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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앤드 Mar 10. 2023

십 년째 육아 중입니다만...

결혼 전의 망언



결혼 전의 망언


 결혼 전에는 아이를 낳으려면 둘은 낳아야지 생각했다. 하나를 낳을 거면 낳지 않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했을 만큼.. 결혼을 하고 나서는 아이를 낳지 않고 사는 것은 어떨까 생각했고, 결국에는 남편에게 내 생각을 말했다. 


"오빠, 우리 아기 낳지 않고 둘이 사는 건 어때?"

당시 지하철을 타고 가다가 불쑥 이런 말을 하는 나를 바라보던 남편의 표정이 잊혀지지 않는다. 적잖이 당황한 듯, 그리고 굉장히 낙담한 듯, 그러나 애써 담대한 듯한 표정으로 그는 짧게 대답했다.

"그래, 난 뭐든 네 뜻에 따를거야."


 그리고 우리는 올해로 결혼 13년차 부부이자 딸 둘 부모가 되었다. 십 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데 강산이 한 번 변하고도 삼 년이 지나는 시간 동안 나는 이십대에서 마흔을 눈 앞에 둔 아줌마가 되었다. 지나온 시간이 애석하다거나 무엇을 하며 난 지금까지 살아왔을까 공허한 표정을 하기에는 지나온 시간 만큼이나 내 마음에는 수 많은 추억이, 내 몸에는 수 많은 경험들이 켜켜이 쌓였다. 단순히 좋았다, 나빴다라는 이분법적인 말로는 다 표현해내지 못할 만큼 수 많은 추억과 경험들이 현재의 나를 지탱해주는 무한 동력이 되어 여전히 나는 내 삶에 열중하고 있다. 




내겐 이상과도 같은 편안한 삶


 스무 살의 내가 보는 마흔 살은 인생의 의미도 깨닫고, 나라는 인간에 대한 깨달음 쯤이야 진작에 얻어서 그 깨달음을 바탕으로 편안한 삶을 이루고 살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편안한 삶이야 사람마다 생각하기에 따라 다르겠지만, 적어도 나는 돈에 대한 걱정은 차치하더라도 나라는 한 인간에 대한 고민따위는 끝낸 삶을 살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우주에서 보면 나라는 존재는 티끌로도 보이지 않을 만큼 작고 미세할 터인데 나란 인간 하나에 대한 편안함도 이루어내지 못했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할 수 없었다. 그러나 그건 나의 오만한 생각이었다. 여전히 나는 나의 길을 헤매고 있으며 편안한 마음보다는 편안해 지려고 애쓰는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다. 


 아이 둘을 키우다 보니 아이가 하나일 때와는 또 다른 힘겨움이 생겨났다.

"아이가 둘이면 두 배 힘들 것 같지? 네 배는 더 힘들어."라고 말하던 지인의 말이 매 순간 떠오를 정도로 아이가 없는 삶과, 아이가 하나인 삶과, 아이가 둘 이상인 삶은 전혀 다른 세계임을 몸소 체험하는 중이다.

 아이를 낳을 거면 둘을 낳겠다는 결혼 전의 생각과는 달리 첫째 육아를 하면 할 수록 둘째는 감히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렇게 둘째에 대한 고민을 더이상 하지 않기로 마음 먹어갈 즈음 둘째가 내게로 왔다. 낳고 보니 그렇게 예쁠 수가 없다. 지금은 이녀석들을 낳지 않았으면 내 삶은 어땠을까 생각하면 코 끝부터 찡해지려고 하지만 육아는 현실이고, 그 현실에서 내게 가장 큰 문제는 체력이었다. 

 첫째 아이가 어느 정도 자라서 이제 조금 육아의 비중을 줄일 수 있겠구나 싶은 타이밍에 둘째 아이가 태어났다. 그러다보니 나는 지금 십 년째 육아중이다. 나는 여전히 전업주부다. 십년 전에도 지금도 나는 여전히 무언가를 계획하고, 쓰고, 만들어가고 있지만 편안한 삶에는 아직 달하지 못했다. 여전히 나는 나에 대한 고민에 더해서 아이들에 대한 고민까지 생겨났으니 말이다.




아직 오전 10시잖아!


 다만 십년 전과 달라진 것이 있다면, 내 인생은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는 훨씬 더 많은 시간이 남았음을 깨달았다는 것이다. 김난도 선생님의 인생시계대로라면 100세를 기준으로 보았을 때 나는 여전히 오전 10시도 되지 않은 시간을 살아가고 있다. 물론, 내가 백살까지 살 수 있을지는 모를 일이지만. 

 스무 살에는 마흔 살이 되면 대부분 원하는 것을 이루었기에 큰 목표나 성취도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막상 그 시간이 오니, 나는 여전히 갈망하고 여전히 꿈꾸고, 여전히 스무살의 나와 다르지 않게 살아가고 있다. 두 아이의 엄마가 되었음에도 내 손의 가시가 가장 아픈 법이라 나는 여전히 내 삶이 가장 고민스럽고 내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 아이가 짜증을 내면, 아이의 짜증 3에 내 짜증 7을 더해 끝끝내 10을 채우는 부족한 엄마다. 그럼에도 나는 이런 나를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나는 십 년째 육아 중이며 십 년째 포기하지 않고 나의 길을 찾아 걷고 있는 중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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