올라가야 합니다. 땀에 젖어 끈적해져버린 오함마와 함께 말이죠.




 '해괴사'라는 표현을 쓸지 말지 고민을 했습니다. 아직 회계사라고 불리기에는 부족한 면모가 많다는 걸 표현을 통해 드러내고 싶었는데, 좀 과격한 표현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해괴하다'라는 말은 이상하다는 말인데 제가 또 이상할 것 까지는 없지 않겠습니까. 그래도 회계사라는 단어에 라임이 짝짝 맞도록 쓸만한 단어는 '해괴사'밖에 없는 듯합니다. 제가 어휘력이 높지 않아 그 이상의 단어는 생각이 잘 안 나더라구요.



의미는 사실 뭐든 끼워 맞추는 게 장땡이라고, 태초마을로 돌아온 '해괴사'의 '회계사'를 향한 정상 도전기라고 갖다붙이면 놀랍게도 그럭저럭 괜찮은 표현이 되지 않나 싶습니다. 





 이 글은 또 한 번의 뉴스탭 생활을 하게 된 스스로의 생활과 로컬회게법인에서의 풀타임 생활을 전반적으로 다루기 위함이 목적인 글입니다. 실무적으로 어떤 일을 하게 되었는지, 일을 어떻게 배우고 있는지에 대한 내용도 쓸 에정입니다(혹시나 보시는 분들 중에 회계사를 준비하시는 분이나, 입사를 앞두고 계신 분들도 계실지 모르니 말입니다). 




 그러나 꼭 실무적인 내용만 쓸 예정은 아닙니다. 로컬회계법인은 독립채산제라는 특성 상 진짜 진리의 팀바팀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정보가 더 돌기가 힘들고, Big4에만 있으면 로컬에 대한 정보를 얻기가 힘든 것이죠.




 따라서 제가 생활하는 팀의 생활기 에피소드도 적지 않게 쓸 예정이고, 종종 접하는 다른 로컬회계법인의 팀에서 나오는 에피소드도 소개해드리려 합니다. 실무적인 이야기와 생활 에피소드를 모두 잡는 이야기가 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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