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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야 Jan 05. 2023

불확실성을 대하는 자세

MEMO - 12

<1>

 사람들은 잘 살아 보려고 계획을 세우고 성실히 지키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고된 노력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연초에 세웠던 계획은 어김없이 틀어진다. 그중에서도 몇몇은 계획을 망쳐버린 것에 대한 스트레스를 극심하게 받는다. 계획이 틀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도 말이다. 그들이 이 사실을 아는지는 모르겠다. 개인적인 바람을 보태자면, 알고 있지만 너무 바빠서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고 믿고 싶다. 


미래는 불확실하다



<2>

 투자자의 입장에서 불확실한 미래를 가장 잘 설명하는 것을 하나만 꼽으라면 가장 자연스럽고 즉각적으로 나오는 대답은 '주식시장'이다. 자본주의가 만들어 낸 가장 위대한 발명인 주식시장은 인생의 축소판이다. 투자자들은 미래가 불확실하다는 것을 '알고'있고, 사전에 매수할 기업에 대해 공부하며, 투자 계획을 꼼꼼히 세운다.


 그러나 서울에 있는 4년제 대학을 목표로 3년을 바친 소년이 20살에 세상과 타협하고 지방에 있는 대학교로 발길을 돌리는 것처럼, 투자자들의 당찬 포부와 계획은 잔혹한 시장 앞에서 처참하게(그리고 언제나) 짓밟힌다. 


 우리의 능력으로는 어쩔 도리가 없다. 눈앞에 그윽하게 깔려 있는 불확실성의 안개는 만질 수도, 잡을 수도 없다. SF소설에 등장하는 주인공처럼 지나간 과거를 되돌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시간은 그저 지나갈 뿐이다. 그들에게 동정 따위를 기대하지 말자.



<3>

 카너먼을 필두로 한 행동경제학자들에 따르면, 인간은 예상치 못한 상황에 맞닥뜨렸을 때 당황하거나 패닉에 빠진다고 한다. 물론 어디까지나 이것은 일반적인 경우이며, 충분히 예상했다고 하더라도 실제로 상황이 발생하면 놀라 자빠지는 우스꽝스러운 능력이 우리에게는 있다. 


 이런 형편없는 초능력을 가지고 주식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물론 가능하다. 알려진 투자자들은 물론 조용히 자신의 투자 방식을 고수하는 사람들까지도 이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그 수는 매우 제한적일 것이다. 



<4>

 힌트는 멍거의 말속에 있다. 


 유용한 개념 또 하나는 맥캐프리Edawrd McCaffery 학장이 준, 어느 농부의 말입니다. "내가 죽을 장소를 안다면 그곳에는 절대 가지 않겠다." 이는 복잡 적응계와 우리 인식 구조에 관한 것입니다. 흔히 문제를 뒤집어 생각하면 더 쉽게 풀린다는 개념입니다. 다시 말해서 인도를 돕고 싶다면 '내가 어떻게 하면 인도에 도움이 될까?'라는 질문 대신 '내가 어떻게 하면 인도에 피해가 갈까? 그 피해를 막으려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질문을 던지는 것입니다. 두 질문이 논리적으로는 똑같아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대수학에 통달한 사람은 잘 알고 있듯이, 세상에는 뒤집어 생각해야만 풀리는 문제가 많습니다. 아인슈타인보다 유능한 사람이 아니라면 뒤집어 생각하는 방식이 유용할 것입니다. 

 이제 우리도 뒤집어 생각해 봅시다. 어떻게 하면 실패할까요? 성공하려면 무엇을 삼가야 할까요? 답은 매우 간단합니다. 게으르고 못 믿을 사람이 되지 말아야 합니다. 어떤 덕목을 갖추어도 못 믿을 사람이라면 소용이 없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게으르고 못 믿을 사람이 되지 않도록 행동에 유의해야 합니다. (중략) 


 이제 멍거의 말을 빌려 투자자들이 쉽게 빠지는 편향을 극복하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해 보자. 편향에 매몰되는 것을 억제하기 위해서 우리는 '내가 어떻게 하면 편향에 빠지지 않을 수 있을까?'라는 질문 대신 '내가 어떻게 하면 편향에 빠질까?'라고 질문을 던질 수 있다. 


