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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월간 도슨트 Oct 24. 2021

빈티지(vintage), 추의 미학


  ‘추’의 정의는 무엇일까? ‘추하다.’라는 말에 대해 보편적인 이미지를 떠올려보자면, '못생기다‘, ’더럽다‘, ’질이 나쁘다‘, ’구식이다‘ 등의 수식어가 연상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추를 정하는 기준은 정형화되어있지 만은 않다.



뉴욕현대미술관



  예를 들어, 세계적으로 유명한 화가 ‘파블로 피카소(Pablo Picasso)’의 그림 <아비뇽의 처녀들>을 생각해 보자. 지금은 그의 대표작으로 알려진 그림이지만, 그 당시에는 동료 화가들조차 이해할 수 없는 이상한 그림으로 받아들여졌었다. 그러나 시대가 지나고 사람들의 인식은 달라졌다. 평면적인 그림의 한계를 뛰어넘고자 했던 그의 노력이 더 이상 ‘추’가 아닌 빛나는 예술로서 그 가치를 인정받게 된 것이다.


  이처럼 ‘추’라는 것은 시대에 따라, 또 개인에 따라 언제든지 다른 기준으로 변할 수 있는 개념이다. 이는 요즘 우리의 일상생활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 바로 ‘빈티지(vintage)'다.






빈티지(vintage)란 무엇인가?


 

  빈티지는 사전적으로 ‘낡고, 오래된 것. 또는 그러한 느낌이 나는 것.’을 이른다. 원래는 와인의 원료인 포도를 수확하고 와인을 만든 해를 의미하는 용어로 사용되어 왔지만, 현대에 와서는 디자인, 패션, 가구 등 다양한 분야에서 빈티지라는 말을 사용하고 있다.



ITFashion



  이렇게 빈티지가 일상에 자리 잡게 된 배경엔 1980년대의 급격한 산업 발달이 있었다. 인류는 물질적 빈곤에선 벗어나게 되었지만, 기계가 인간을 대체하자 점점 자본의 뒤로 밀려나게 되었고, 결국 사람들은 정신적인 빈곤을 떠안게 되었다. 그런 당시의 현대인들이 그들의 정신을 표현하고자 ‘오래되고 낡은 과거의 느낌’을 주는 라이프스타일을 모방한 것이 바로 빈티지다.


  그렇다면 왜 그들은 자신을 표현하는 도구로 굳이 낡고 오래된 것을 사용했을까? 그것은 모던하고 현대적인 기계문명으로부터 밀려난 소외감, 그들이 과거 누렸던 자본으로는 살 수 없는 따뜻함 때문일 것이다. 이렇듯 자칫 추하다고 느껴질 수 있는 빈티지는 피폐한 현대인들의 공허를 채워준 아름다움으로 역할 한 것이다.






찾아보자, 내 취향의 빈티지!



 유행은 돌고 돈다고 했던가? 21세기인 지금 빈티지는 다양한 분야에서 주목받고 있다. 대중적인 것보단 개인의 취향과 개성이 중요해진 요즘, 여러분에게 다양한 카테고리의 빈티지를 소개해 보려 한다.



패션(fashion)


  빈티지 패션은 ‘고풍스럽다.’는 키워드로 설명할 수 있다. 사실 빈티지 패션이라는 게 정해진 스타일이나 기준이 명확한 것은 아니지만, 과거에 머물러 있던 패션이 현재에 와서도 가치 있고 아름다운 것 정도로 받아들이면 될 듯싶다. 이렇게 말하면 ‘레트로’나 ‘앤티크’과는 어떻게 다른 지 의문이겠지만, 보통 앤티크는 100년 이상 된 골동품을 일컫는 것이고 레트로는 과거의 디자인을 가지고 새로 생산한 것을 말한다. 반면 빈티지는 상태 좋은 구제 의류일 수도 또는 오래된 브랜드의 생산품이지만 택도 떼지 않은 새 제품일 수도 있다. 그러니 빈티지 패션에 도전하고 싶다면 과거 몇 년도 풍의 패션을 자신이 선호하는지에 맞춰서 선택하면 될 것이다. 어느 시대의 가치가 자신과 잘 어울리는지 알아보는 것도 또 다른 즐거움이 될 것이다.



