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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lie Apr 13. 2022

스타트업이 나랑 맞을까?

합격은 했는데 갈까 말까 고민 중인 당신에게

취업을 준비하고 있다면 스스로에게 물어볼 질문


1. 나는 어떤 조직에서 일하고 싶은가?

2. 어느 조직 문화가 나에게 적합한가?


첫 직장을 스타트업으로 선택한 이유


서울에 있는 한 대학에서 영어교육을 전공했다.


나는 대학교에서 특이한 이력을 가진 사범대생이었다. 전공 수업시간에는 영어로 수업 시연하는 것은 좋아하고, 수업 경연대회에서 금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주변 사람들은 '교사가 잘 어울려'라고 말해주었지만, 나는 "교사는 먼 훗날 하려고요"라고 대답할 뿐, 늘 다른 꿈을 꾸고 있었다.


안정적인 것을 택하고 싶은 성격은 전혀 아니었다. 항상 도전하는 것을 좋아했고, 다양한 경험들을 하고 싶어 했다. 그래서 나는 일찍부터 취업을 생각했고, 어떤 분야로 취업을 하면 좋을지 생각하고 있었다.


대학생 때는 막연히 외국계 기업에서 일하고 싶어 했다. 수평적인 문화가 좋았고, 5년간 해외에서 거주한 경험이 있는 나로서는 외국문화가 어우러진 기업이 나와 적합해 보였다.


그러던 어느 날, 링크드인을 통해 구직을 하고 지원서를 제출하던 중 한 벤처캐피털(VC)에서 면접 제의가 왔다. VC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스타트업이 어떻게 투자를 받는지도 모르던 시기에 그저 Job Description이 흥미로워서 지원했던 미국계 VC에서 나의 지원서를 보고 면접 제의를 한 것이다.


면접을 보기 전에 서점에서 스타트업과 관련된 책과 매거진을 읽고, 스타트업 동향에 대해 빠르게 습득했다. Pre-A 단계의 스타트업 Accelerator Program을 운영하는 인턴직이어서 서둘러 스타트업의 시리즈에 대해 알아보곤 했다. 빈약한 지식으로 면접에 임하게 되었는데, 생각보다 면접을 잘 보았고 오퍼도 받았지만 학교를 다니면서 인턴을 할 수는 없었기에 일을 하지는 않았다. 추후 몇 달 후에 다시 연락을 달라고 했는데 실제로 4개월 후에 연락이 오기도 했다. 그 당시 면접에서 기억나는 질문이 있다.


만약 스타트업에서 일하게 되거나 창업을 한다면 어떤 분야에 관심이 있나요?

"저는 교육 관련 스타트업에서 일하고 싶어요. 온라인 교육 서비스들이 많아지고 있는데, 교육 관련된 서비스를 만들어 보고 싶어요."


이렇게 답변을 한 것은 그저 생각나는 대로 답한 것뿐이었다.


스타트업에 대해 전혀 모르던 나는 '실리콘밸리를 그리다'라는 책을 접하면서 '스타트업에서 일하면 재밌겠다, 나랑 정말 잘 맞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창 대기업 채용공고에 열심히 지원하고 탈락 이메일을 받던 중이었다.


그러던 중, 대학 친구가 EdTech 스타트업의 채용공고 사이트 링크를 보내주면서 말했다


"It meets all the things you told me you are interested in! 

Startup, ed tech, education curriculum."


어떤 회사길래 '세상을 바꿀 열정'이 있는, 교육에 관심이 있는 사람을 뽑는 것일까?

그렇게 나는 이 스타트업에 대해 알아보기 시작했고, 채용 중인 포지션에 지원하였다.


스타트업에 가고 싶은 이유는?

나의 의견이 존중되고, 수평적인 문화가 있고, 나에게 많은 책임이 주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가고 싶었다.

항상 리더 자리에 있었고, 크고 작은 프로젝트를 수행한 인턴 경험이 있었기에 그렇게 나의 손으로 무엇인가 하는 것이 가능한 곳에 가고 싶었다.


