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말했다.
곧 지구가 세모가 된다고...
아니면, 지구는 원래 네모였을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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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이가 아침에 눈을 번쩍 뜨고 앞으로 지구가 세모가 될 거라고 말했다.
자다가 봉창 두드린다라는 속담이 아침부터 찰떡인 날이다.
처음에는 인력, 중력, 대기층 등의 단어를 생각했다. 초등 저학년에겐 대항할 수 있는 나의 얕은 지식의 단어들.. 어떻게든 옳은 걸 가르쳐줘야 하고 아이가 틀렸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다.
그런데... 아이는 나의 봉창을 두드리고 다시 잠을 잔다. 꿈을 꾼 게 분명했다.
대답할 상대가 없으니 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왜 난 지구가 동그랗다고 생각하는 거지? 이전에도 앞으로도 지구는 동그랗단 나의 생각 그리고 내 생각을 아이에게 강요하려 준비한 대답들, 이게 맞는 걸까?
지금의 지구가 동그랗다고 왜 수백만 년 전에도 지구가 동그랬을 거라고 생각했을까?
네모난 지구가 동일한 대기권을 갖기 위해 폭발과 변형을 거듭하며 동그란 모양을 갖게 된 걸 수도 있지 않았을까? 앞으로의 쓰레기 문제와 기후 변화로 큰 모서리 부분이 지구에 생겨나고 숨을 쉬며 살 수 있는 공간이 줄어들며 세모 모양으로 바뀌게 될 수도 있지 않을까?
난 과학자가 아니라 모든 말이 얕은 가정일 뿐 사실은 잘 모른다.
하지만 하나는 분명했다.
40이라는 나이를 넘기고 보니 점점 내가 알고 있던 것들이 나의 전부가 되어가는 걸 느낀다.
그래서 말씀하셨나 보다,
"너희가 돌이켜 어린아이들과 같이 되지 아니하면 결단코 천국에 들어가지 못하리라(마1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