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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광석 Feb 05. 2024

자유로워라

나훈아의 쇼를 보고

‘행복해지려면 꿈을 꾸어야 하고꿈을 꾸려면 자유로워야 하고.’


아내와 나는 두 시간여의 방송을 보면서, 나훈아의 젊음에 가슴이 두근거렸고 그의 열정에 압도되었다. 흥분되고 아름다운 시간이었다. 거실은 눈물을 흘리고 박수를 보내는 극장이 되어버렸다. 행복한 밤이었다. 


KBS 2 TV의 2020 한가위 프로그램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는 우리를 감동하게 하고도 여운이 오래 남았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의기소침해진 모두의 사기를 북돋우기 위해서 기획된 작품이었다. 15년 만의 TV 출연인 그는 출연료를 안 받는 대신, 재방송은 하지 않기로 했다. 애초에는 스튜디오에 방청객을 가득 초청할 예정이었지만, 코로나 상황이 악화하면서 대면 공연이 어려워, 최신 화상 회의 시스템 ZOOM을 이용한 공연을 선택했다. 


방청객이 없는 공연이라 썰렁할 것으로 생각하였지만, 방송국의 연출과 기획이 훌륭하여 충분히 감동받을 수 있었다. 혼자서 하는 공연이었지만, 가수 나훈아의 출중한 실력과 뜨거운 열정이 성공적인 반응을 끌어낸 것이다. 신문 방송 특히 인터넷방송과 블로그 등에서 반응이 뜨거웠다. 


“행복하기 위해서는 꿈을 꾸어야 하는데, 꿈이 고갈된 것 같아 10여 년의 공백 기간을 가졌다. 여행도 하고 책도 읽으며 운동도 하면서 지냈다.”라고 공연 막간의 시간에 토로했다. “정부에서 훈장을 주겠다고 했지만가수라는 직업만으로도 부담스러운데 훈장까지 받아 놓으면 자유스럽지 못할 것 같아서 사양했다”라고도 했다

자유롭기 위해서 모두 비워내는 그를 보며잘 사는 삶을 향한 깊은 성찰을 볼 수 있었다

가수는 행복과 꿈을 파는 직업이라고 말하는 그의 확고한 직업관에 고개가 숙어졌다


나이도 나와 동갑으로 74세이다인생 후반기에 접어들었는데 아직도 작사 작곡을 할 수 있는 지력과 두 시간 반 동안 노래를 할 수 있는 체력을 지니고 있다는 점만으로도 충분히 존경받을 자격이 있었다나의 나태를 지적받은 듯 정신이 번쩍 들었다부끄러웠다손으로 땀을 닦아내며 30곡 이상의 노래를 부르는 정열과 성실에 감동했다노래 하나를 쓰는데 짧아야 팔 개월이나 걸린다는 신곡을 지금도 발표하며끊임없이 삶을 성찰하면서 음악성을 연마하고 있었다아직도 성장하고 있는 나이 먹은 젊은이였다


옛날과 비교하여 곡은 물론 가사와 노래가 발랄하지만, 나이의 무게만큼이나 심오하여 좋았다. 여행도 하고 책도 읽으며 사색하는 숙성의 시간을 지나온 가사가 울림이 있었다. 신곡 “테스 형”은 고민을 소크라테스에게 묻는 가사였다. 노랫말 중에 “그저 와 준 오늘이 고맙기는 하여도, 죽어도 오고 마는 또 내일이 두렵다 ~~ 중략~~ 세상이 왜 이래 왜 이렇게 힘들어 ~~ 중략~~ 사랑은 또 왜 이래”이라는 부분이 새해를 알리는 보신각 종소리처럼 가슴을 두드렸다. 소크라테스에게 물어도 ‘모른다고 하더라’ 면서 너스레를 떨었다. 


쉬우면서도 정곡을 찌르고 평범하면서도 관객의 감성을 흔드는 노랫말이 눈물샘을 자극했다. 호소력 있는 노래, 무대 위에서의 매너와 테크닉은 경지에 오른 완벽한 프로의 모습을 보여주어 아름다웠다. 역할을 완전히 소화하여 형식에 구애됨이 없으면서 형식을 벗어나 문란하지 않은 만년의 추사 서체를 보는 듯 엄격하며 자유분방했다. IT를 접목한 방송국의 무대 기술은 구경거리와 감동을 주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오늘 큰 배움을 얻었다. 공연을 보며 얻은 교훈으로 인생 후반전을 젊고 충실하게 살기를 다짐했다. 

“자유로워라, 그리고 꿈을 꾸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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