이 회사에 오고 싶은 이유는?

실제 면접 때 받은 질문이었다. 나는 이렇게 답했다.


"나의 비전과 회사의 비전이 일치합니다. I share the same vision."


회사의 비전은 '기술로 교육 격차를 해소하는 것'이다.


나의 비전은 '교육의 기회가 없는 이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개발도상국에 학교를 짓는 것이 비전이었던 나에게 새로운 인사이트를 제공해준 회사였다. 학교를 짓지 않아도 딥러닝을 통해 통해 교육 격차를 해소하고 교육의 기회를 확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대표님과의 면접을 통과하고, 대학교 졸업 전에 '에듀테크 스타트업'에 입사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이 회사에 오기 전에는 어떤 회사에서 면접을 봤는가?


정말 다양한 산업과 직무를 알아보고 있었기에 스타트업과는 전혀 다른 로펌에서 면접을 본 적이 있다. 면접을 보면서 내가 어떤 조직에서 일하는 것이 적합할지 생각을 하게 된 계기가 있다.


1차 실무 면접

면접관: 이전에 일했던 곳에서는 보고 체계가 어떻게 되나요? 여기는 보고체계가 명확해서요.


2차 변호사 면접

면접관(변호사): 로펌에서 하는 일이 그렇게 화려하지는 않아요. 패러리걸은 변호사들이 하는 것보다 덜 화려한 것을 하죠. 기존에 하는 방법대로 데이터를 정리해야 하고 새로운 창의적인 의견을 내는 사람을 온다면

그냥 집에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죠.


로펌은 위계 조직의 기업문화가 있는 곳이다. 그런지 이러한 질문을 받게 된 후 "이 기업의 사람도 내가 여기보다 다른 곳에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것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 미국 대기업에서 HR 인턴 면접도 봤다. 나름 HR에 관심이 많았고 외국계 기업이어서 가고 싶은 마음이 컸다. 그렇지만 면접에서 받은 질문은 아직도 잊히지 않다. 


2차 실무 면접

면접관: 대회 운영일을 많이 하셨네요. 인사팀에서 하는 일은 그보다는 따분하거나 반복되는 보통 일이에요.

그런 업무도 잘하실 수 있으신가요?


시트 제조업을 하는 대기업이었기 때문인지, 인사팀의 업무가 정말 따분한 편인 것인지.

면접관도 내가 위계 조직에 적합하지 않을까 봐 걱정한 것이었을까?


여담이지만, 직장생활을 시작한 스타트업에서 HR / People 업무를 담당한 적이 있었다. 그리고 실제로 직무를 바꾸게 된 여러 계기 중 하나가 반복되는 과업이기도 하였다. 어쩌면 그 면접관이 나의 성향을 조금 잘 파악하셨지 않을까 싶다. 


다시 스스로에게 질문하기


누구나 취업 혹은 이직을 하기 전에 생각을 해보면 좋을 것 같다. 


1. 나는 어떤 조직에서 일하고 싶은가?

2. 어느 조직 문화가 나에게 적합한가?


나는 위계 조직이나 아주 체계적인 조직에서 일하는 것보다는 역할 조직, 즉 스타트업이나 업력이 길지 않은 외국계 기업 조직에서 일하는 것이 성향에 맞다. 


스타트업에 입사한 후에는 나의 목소리가 존중되는 곳에서 자유롭게 의견도 내고, 크고 작은 의사결정에 기여하고, 새로운 프로젝트들도 내가 직접 만들어서 수행하는 등 자율성이 있는 조직에서 회사가 성장하는 페이스만큼 빠르게 성장했고, 젊은 사회 초년생이 배울 수 있는 회사 경영과 조직에 대해 광범위하게 배우게 되었다. 


앞으로도 어느 조직에서 일할지 고민이 된다면, 내가 어떤 조직에서 어떤 팀과 함께할 때 편안하고 시너지가 날 수 있는지 생각을 해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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