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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vvy Jan 27. 2024

인간 싫어 아이 헤이트 피플

I really do

“I hate people” 플투스의 브라이언에게 제2의 전성기를 가져다준 이 외마디 외침. 이 말이 뜬 (이 말만 뜬 건 아닙니다. 반박 시 제 말이 맞음)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저 말을 외칠 때, 아니 조용히 내뱉을 때 브라이언의 표정을 보라. 정말 진심이 느껴지지 않는가.

인간이 싫을 때는 누구나 있다, 우리도 인간이지만. 그런데 인간은 또 인간을 필요로 한다며? 혼자 살 수 없는 것이 인간이라 사람 인 한자도 서로 기대는 형상이라며?

그렇게 함께 하고 단합하고 화합하는 것이 최고의 또는 유일한 인간의 가치라고 교육받으며 자란 우리는, 태어나자마자 “나”라는 개체와 다른 존재인 가족들과 부대끼며, 제도권 교육에서 피조차 섞이지 않은 정말 ”나 아닌 다른 인간들 “과 어울려 지내야 한다.

가족 이외에는 학교도, 직장이라는 단체도 내가 선택하는 것 같지만, 우리가 지금껏 속해 온 집단 (그것이 친구 무리라고 하더라도)이 100% 나를 온전히 이해해 주고 내가 100% 나일 수 있는 집단은 없을 것이다. 그렇게 나를 죽여가며 사람들과 부대끼며 살다 보면 이런 패턴에 말리게 된다.

- 이 집단에서 잘하고 싶어. 잘 맞춰 봐야지

- 어? 이 사람은 이런 부분이 이해가 안 되네?

- 어? 난 그렇게 말한 적 없는데 얘기가 이상하게 퍼지네?

- 어? 잠깐만, 우리 회사는 자유롭게 의견 내는 것이 대표적 문화라고 해서 들어왔는데, “상사가 불편해하지 않을 선”안에서 만의 자유네?

- 어? 나만 적응 못하는 건가? 그래, 내가 문제일 거야. 피드백을 받아들이고 나를 개발해 봐야지. 기대에 부응할 테야.

- 어? 이상하다.. 나 원래 이렇게 남 눈치를 많이 보는 사람이었나?

- 잠깐만.. 일단 내가 나를 좀 파악해야겠어.. MBTI.. 난 F인데 우리 회사는 T가 많아서 내가 안 맞나?

- 잠깐만.. 내 친구들은 왜 모두 생일 파티를 거창하게 하는 걸 좋아하지? 내가 이상한 건가? 다들 E인데 나만 I라서 얘네랑 안 맞는 걸 거야..


그렇게 대한민국은 20세기에는 혈액형으로 4 분류를 하며 자기 위안을 삼았다면, 지금은 MBTI 16 분류로 각자가 속하는 (속한다고 생각하는) 16분의 1 네모 안에서 “나랑 비슷한 부류의 인간들”을 찾으며 외로움을 떨치고자 하는 것 같다.


그런데 이렇게까지 해서 내 옆에 ”사람“을 꼭 두어야 하는 걸까? 이런 물음이 언젠가부터 우리 내면에 자리 잡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INFP이지만 난 논리적이고 현실적인 것이 더 좋은데, 연예인들에게 많다는 INFP의 특징이 나에겐 잘 안 보이는데 내가 정말 INFP 인가 고민하며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INFP”의 특징에 무의식적으로 나를 끼워 맞추고 있는 건 아닐까?


그냥 사람이 싫은 것일지도 모른다. 사람이 필요할 때도 있고, 사람이 좋아질 때도 있겠지만, 사람이 싫을 수도 있는 것이 사람 아닐까.

그래서 누구든 (E이든 I이든), 자기 자신과 함께 하는 시간의 소중함을 이제 대중들도 깨닫고 있는 것이 아닐까.


그걸 어쩌면 브라이언이 대변해 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친구들을 좋아하고 집에도 자주 부르지만, 브라이언이 가장 행복해 보이는 순간은 그 “인간들 “을 다 내보내고 난 뒤 자기만의 스타일로 집을 청소하고 나서 혼자 음악을 들으며 자기 자신과 함께 하는 순간이다. (적어도 청소광 1화에서 그의 이런 모습은 연기하는 것으로 보이진 않았다)


서로 싫어하기도 했다가 좋아하기도 했다가 필요로 하기도 했다가 멀리 하기도 했다가. 그것이 인간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마음껏 외쳐 보자. “인간 싫어!!”


참고: 난 정말 인간이 싫어진 지 2년이 좀 넘은 것 같다. 특히 싫은 부분은 싫은 인간들을 억지로 만나며 나를 바꿔가면서 가면 쓰고 있는 나를 발견할 때이다. 그리고 그 가면이 나인지, 인간이 싫은 내가 나인지 헷갈리는 순간이 오면, 속수무책으로 가스라이팅 당해 온 내가 너무 싫어진다.

이젠 자존감을 회복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인간들과 잠시 떨어져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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