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라이제이션의 가장 큰 드라이버는 범지구적 위기
이제 와서 왜 뒤늦은 코로나 이야기인고 하니.
코로나 발생 2020년, 종식(이라고 선언한 적은 없지만, 우리 나라 기준 마스크 의무 해제는 2023년 3월 20일) 이라고 여겨진 지 1년 남짓 지난 지금 돌아 보니 와 정말 바뀐 것이 많구나라고 새삼 깨달았기 때문이다. 독일에 본사가 있는 회사를 7년간 다닌 덕에 1년에 2-3번은 갔던 유럽 (정확히는 프랑스나 네덜란드를 경유한 독일). 그리고 한 두번 여행 갔던 이태리. 아무래도 출장으로 다녔던 지라 유학, 이민, 취업 등으로 살거나 여행을 자주 했던 사람들과는 다른 경험 - 제한적인 만남, 장소 등- 위주임을 미리 말씀 드립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박시 님 말씀이 모두 맞습니다 저는 아무것도 모르면서 아주 짧은 지엽적 경험만으로 말씀 드리느 저만의 생각입니다.
그렇게 다녔던 유럽은 나에게 이런 이미지를 남겼다.
* 지금은 몰락한 옛날 양반집 가문의 자손들
* 그 조상들이 남긴 재산으로 먹고 사는 사람들. 교양도 있지만 자존심도 세다.
* 르네상스, 산업혁명, 민주주의, 그리스 로마 문화, 로마자 등 현재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문화의 발상지라는 은근한 프라이드
* 생각보다 취약한 위생 개념 (특히 유럽 대륙 내 비행기를 타시는 분들은 꼭! 물티슈로 테이블과 팔걸이 등을 닦으시길 매우 추천드립니다... 화장실 갔다 손 씻는 사람 거의 못 봄)
* 21세기에 시작한 회사나 브랜드 중 흥한 것은 스포티파이 말고는 없음 (b2c 브랜드 한정)
* 생각보다 디지털라이제이션에서 매우 느림
* 생각보다 한국 문화나 한국에 대해 관심 적음 (대신 일본 문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아직 많음) 케이팝은 유럽에선 아직 10대들 일부가 좋아하는 서브컬처
* 최소 3개국어 이상 하는 사람들 많음 (국경이 붙어 있고, 언어의 뿌리가 비슷하다 보니 멀티링구얼이 많다)
* 커피는 무조건 뜨겁게
* 회사에선 미국 테크 같은 자유로운 복장은 아직은 초큼 어색
* 유럽 대륙 간 비행기의 비지니스석은 이코노미석 1.5개 사용
* 술, 초콜릿 좋아함
* 많이 먹는데 비만인 사람 거의 없음
아마 유럽에 대해 내가 갖고 있었던 위와 같은 이미지들과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들이 갖고 있는 이미지 중 겹치는 것도 있고 응?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데? 하는 것도 있을 것 같다. 아뭏든 이건 내가 느낀 것들이다.
이번에 오랜 버킷 리스트 중 하나였던 로마-피렌체-이탈리아 남부 여행을 다녀 왔다. 일부러 한국 여행사 패키지가 아닌 자유 여행으로, 필요할 경우 영어 가이드가 있는 현지 투어를 신청했다. 그래서인지 타인의 해석이 붙지 않은 내가 느낀 100% 주관적인 그리고 이탈리아 한정한 새로운 점들이 눈에 띄었다. 잊어버리기 전에 이 공간을 통해 기록하고 나누고 싶어서 끄적거려 본다.
* 역시 유럽은 아무도 부정할 수 없는 옛날 대감집이다. 볼 때마다 전율이 오는 천년, 이천년 된 유적들이 도시 곳곳에서 갑툭튀 하고, 그 옆을 시크한 모터바이크를 타고 지나가는 이탈리아노들을 보면 아 대갓집 애티튜드란 저런 거구나 싶어 살짝 기도 죽는다. 그래서 그렇게 비싸고 불편해도 유럽 여행은 모두에게 로망인지도.
* 엄청난 유산들이 도시 곳곳에 널려 있어 현대의 사람들이 생활하기엔 언뜻 불편해 보이지만, 유산을 보존하면서도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
* 서울이나 로마나 대도시 골목은 킥보드와 공유 자전거가 점령. 기후변화 시대에 어쩌면 당연한 현상인지도.
* 캐쉬 좋아하고 디지털화 안되기로 유명했"던" 로마도 이제 완전한 디지털화! 아무리 적은 금액이라도 모두 카드 결제 가능 - 심지어 카드를 꽂거나 긁는 단말기가 아니라 그냥 카드를 우아하게 단말기에 갖다 되면 된다! - , 우버는 잘 안되지만 로마 및 각 도시에서 주로 쓰는 택시 앱을 다운 받으면 카카오택시처럼 활용 가능. (물론 선결제 가능) 심지어 식당에선 (단 주인이 운영하는 경우) 캐쉬 결제시 금액 네고도 가능했다!
* 지하철 역 자판기에서도 신용카드로 마실 수 있는 에스프레소, 카푸치노. (심지어 디카페인도 가능)
* 1분의 오차도 없는 이탈리아 고속철도! 세상에! 이탈리아 철도가 제 시간에 운영되다니!
* 10년전 잘 생겼던 이탈리아 경찰들은 어디로??
중국은 코로나 전부터 정부 주도로 일치감치 전자페이 시스템을 도입해서, 우스갯 소리로 노점은 물론 동냥하는 사람들도 위챗페이 큐알코드로 적선을 받는다는 얘기도 있었다. 중국의 디지털화는 놀라울 정도로 빠른 속도였고 지금도 그런데, 더 놀라운 건 이런 모든 디지털 인프라가 중국 한정 플랫폼으로만 이뤄진다는 것이다. 이에 비하면 유럽, 그 중에서도 관광객들이 일년 내내 끊이지 않는 남유럽은 워낙 오래된 도시들의 인프라도 그렇고 디지털화가 요원해 보였던 것도 사실이다. 출장이나 여행을 다니다 보면 유럽 국적기조차도 공항 보딩 안내판에 출발 시간이 다 되어 가도록 게이트 정보가 뜨지 않는 것도 부지기수였으니. 그런데 이젠 모바일로 모든 수속이 가능해졌고, 더군다나 우리 나라에서는 사용이 어려운 구글맵의 활성화로 초행길이라도 유명 관광지는 물론, 로컬들만 가는 맛집도 금새 찾아갈 수 있는 곳이 되었다.
그런데 여기서 생각해 볼 부분은, 과연 코로나가 아니었다면 이렇게 빠른 속도로 디지털화가 유럽에서 진행되었을까? 외부 트렌드를 받아 들이는데에 느리고 인색했던 예전의 구라파인들을 생각해 본다면, 코로나가 그들의 디지털화를 가속화하는데 도움이 된 것은 맞는 것 같다.
이상, 저만의 좁은 식견에서의 생각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