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볍게 읽는 누군가의 일상 이야기
코로나19 유전자 검출검사(PCR) 결과 "양성"임을 알려드립니다
2022년 2월 중순, 처음으로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다. 그동안 어떻게든 안 걸리려고 안간힘을 썼는데 제일 가까운 사람이 걸리고 나니, 내가 감염되는 건 금방이었다. 그 당시 나는 지방에 살고 있었다. 밤 12시쯤, 지역 보건소로부터 양성 판정 문자와 담당자 전화를 받았고 다음 날 기초 역학조사서를 작성하니 입원 치료가 필요하다는 안내를 받았다. 이유는 '만성 폐쇄성 폐질환' 때문이었다. 이 병은 정확한 발병원인을 알 수 없고 한번 손상된 폐는 회복이 어렵기 때문에 세계 사망원인 4위에 달할 만큼 위험하다. 담당자는 병원에서 사용할 개인 물품(세면도구, 휴지, 수건, 이불, 충전기 등)과 퇴원 시 입을 옷 한 벌을 준비하고 자택에서 대기하라고 했다. 1시간 후 병상이 준비됐다며 119 구급차가 집 앞으로 왔다. 나는 아파트 주민들의 큰 관심을 받으며 구급차에 올라탔고 하얀 방호복을 입은 사람들이 방역소독기를 들고 우리 집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며 떠났다.
의료원에 도착해 채혈, CT촬영, 흉부 엑스레이를 찍었고 일주일 동안 하루 3번씩 체온, 산소포화도, 맥박, 혈압을 직접 측정해 의료진에게 전화로 알렸다. 내가 입원한 4인실에는 3명의 환자가 더 있었는데 모두 고령이었다. 할머니 세 분은 하루 만에 친해지셨고 굉장히 수다스러웠다. (새벽 5시부터 일어나셔서 소곤소곤) 그리고 아침 7시, 점심 12시, 오후 5시에 식사와 약이 꼬박꼬박 나왔다. 게다가 코로나19 심리지원 상담도 있어서 나는 전문 상담사와 여러 차례 통화를 했고 많은 위로를 받았다. 밥도 잘 먹고 약도 잘 먹은 데다가 심리적 케어까지 받아서인지 처음 겪는 코로나는 큰 증상 없이 지나갔다. 그리고 놀라운 사실은 이토록 철저한 의료 서비스를 받았는데 비용이 단 한 푼도 발생하지 않았다. 게다가 '코로나19 완치자 건강검진' 대상자로 선정돼 퇴원 3개월 후 폐기능, 심전도, 혈액검사 등을 무료로 받았고 코로나 감염으로 신체 기능이 저하되지 않았음을 의사에게 확인받았다. 덕분에 혹시 모를 코로나 후유증에 대한 걱정이 싹 사라졌다. (대한민국은 정말 좋은 나라다!)
귀하는 코로나19 검사 확진(양성, positive)으로
감염예방법 제41조 및 제43조 등에 따라 격리됨을 통지합니다
이렇게나 철저한 관리와 의료혜택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코로나에 걸리고 싶진 않았다. 일주일 동안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과 한 공간에 갇혀 지내야 한다는 건 생각보다 힘든 일이었다. 하지만 어디 인생사가 내 마음대로 되는 것인가. 2022년 7월 중순, 나는 또 확진 판정을 받았다. 회사 사무실에서 확진자가 5명 정도 나온 날, 갑자기 밤부터 목이 아프기 시작했다. 밤새 기침을 하느라 잠을 제대로 못 잘 정도였다. 결국 새벽 6시쯤 편의점에 가 자가진단키트를 구매했다. 결과는 음성.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혹시나 하는 불안감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출근 후 상사에게 보고하고 병원에서 신속항원을 받았는데 여전히 음성이 나왔다. 의사는 웃으며 안심하라고 말했고 나 역시 최근 에어컨 풀가동으로 사무실에서 너무 추웠던 탓에 냉방병이나 감기에 걸렸나 보다 생각하고 감기약을 받아왔다. 그리고 주말이 시작됐고 감기약을 먹으며 매일 자기진단키트를 했는데 일요일까지 한 줄만 나왔다. 즉 목요일부터 일요일까지 계속 음성이었다.
월요일 아침, 출근 준비를 하려고 일어났다가 또 다른 동료의 양성 소식을 전해 듣고 자가진단키트를 했는데 그제야 두 줄이 나왔다. 나는 곧바로 병원을 갔고 신속항원 검사를 통해 양성 판정을 받았다. 주요 증상으로는 목이 칼칼하고 가래, 기침이 있었으나 며칠 전부터 감기약을 먹어서 증상은 많이 완화됐다. 코로나 약 처방은 4일 치만 받았다. 곧이어 확진자 자기기입식 조사서를 작성하라는 문자가 도착했고 이번에는 만성 폐쇄성 폐질환을 가지고 있어도 '재택치료자 일반관리군'으로 분류돼 집에서 자가격리를 시작했다. 코로나 확진자 관리 매뉴얼이 지방과 서울은 조금 다른 건지 아니면 몇 달 사이 중증환자가 아니면 입원 치료는 하지 않는 것으로 방역당국의 지침이 변경된 건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2월 말, 나는 지방 의료원에서 퇴원을 하고 취업에 성공해 서울로 이사를 했다) 두 번째 걸리면 더 아프다는 흉흉한 소문이 있지만 감사하게도 크게 아프지 않았고 심리적으로도 편안하다. 나도 모르는 사이 허약한 내 폐가 손상됐을까 봐 조금은 걱정되지만 일주일 동안 휴가 아닌 휴가를 보내는 중이라 위안(?)을 삼고 있다. 비록 집 밖을 나갈 순 없지만 혼자만의 시간을 마음껏 누릴 수 있어 나쁘지 않다.(라고 쓰고 '좋다'라고 읽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