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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박마차 Feb 05. 2024

7. 모두가 날고 싶은 건 아니잖아.

 브라우니 방은 오늘도 발 디딜 틈이 없다. 여기저기 널려진 다른 무게와 색깔의 a4용지와 색종이들.. 그리고 종이비행기를 정확하게 접기 위해 필요한 자와 연필, 테이프 등이 이리저리 널려있다.
 
 이른 아침부터 종이비행기 접기를 시작한 브라우니는 점심을 먹어야 하는데도 관심이 없다. 그렇게 브라우니의 손에서 날아오르길 기다리는 종이들도 기대에 차있다.        

 "어!!???" "근데 저기 저.. 네모 서랍 뒤에 숨은 파랑 종이는 뭘 하는 거지? 분명 브라우니에게서 슬금슬금 도망치고 있는 거 같은데!!"     

 "왜지? 왜?? 왜 그러는 거야!!??"     

 파랑 색종이는 아주 아주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난 말야. 종이비행기가 되고 싶지 않아!
 
 "그런데 이 안에선 모두 날고 싶다는 꿈만 꿔야 하는 것 같아."
 
 "난 브라우니에게 잡혀 종이비행기가 되기 전에 빨리 도망쳐야만 해!”
  
 “왜지?? 나는 게 얼마나 좋은 건데..”  
   
 “싫어! 나에겐 다른 꿈이 있어. 난 공룡이 되고 싶단 말이야!
 
 "난 날 공룡으로 만들어 줄 친구를 찾아 떠날 거야!!”
   
 “그래?? 공룡?? 근데... 너는 왜 공룡이 되고 싶은데?”
      
 “난 말야. 두 다리를 꼭 갖고 싶어!! 튼튼한 두 다리로 긴 강을 따라 걸어보고 싶어. 물소리를 들으면서 말이야. 오른발을 쿵! 왼발을 쾅! 아주 아주 천천히 쿵쿵 쾅쾅거리며 땅을 밟아보고 싶거든. 땅을 밟고 소리를 들으며 걸으면 얼마나 행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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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년 1분기(1월~3월) 종이비행기 수업이 다시 시작되었다. 1학년~6학년까지 다양한 연령과 성별의 아이들로 정원이 모두 채워졌다. 대부분의 종이비행기 강의는 이론+접기+놀이의 순서로 진행된다. 접고 난 다음에 직접 날리며 이론을 설명하는 것이 효율적이지만 접기를 마친 초등학생 아이들이 내가 하는 과학설명을 집중해서 들어줄 리 없다. 종이비행기를 손에 쥔 아이들은 나의 PPT 자료엔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조금은 비효율적인 면이 있지만 강의는 이론 수업을 먼저 하고 접기와 놀이의 순서로 진행한다. 그리고 놀이시간에 과학이론을 다시 한번 적용시켜 이야기하면서 한 회차 강의를 마무리한다.


 최근 1분기 수업을 준비하던 중 지난 겨울 특강 마지막 수업시간이 떠올랐다. 특강 마지막 수업은 물체의 균형에 대한 이론 수업과 자신이 접고 싶은 종이비행기를 접고 링은 통과시키는 놀이 수업이었다. 대부분 마지막 수업을 진행할 때는 자유놀이를 기본으로 나는 관찰자로서 아이들의 요구에 도움을 주는 보조 역할을 자처한다.  


 지난겨울특강 때 친구 따라 엄마가 등록해 준 수업에 들어온 친구가 한 명 있었다. 그렇다는 건... 종이비행기에 관심이 없다는 말이다. 수업을 듣는 모든 아이들이 100프로 종이비행기라는 주제에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진 않는다.


 동일한 수업을 듣지만


 누군가는 관찰자로

 누군가는 관찰을 통한 관심으로

 누군가는 탐구와 열정의 과정에

 누군가는 변형과 개발의 단계에 서 있다.  


 더군다나 동일학년이 아니라 초등학교 전 학년을 대상으로 범위를 넓혀 놨기 때문에 이 수업에서의 아이들의 단계는 더욱 다양할 수밖에 없다.

      

 관찰자로 수업을 듣던 파랑 색종이 친구는 마지막 수업에서 종이비행기를 접고 날리는 대신 다른 일들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링을 들고 돌아다니기 시작했고, 색테이프를 가져가 바닥에 이리저리 붙이고 있었다. 모두가 종이비행기를 접어 링의 방향을 향해 날리는데 파랑 색종이는 링을 이리저리로 계속 움직였다!


 멀리서 보면 파랑 색종이가 열심히 접고 날리는 아이들의 링 통과를 방해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가까이 다가가 시간을 내서 다시 보기 시작하면 아이의 행동엔 미세한 차이가 있었다.


 파랑 색종이는 친구들이 날리는 게 잘 들어가지 않으니까 날아오는 방향에 맞춰 움직임을 조정해 친구들의 종이비행기가 링을 통과할 수 있도록 링을 움직여주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색테이프를 가져가 바닥에 붙여 거리마다 점수를 다르게 하며 놀이를 개발하고 있었다.


 파랑 색종이가 고정된 링을 움직여 준 덕분에 다른 친구들도 다양한 곡예비행을 생각해 냈다. 한 친구는 링을 던져 달라는 요구를 하며 링이 내려오는 타이밍에 맞춰 종이비행기를 링에 통과시켰다. 그리고 파랑 색종이가 링을 친구들 사이로 옮기니 한쪽에서만 날리던 종이비행기를 두 친구가 서로 다른 방향에서 날리며 동시에 통과시키기 곡예비행을 시도했다.


 모든 아이들이 내가 계획한 고정된 링의 방향을 따라 한 방향으로 종이비행기를 날렸다면 다양한 비행을 경험하지 못했을 것이다. 파랑 색종이 아이는 종이비행기를 접고 날리 것보다 놀이 규칙을 만들기를 좋아했고 친구들의 종이비행기가 링을 통과시킬 수 있도록 돕고 싶은 따뜻한 마음을 가진 친구였다. 파랑 색종이의 시도가 우리의 수업을 더욱 다양하고 활기차게 만들었다.


모두가 같은 방향을 볼 필요는 없다.     


 모두가 날고 싶은 게 아닌 것처럼


 모두가 날아야만 하는 것도 아니니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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