fashion.com



인테리어(interior)


  대략 2018년 정도부터 급격한 주목을 받고 있는 게 바로 빈티지 인테리어가 아닐까? 다양한 가구와 소품을 쉽게 살 수 있는 인터넷 플랫폼이 등장하고, 인테리어와 관련된 SNS가 유행을 타기 시작하면서 빈티지 풍의 인테리어 제품에 대한 수요가 급증한 것 같다. 그러나 이번에 소개할 빈티지 인테리어는 너도나도 공장에서 찍어내는 ‘빈티지스러운’ 기성품이 아니라, 정말로 세월의 흔적을 간직한 유물이다.


 요즘엔 인터넷에도 빈티지 제품만을 취급하는 상점이 다양하고, 오프라인 빈티지 샵도 과거에 비해 늘어나 빈티지 제품을 구하는 게 보다 용이해졌다. 물론 빈티지 제품은 가격대가 비싸다는 단점이 있긴 하지만, 작은 오브제 등의 소품으로 먼저 시작해 봐도 좋을 것이다. 침대 옆에 놓을 고즈넉한 스탠드나, 과거 출판된 그림의 아트북, 혹은 일러스트가 더해진 악보집 등은 하나만 간직해도 그 시대를 현대에 풍미해 보는 경험과 함께 인테리어 효과도 톡톡할 것이다.



Sassy Townhouse Living



영화(movie)


  마지막으로 추천하고 싶은 빈티지는 바로 영화이다! 사실 영화를 두고 패션이나 인테리어처럼 따로 빈티지 영화라 명명하진 않지만, 과거의 시대상과 분위기가 유난히 물씬 느껴지는 영화를 소개해 보려 한다.


 1. 노팅 힐(Notting Hill, 1999)


  내성적인 서점 주인과 할리우드의 인기 여배우가 우연히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된다는 다소 비현실적인 스토리지만, 여자 주인공 역을 맡은 줄리아 로버츠의 패션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또한 당시의 영국의 거리와 빈티지한 서점의 풍경이 음악과 어우러져 20세기 영국의 분위기를 느껴볼 수 있다. 그 유명한 엘비스 코스텔로(Elvis Costello)의 노래 <She>가 OST로 등장한다.


 


2. 클래식(The Classic, 2003)


  고전 중의 고전으로 손꼽히는 한국 영화 ‘클래식’. 1970-80년대를 배경으로 남녀 간의 애절하고도 풋풋한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다. 주연인 배우 조인성과 손예진, 조승우도 관람 포인트 중 하나지만, 편지를 써서 마음을 전하던 당시의 사랑 방법이 그 시대의 감성을 고스란히 전달해 준다.






 3. 귀를 기울이면(Whisper Of The Heart, 1995)


  1990년대의 일본의 분위기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지브리 스튜디오의 애니메이션이다. 내용은 사춘기 소년 소녀의 풋풋한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다. 도서관에서 책을 대출할 때 아직 도서 카드를 작성하던 시절. 그 시절 여름의 정취를 한껏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오래되어도 가치 있는 것


  낡고 볼품없이도 보이지만, 그 나름대로의 아름다운을 간직한 빈티지. 과거 누가 사용했고, 어디에 존재했는지, 얼마나 오래된 것이고 그 안에 무슨 이야기가 담겨 있는지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 가치는 충분한 셈 아닐까. 시간이 지나면 언젠가 지금 우리의 모습도 과거의 유물로 남아 빈티지라는 이름으로 존재할 것이다. 그러니 행여 현재의 시간이 영 못나고 추하게 느껴지더라도 그 나름의 미학을 가지고 있다고 스스로를 다독여 보는 것은 어떨까?






글 | 김민경

편집 | 김희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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