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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박마차 Dec 21. 2023

020 훈육도 창의적이어야 한다.



  딸이 3살 때 일이었다.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친구를 때렸다는 연락을 받았다. 아이가 힘들게 쌓아 올린 블록을 친구가 무너트려서였다고 전해주셨다.


 올게 왔다고 생각했다. 말도 서툴고 사회적 규칙을 배워나가는 과정인 3살 아이의 인생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3살 버릇 여든 가기 때문에 나는 바로 훈육을 해야 했다. 이런 일은 두 번 있어선 안되기 때문에 처음부터 교육이 아닌 더 강력한 훈육으로 접근했다.


 훈육을 위해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을 찾기 시작했다. 그 시기 3살 딸아이의 최대 관심은 간식이었다. 오빠를 따라먹기 시작한 조그만 젤리가 세상 전부였던 시기였다. 그래서 난 3살 아이의 눈을 똑바로 보며 설명하기 시작했다.


 “네가 오늘 어린이집에서 친구를 때렸다고 들었어. 그래서 넌 앞으로 5일 동안(손가락 다섯 개를 활짝 펴며) 젤리 간식은 먹을 수 없어.”


 눈을 똥그랗게 뜨고 나를 바라보던 아이가 1, 2, 3... 잠시 정적이 흐르더니 이내 눈물을 뚝뚝 흘렸다.


 다행히 알아들은 모양이었다.


 “친구가 네가 열심히 쌓아 올린 소중한 블록을 넘어 뜨려서 너무 속상했겠지만, 너는 친구를 때리면 절대 안 돼! “


 “대신, 다가오는 친구에게 ‘하지 마!’라고 말하거나 이미 블록이 넘어졌다면 ‘선생님!’하고 크게 불러 도움을 요청해야 해! “ 훈육은 안된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대신할 수 있는 행동도 함께 가르쳐 주어야 한다.


 이후 아이는 5일 동안 계속해서 틈만 나면 나에게 젤리를 요구했다. 하지만 주지 않았다. 다행히 이 날 이후 7살이 되어 어린이집을 졸업할 때까지 친구를 때렸다는 연락은 받지 않았다.


 이 시기 3살 딸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이 젤리였고 창의적이었던 포인트가 ‘젤리 금지’가 될 수 있었던 것이다.


 창의적인 훈육은 그 시기 아이가 가장 관심 있어하고 좋아하는 아이의 흥미 포인트를 알아야 한다.  대부분 아이가 그 시기에 가장 좋아하는 것을 찾아내야 하기 때문에 아이에 대한 깊은 관심이 필요하다.


  체벌은 그 접근 방식이 누구에게나 고정적이고 변화가 없지만 훈육은 교육적인 접근 방식으로 대상에 따라 유동적이어야 한다. 훈육을 일정한 틀 안으로 넣으려고 하면 문제가 생신다. 젤리금지는 어떤 면에서는 체벌 쪽에 더 가까울 수도 있다.


 하지만 친구를 때렸지만 ‘하면 안 된다’는 말 외에는 내가 불편한 게 하나도 없다면 아이는 자신을 힘들게 하는 모든 상황에서 참고 다른 방법을 찾아보는 것보다 힘으로 해결하는 가장 빠른 방법을 선택하고 싶을 것이다.


 친구를 때리는 일은 교육이 오래 걸릴수록 피해자가 많이 생긴다. 그래서 훈육과 벌이 단호하고 빠르게 진행돼야 한다. 하지만 그 벌에 아이의 몸을 아프게 하는 방법을 포함시켜 효과를 볼 필요는 없다.   


  훈육의 극적인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아이의 기본권을 지켜주며 아이가 즐거워하는 오락적인 요소를 반드시 찾아내야 한다. 내 아이가 지금 가장 즐거워하는 것을 그 시기마다 집요하게 찾아내고 알고 있어야만 훈육이 가능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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