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를 하며, 3년 동안 이 길을 함께 걸어준 동료들에게 바치고 싶은 글
처음 이 길을 걷기 시작했을 때, 이곳은 어둡고 울퉁불퉁하고 좁은 비포장도로였다. 잔뜩 긴장한 나에게 이 초행길은 다리에 힘을 빡 주지 않으면 넘어질 것만 같아서 불안했고, 그래서 두 눈은 오로지 정면에만 고정시켰다. 어둠 속에서는 무언가가 꼭 나를 잡아먹으려고 튀어나올 것 같았다.
시간이 지나며 길이 넓어지고 그 길을 같이 걷는 동료들이 한 명, 두 명 늘어나게 되었다. 어두울 때는 어디선가 불빛을 구해왔고, 길이 너무 거칠어서 다리가 아프다고, 조금만 쉬었다 가자고 하면 잠시 멈추고 가만히 이야기를 들어주기도 했다.
이제 와서 보면, 사실 길이 넓어진 게 아니었다. 길은 항상 그 정도 크기였는데, 정면만 응시하던 내가 잔뜩 참고 있던 숨을 들이켜는 순간,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 것 같다. 느낄 수 있었다. 비로소 우리가 매일 내딛는 지면의 질감을 더 세세하게 느끼며 걷게 되었을 때. 때때로 이 길의 냄새는 어떤지, 주위의 풍경은 어떻게 변해가고 그것들과 더불어 또 우리는 어떻게 변해가는지, 그런 것들에 대해 눈을 돌리게 되었을 때. 결국 정면만 향하던 내 두 눈을 돌려서 넓은 길을 보게끔 시야를 넓혀준 것은 나와 같이 길을 걸어준 사람들이라는 것을.
3년. 단발머리가 자꾸 길어지는 게 싫어 자꾸 자르고 또 자르고, 그러다가 결국 허리까지 오는 긴 머리로 변하기 충분한 시간. 어설프게 삐그덕거리는 것 같았던 사람들이 이제는 제법 합을 맞출 수 있게 된 시간. 지난 시간은 무려 열두 개의 계절이 펼쳐졌던 길이었다.
우리가 함께했던 시간이 각자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오든 감사했다고 전하고 싶다. 이 길 위에서 당신들을 한 명씩 차례로 만난 것은 어쩌면… 앞으로 남은 내 인생의 운을 너무나 많이 써버린 것이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어서…그래서 조금은 무섭다고.
운전을 처음 시작했을 때, 네비가 알려주는 길을 놓칠 때가 많았다. 하지만 길을 잘못 들어도 결국에는 그 길이 다른 길로 통하여 큰길에 들어서게 되고, 결국에는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었다.
잠시 갈림길로 갈라서지만 다시 어디선가 만나 각자가 걸어온 길에 대해 신나게 떠드는 날이 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