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양말목이 내려가면 발목으로 당겨 올리는 것과 바지가 허리춤 아래로 내려가면 위로 추켜올리는 것이 습관을 넘어 강박이 되어 버렸다.
그나마 양말목은 바지로 가려져서 보이지 않는 곳이라 자주 당겨 올리지는 않지만 허리춤은 하루에도 여러 번 추켜올리게 된다.
화장실 다녀와서 또는 바쁘게 왔다 갔다 하며 어르신들 도와주고 주변 정리를 하다 보면 허리춤의 바지사이로 윗도리가 조금이라도 삐져나오면 뭔가 마음가짐이 잘못된 것 같은 강박이 생긴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하던 일을 마치고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 전에 새롭게 다음 일을 시작하는 마음으로 허리춤을 추켜올리며 마음을 다잡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을 다잡는 하나의 의식적인 행동!
다행히 이것은 나에 대한, 나 자신에 대한 의식적인 강박이라 굳이 하지 말라고 나에게 다그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외부로 특히 사람에게로 향하는 나의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병적인 강박이다.
누구 한 사람을 좋아하게 되면 스스로 나 자신을 굉장히 피곤하게 한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을 유난스럽게 챙기는 병이 생겼다.
스토커는 아니겠지!
저 사람은 무엇을 좋아할까!
저 사람에게는 어떤 고민이 있을까!
저 사람도 나를 좋아하는 감정이 있을까!
어느 날 회사의 후배 직원인 그녀에게 조금씩 마음을 주기 시작했다.
일도 잘하고 마음씨도 착하고 아내를 많이 닮아서 그런지 그냥 조건 없이 잘해주고 싶었다.
그녀가 잘 됐으면 하는 마음이지 싶었다.
무엇이든 그녀에게 도움이 된다면 도와주고 싶었다.
그 선의에는 나에게 호감을 갖게 하기 위한 반대급부가 전혀 없다고 말할 수는 없겠다.
그렇지만 선의로 그냥 내 마음만 전해주고 싶은, 그냥 잘해 주고만 싶은 순수한 마음이 더 지배적이다.
좋아하는 정도가 지나치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그녀가 입은 셔츠를 보면 나도 같은 색의 셔츠를 입고 싶어졌다.
그녀가 흰색 셔츠를 입고 오면 나도 다음날 흰색 셔츠를 입고 출근해 보고 그녀가 검은색 셔츠를 입고 오면 나도 다음날 검은색 셔츠를 입고 출근했다.
여러 번 그녀의 옷 입는 패턴을 관심 있게 보다 보니 그녀가 입고 온 셔츠의 색을 따라갈게 아니라 같은 날 같은 색의 셔츠로 색을 맞춰 보고 싶은 욕망이 생겼다.
그동안 그녀의 패턴을 옆에서 눈여겨보아 왔기에 쉽게 맞출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쉽지는 않았다.
'혹시 그녀도 나와 같은 색의 셔츠로 색깔을 맞추려고 하다 보니 매일 서로 어긋나게 입고 오는 거 아냐'라는 쓸데없는 상상까지 하게 되었다.
오늘은 그녀가 검은색 셔츠를 입고 올 거라는 확신을 하고 나는 보란 듯이 검은색 셔츠를 입고 출근했다.
그녀가 출근하기를 기다리는 동안 '검은색 검은색'만 되내이며 온통 그녀가 입고 올 셔츠 색깔을 떠올리기만 했다.
오 맞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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