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의자>가 출간되었습니다
너의 고단한에 귀 기울이는 자리, 언니의자
네. 마침내 입니다.
십사 년간 수필을 써오면서 출간을 서두르지 않았던 것은
그냥 원고모음집이 아니라 잘 읽히는 책을 만들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등단 후 젊은 작가로서 주목 받고 상 받는 일은 기쁜 일이었지만 우물 안 잔치에 지나지 않는 것이 늘 아쉬움이자 고민이었습니다.
문단 내에서도 문지방을 밟고 선 수필.
문학성을 담보하지 못한 신변잡기식 글들이 어질러 놓은 이 바닥에서 저는 조금 슬펐고 많이 안타까웠습니다.
어려서부터 쭉 소설 습작을 해오다 수필의 미학에 눈뜬 저는 그랬습니다.
A4 한 장 반, 짧은 글 안에서 짧기에 더욱 농밀해야 하는 메타포와 치열한 구조, 일상 안의 요만한 것들을 끌어다 우주의 일리와 엮어내는 사유와 실존에서 오는 먹먹한 감동까지, 수필은 이보다 더 좋은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저는 생각하니까요.
그렇게 수필다운 수필을 쓰기 위해 전전긍긍한 글 중에서
언니로서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들을 모아 책으로 엮었습니다.
분만실에서부터 공주님 소리 들으며 태어난 우리지만,
사느라 행색이 조금은 초라해지고 자존감까지 남루해진 우리를 위해 진짜 내 삶으로 값 치르고 쓴 내돈내산 후기를 전합니다.
이수영 화가의 작품을 함께 실어 입체적 감상을 더하고자 했습니다.
좋은 기획을 제안해준 출판인은 색감 표현에도 적당한 재생용지를 찾아주었습니다.
저와 제 글을 향해 '모성 생태주의'라 이름 붙여준 평론가도 있었습니다.
수필집을 한 번도 사본 적 없는 이들에게 다가갈 수 있도록 유튜브 동영상도 제작 중입니다.
모두가 한 마음으로, 수필이란 장르 좋은 거 세상 사람 다 알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마침내 제 첫 수필집 <언니의자>가 선보입니다.
아직도 종이책를 뒤적이며 평화의 힌트를 얻고자 하는 이들과
은유의 수수께끼를 함께 풀어가는 즐거움을 아는 그대에게 바칩니다.
또한 작고 여린 것을 살피기 위해 가던 길을 멈추고 쪼그려 앉는,
세상에 흔해 빠진 상실과 불의에도 끈덕지게 슬퍼하고 위로할 줄 아는,
공존을 위해 먼 길 둘러가길 마다 않아온 당신에게도 전합니다.
편히 앉으세요. 잠시 앉아 마음 살피세요.
척척 묘안을 건네주진 못해도 속상하겠구나, 울고 싶겠구나 편 들어주는 언니 있네요.
나도 잘 몰라서 그저 옆에 앉아 같이 떨고 화내고 낄낄 거리는 언니.
그런데 밥은 먹었는지가 제일 궁금한 언니.
가만가만 너의 등을 쓰다듬어주는 그런 언니, 언니의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