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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vvy May 30. 2024

20세기 대감집 유럽도 바꾼 코로나 킹왕짱

디지털라이제이션의 가장 큰 드라이버는 범지구적 위기 

이제 와서 왜 뒤늦은 코로나 이야기인고 하니. 

코로나 발생 2020년, 종식(이라고 선언한 적은 없지만, 우리 나라 기준 마스크 의무 해제는 2023년 3월 20일) 이라고 여겨진 지 1년 남짓 지난 지금 돌아 보니 와 정말 바뀐 것이 많구나라고 새삼 깨달았기 때문이다. 독일에 본사가 있는 회사를 7년간 다닌 덕에 1년에 2-3번은 갔던 유럽 (정확히는 프랑스나 네덜란드를 경유한 독일). 그리고 한 두번 여행 갔던 이태리. 아무래도 출장으로 다녔던 지라 유학, 이민, 취업 등으로 살거나 여행을 자주 했던 사람들과는 다른 경험 - 제한적인 만남, 장소 등- 위주임을 미리 말씀 드립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박시 님 말씀이 모두 맞습니다 저는 아무것도 모르면서 아주 짧은 지엽적 경험만으로 말씀 드리느 저만의 생각입니다. 


그렇게 다녔던 유럽은 나에게 이런 이미지를 남겼다. 

* 지금은 몰락한 옛날 양반집 가문의 자손들 

* 그 조상들이 남긴 재산으로 먹고 사는 사람들. 교양도 있지만 자존심도 세다. 

* 르네상스, 산업혁명, 민주주의, 그리스 로마 문화, 로마자 등 현재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문화의 발상지라는 은근한 프라이드 

* 생각보다 취약한 위생 개념 (특히 유럽 대륙 내 비행기를 타시는 분들은 꼭! 물티슈로 테이블과 팔걸이 등을 닦으시길 매우 추천드립니다... 화장실 갔다 손 씻는 사람 거의 못 봄) 

* 21세기에 시작한 회사나 브랜드 중 흥한 것은 스포티파이 말고는 없음 (b2c 브랜드 한정) 

* 생각보다 디지털라이제이션에서 매우 느림 

* 생각보다 한국 문화나 한국에 대해 관심 적음 (대신 일본 문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아직 많음) 케이팝은 유럽에선 아직 10대들 일부가 좋아하는 서브컬처 

* 최소 3개국어 이상 하는 사람들 많음 (국경이 붙어 있고, 언어의 뿌리가 비슷하다 보니 멀티링구얼이 많다) 

* 커피는 무조건 뜨겁게 

* 회사에선 미국 테크 같은 자유로운 복장은 아직은 초큼 어색 

* 유럽 대륙 간 비행기의 비지니스석은 이코노미석 1.5개 사용 

* 술, 초콜릿 좋아함 

* 많이 먹는데 비만인 사람 거의 없음 

아마 유럽에 대해 내가 갖고 있었던 위와 같은 이미지들과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들이 갖고 있는 이미지 중 겹치는 것도 있고 응?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데? 하는 것도 있을 것 같다. 아뭏든 이건 내가 느낀 것들이다. 


이번에 오랜 버킷 리스트 중 하나였던 로마-피렌체-이탈리아 남부 여행을 다녀 왔다. 일부러 한국 여행사 패키지가 아닌 자유 여행으로, 필요할 경우 영어 가이드가 있는 현지 투어를 신청했다. 그래서인지 타인의 해석이 붙지 않은 내가 느낀 100% 주관적인 그리고 이탈리아 한정한 새로운 점들이 눈에 띄었다. 잊어버리기 전에 이 공간을 통해 기록하고 나누고 싶어서 끄적거려 본다. 

* 역시 유럽은 아무도 부정할 수 없는 옛날 대감집이다. 볼 때마다 전율이 오는 천년, 이천년 된 유적들이 도시 곳곳에서 갑툭튀 하고, 그 옆을 시크한 모터바이크를 타고 지나가는 이탈리아노들을 보면 아 대갓집 애티튜드란 저런 거구나 싶어 살짝 기도 죽는다. 그래서 그렇게 비싸고 불편해도 유럽 여행은 모두에게 로망인지도. 

* 엄청난 유산들이 도시 곳곳에 널려 있어 현대의 사람들이 생활하기엔 언뜻 불편해 보이지만, 유산을 보존하면서도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 

* 서울이나 로마나 대도시 골목은 킥보드와 공유 자전거가 점령. 기후변화 시대에 어쩌면 당연한 현상인지도. 

* 캐쉬 좋아하고 디지털화 안되기로 유명했"던" 로마도 이제 완전한 디지털화! 아무리 적은 금액이라도 모두 카드 결제 가능 - 심지어 카드를 꽂거나 긁는 단말기가 아니라 그냥 카드를 우아하게 단말기에 갖다 되면 된다! - , 우버는 잘 안되지만 로마 및 각 도시에서 주로 쓰는 택시 앱을 다운 받으면 카카오택시처럼 활용 가능. (물론 선결제 가능) 심지어 식당에선 (단 주인이 운영하는 경우) 캐쉬 결제시 금액 네고도 가능했다! 

* 지하철 역 자판기에서도 신용카드로 마실 수 있는 에스프레소, 카푸치노. (심지어 디카페인도 가능) 

* 1분의 오차도 없는 이탈리아 고속철도! 세상에! 이탈리아 철도가 제 시간에  운영되다니! 

* 10년전 잘 생겼던 이탈리아 경찰들은 어디로??  

신기방기 - 카드로 마시는 로마 지하철역의 카푸치노


이탈리아에서!기차를! 제 시간에!
도심에 무심하고 시크하게 자리잡은 2천년 전 유적

중국은 코로나 전부터 정부 주도로 일치감치 전자페이 시스템을 도입해서, 우스갯 소리로 노점은 물론 동냥하는 사람들도 위챗페이 큐알코드로 적선을 받는다는 얘기도 있었다. 중국의 디지털화는 놀라울 정도로 빠른 속도였고 지금도 그런데, 더 놀라운 건 이런 모든 디지털 인프라가 중국 한정 플랫폼으로만 이뤄진다는 것이다. 이에 비하면 유럽, 그 중에서도 관광객들이 일년 내내 끊이지 않는 남유럽은 워낙 오래된 도시들의 인프라도 그렇고 디지털화가 요원해 보였던 것도 사실이다. 출장이나 여행을 다니다 보면 유럽 국적기조차도 공항 보딩 안내판에 출발 시간이 다 되어 가도록 게이트 정보가 뜨지 않는 것도 부지기수였으니. 그런데 이젠 모바일로 모든 수속이 가능해졌고, 더군다나 우리 나라에서는 사용이 어려운 구글맵의 활성화로 초행길이라도 유명 관광지는 물론, 로컬들만 가는 맛집도 금새 찾아갈 수 있는 곳이 되었다. 

그런데 여기서 생각해 볼 부분은, 과연 코로나가 아니었다면 이렇게 빠른 속도로 디지털화가 유럽에서 진행되었을까? 외부 트렌드를 받아 들이는데에 느리고 인색했던 예전의 구라파인들을 생각해 본다면, 코로나가 그들의 디지털화를 가속화하는데 도움이 된 것은 맞는 것 같다. 


이상, 저만의 좁은 식견에서의 생각이었습니다. 

무보정 노필터 하늘색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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