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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민 Jul 01. 2022

마을 안에서

잔나비 '전설'

- 시원해!’ 아무리 가슴을 쳐도 쉬이 내려가지 않는 답답한 마음을 풀어주는 노래를 만났습니다. 사실 만났다고 표현하기엔 너무 오래전부터 좋아하던 노래라, 지금  마음을 표현해 주는 곡이라고 소개하는  맞는  같네요. 밴드 잔나비의 ‘전설이라는 곡입니다. 2019년에 발매된 잔나비의 <전설>이라는 앨범에 수록된 노래예요.


드럼의 힘찬 롤로 노래는 시작됩니다. 고조된 긴장감을 가지고 시작하는 듯 보이지만, 재미있는 건 집중되는 초입 이후로 느슨한 리듬이 끝까지 이어진다는 거예요. 100M 달리기의 출발을 위해 숨을 참고 기다렸는데, 갑자기 터벅터벅 걷는듯한 그런 언발란스함. 딱 그렇게 표현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느슨하지만 묵직한 베이스 라인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저 축축 늘어지는 그런 곡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오히려 끝까지 이어지는 그 묵직한 베이스로 인해 여유롭게 느껴집니다.


오늘 아침, 언니와 동생에게 노래를 틀어주며 “요즘 이 노래가 그렇게 시원하더라-“라는 말을 덧붙였습니다. 그러니 동생이 “잔나비 노래는 소리를 질러도 지른 것 같지도 않은데?”라고 하더라고요. 와, 정확히 그 포인트 때문에 이 노래가 시원한 건데. 토해내듯 소리치는 보컬이 너무 과하지 않아서, 동생이 말했듯 소리를 지른 것 같지 않아서 오히려 제겐 시원하게 다가옵니다. 여기에선 아무리 소리를 질러도 밖에서 들을 수 없다고 이야기해주는 것 같거든요. 그러니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마음껏 목놓아, 늘어지게 소리쳐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전설이라는 마을 안에선 얼마든 울어도, 웃어도, 청승맞게 벽을 바라봐도 좋다고 말이죠.


‘그대 나를 사랑이라 불러주오. 그리되어 드리리’, ‘Rock and roll save my life’. 특히 중간중간 나오는 이 부분의 보컬은 정말 목 놓아, 허리를 숙인 채 부르는 것 같아요. 몰입감이 상당한 노래라 그런지, 푹 잠겨서 듣다 보면 자연스럽게 눈을 지그시 감고 보컬과 밴드 세션의 쏟아냄에 함께 동요하게 됩니다. 그러다 보면 주름이 잡힐 정도로 찌푸리고 있던 미간이 어느새 풀려있더라고요. 억지스럽지 않게 쌓아왔던 감정을 토해낼 수 있게 도와주는 힘이 있는 노래예요.


요즘의 저는 가지고 있는 생각을 -  밖으로 내뱉기보다 조금  머금고 있는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다가 소화시킬 것들은 삼켜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은 모양이에요. 그래서 누군가 대신 뱉어주는 소리가 너무 시원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아무리 소리쳐도 새어 나가지 않을  같은 곳을 발견하니 안정감이 드나 봅니다. 쉽게 소화되지 않는   막히는 감정을 전설이라는 마을 안에 두고 가렵니다. 잠깐이라도 시원했어요, 고마워요 잔나비!


https://youtu.be/giVdR6h3_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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