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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민 Jul 01. 2022

자화상[自畫像]

진수영 'Self-Portrait'/ 사울 레이터_창문을 통해 어렴풋이


https://youtu.be/RCvUjzkAu_c


*음악과 함께 읽으시기를 권장합니다.*


눈, 코, 입. 별반 다를 것 없어 보이는 생김새. 가끔은 사람은 다 비슷하게 생기지 않았나라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확실히 다르게 생겼음에도 그렇게 다른가? 싶기도 하고요. 그렇게 거울 속에 비친 나를 가만히 들여다보았습니다. 오른쪽 볼 옆으로 점이 두 개 있고, 왼쪽 볼 가장자리에도 점이 하나 있습니다. 눈썹에는 조금 산이 있고, 입술은 조금 두꺼운 쪽에 속하는 것 같습니다. 쌍꺼풀이 짙게 있고, 코밑으론 흉터가 하나 있네요. 가만히 들여다보니 모두 이와 같이 생기진 않았겠구나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가끔씩 나와 닮은, 비슷한 사람들을 만납니다. 걸어온 시간의 굽어진 부분이라든지, 어려서부터 받아온 상처, 특정한 감정을 느끼게 되는 포인트. 꽤 비슷한 사람들을 많이 만나왔습니다. 그들과 함께 시간을 쌓아가다 보면 가끔은 제가 지금 겪고 있는 일이나 감정을 상대방이 먼저 지나왔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상대가 처해있는 상황에 제가 미리 경험이 있기도 했고요. '걸어온 시간과 생각하는 구조가 비슷하니 나의 삶도 곧 저렇게 풀려 가려나?'. 좋든 싫든 비슷하게 흘러갈 것 같다는 생각을 하던 때가 꽤 많았습니다. 그렇게 몇 번 질문을 던져보면서 타인의 행복을 빌려 머릿속에 그림도 그려도 보고, 반대로 좌절도 해보고 나니 심심한 결론을 낼 수 있었습니다. 각자의 이야기는 다르다는 것이죠. 나와 비슷한 저 이가 첫 번째 문을 열고 들어갔다고 나도 그러리란 법이 없습니다. 만약 비슷하게 흘러간다 하더라도 차곡히 쌓이는 디테일한 시간과 감정은 나와 비슷한 그와 같을 수 없습니다. 당연한 이야기인데도 애석하게 깨닫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전혀 다른 타인의 삶에 나를 빗대어 좇아가는 것이 아니라 나의 삶의 방향과 속도를 인정하고 바라볼 수 있게 되는데 말이죠.


거울을 자세히 보니 내 얼굴이 다른 사람의 얼굴과 달리 생긴 것처럼, 우리 모두의 삶이 그러합니다. 각자 다른 이야기를 써 내려가고 있어요. 그러니 곰곰이 들여다보고 빌려온 행복과 두려움이 아닌, 무엇이 되었든 나의 흘러감에 기대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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