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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번역하는 집사 Aug 09. 2021

내 삶의 불청객, 스트레스

처음 번역가로 일을 시작하고 몇 년간 스트레스를 해소할 마땅한 탈출구가 없었습니다. 그저 눈앞에 닥친 일을 끝내고 나면 기껏해야 맛있는 음식을 사 먹는 게 전부였죠. 그러다 보니 체력은 점점 떨어지고, 밤샘 작업이라도 하면 일주일 내내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습니다.


예전엔 밤을 새울 때 하루에 커피를 몇 잔씩 마시기도 했습니다. 커피를 한 잔만 마셔도 손이 떨리는 체질이라 저녁엔 커피를 안 마시는데 일을 하려면 어쩔 수가 없었죠. 그렇게 생활하다 보니 낮이고 밤이고 심장이 두근대는 통에 일에 집중할 수가 없었습니다. 나중에 그게 아주 위험한 증상이란 걸 알았지만요. 마감일을 맞춰야 하는 일의 특성상 새벽 작업을 아예 피할 순 없지만, 지금은 그렇게까지 무리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일이 안정되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다양한 취미에 도전했습니다. 이것저것 얕게 여러 가지 일을 벌이는 타입이라 그때그때 기분이 내키는 걸 하는 편이죠. 꼭 취미가 하나일 필요는 없으니까요. 한동안 유화나 컬러링북에 빠져서 열심히 했는데, 최근엔 퍼즐에 관심이 생겼습니다. 150조각부터 시작해서 지금은 1,000조각 퍼즐에 도전 중입니다.


비가 올 때면 따뜻한 차를 마시면서 책을 읽기도 하고, 온종일 뒹굴거리거나 달달한 간식을 먹으며 영화 보는 것도 좋아합니다. 일에 파묻혀 있다가 뜬금없이 맛있는 걸 먹으러 나갈 때도 있고요. 물론 다녀와서 다시 일을 해야 하지만요. 또 1년 동안 열심히 일한 보상으로 평일에 훌쩍 여행을 떠나기도 합니다. 며칠씩 밤샘 작업을 한 후에 달콤한 낮잠을 자기도 하고,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나 얘기하다 보면 스트레스가 저절로 사라질 때도 있습니다. 열심히 사는 다른 번역가들을 보며 자극을 받으면 의욕이 불타오를 때도 있고요.


어떤 방식이든 본인에게 맞는 스트레스 해소법이 하나 정도는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힘들 때 쉬었다가 다시 기운 내서 앞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특히 프리랜서는 얼마나 일하느냐에 따라 수입이 달라지기 때문에 자신을 마구 몰아붙이다간 골병이 들 수 있으니 억지로라도 쉬어 줘야 합니다. 스트레스를 쌓아둔 채 계속 무리하다 보면 나중엔 더 큰 슬럼프에 빠지게 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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