 자신이 매수한 주식과 사랑에 빠진다면 의사결정을 편향되게 할 수 있다. 기업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만을 제시하는 것은 어떨까? 낙관적인 전망을 바탕으로 주식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예측을 해 보는 것은 어떨까?


 A부터 Z까지의 근거를 바탕으로 했을 때 EV시장은 성장할 것이다. 특히 현재 선두에 있는 테슬라가 시장에서 가장 큰 파이를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 주가는 장기적으로 기업의 가치와 수렴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EV시장의 성장은 자연스레 테슬라의 성장으로 귀결될 것이며, 따라서 테슬라의 주식 가격은 상승할 것이다. 다시 말해, 지금 사야 한다!


 이제 우리는 이런 식으로 사고하면 안 된다는 것을 배웠다.


 EV시장의 성장에 브레이크를 걸 수 있을 만한 요인은 무엇일까? 테슬라가 앞으로도 시장의 선두주자로 남아 있을 것이라는 합리적인 근거는 무엇일까? 테슬라의 해자를 영구적으로 훼손시킬 만한 사건은 어떤 것이 있을까? 과거 사례에서 반대되는 경우를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장기간이라면 얼마나 장기를 의미하는가? 3년, 5년, 15년? 긴 기간 동안 테슬라가 망하지 않으면서 EV시장의 선두주자를 유지할 수 있을까? 테슬라의 해자는 몇 년짜리일까?


 '역으로 생각하기' 방식의 장점은 기대치를 낮출 수 있다는 점이다. 투자자들은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에 대한 기대치가 과하게 높다. 한 삼성전자 주주의 말은 아직도 종종 떠오른다. "삼성전자는 어차피 망하지 않을 기업이라서 매달 조금씩 모아가면 결국에는 큰돈을 벌 수 있을 겁니다." 투자자들은 조금 더 겸손해질 필요가 있다.



<5>

 기대치를 낮췄을 때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이점은 미래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진다는 점이다. 이제 우리는 더 이상 신을 믿을 필요가 없다. 구글 신god이나, 아마존 신께 기도를 올릴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이성적으로 생각하자. 미래는 불확실하기 때문에 주식을 사기 전에 세웠던 계획과 예측은 불완전하다. 예측이 맞으면 돈을 벌겠지만 그렇지 않는다면 돈을 잃게 될 것이다. 


 이렇게 하면 투자는 신에게 의지하지 않고도 극단적으로 단순해질 수 있다. 먼저 기댓값이 높은 투자, 다시 말해 비대칭 기회를 찾는다. 그리고 수집한 정보를 바탕으로 예측을 하고 투자 계획을 세운다. 여기서 예측의 목적은 정확한 미래를 맞추기 위함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 따라서 모든 예측이 틀릴 것이라고 가정하는 편이 오히려 낫다. 마지막으로 해야 할 일은 예측이 틀렸을 때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다. 


내가 한 가치평가가 틀린 것으로 밝혀진다면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

 즉시 모든 주식을 매도하고 기업에 대한 평가를 다시 한다. 이익을 보고 있든, 손실을 보고 있든 상관없다. 모든 주식을 매도한 후 그 상황에서 벗어나 객관적으로 다시 평가할 것이다. 


특정 종목이 가격 상승으로 인해 포트폴리오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0%를 넘어간다면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 (포트폴리오에서 한 종목 당 차지할 수 있는 최대한도는 40%이다)

 보유 주식의 10%를 매도한다. 예외는 없다. 그리고 일지에 매일 가격 변화를 기록한다.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해당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이 40%를 넘는다면 비중을 절반으로 감소시킨다. 


 이 단순한 예시는 계획인 동시에, 특정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즉각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행동 지침이자 원칙이다. 원칙은 어떤 상황에서도 반드시 지켜야 하기 때문에 원칙이다. 


원칙을 지키지 않을 것이라면, 원칙이 왜 존재하는가?



<6>

 이 놀라울 정도로 효율적인 방식은 위대한 투자자들의 말속에 숨어있다. 버핏에게도, 멍거에도, 심지어 리버모어 같은 투기꾼의 말속에도 숨어있다. 그들은 정확한 예측을 포기했다. 그들은 신께 기도드리는 대신 행동했다. 결국 투자의 승패는 이 당연한 것을 하는 것과 하지 않는 것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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