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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닥도닥 Sep 22. 2020

마음의 경계선에서 불안하다면

경계선 성격장애에 대한 고찰


오늘은 자아상, 대인관계, 정서가 불안정하고 충동적인 특징을 보이는 ‘경계성 성격’을 가진 사람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경계성 성격장애란?


자아상, 대인관계, 정서가 불안정하고 감정의 기복이 심한 성격장애로 권태감과 공허감이 만성적으로 나타납니다. 우울, 분노의 정서가 자주 나타나며 자제력이 부족하고 충동적이어서 대인관계가 불안정하고, 자해나 자살행위의 빈도가 높습니다. 버림받는 느낌을 피하기 위해 대인관계에 필사적인 경향을 보이고 심한 정서적 불안정을 보이며 허무감과 권태를 자주 느낍니다. 행동이 폭발적이기 때문에 예측이 어려우며 변덕스러운 행동을 보이고, 자해행동을 통해 주변사람들을 조종하려는 경향을 보입니다. 대인관계는 일관되지 않고 끊임없이 변화하며 가까이 접근했다가 곧 실망하고 원망하는 양극단의 양상을 반복합니다.



 경계성(Borderline)이라는 단어는 정신증과 신경증의 경계를 넘나든다는 뜻에서 유래되었습니다. 청소년기의 심한 사춘기와 비슷하기도 하고, 감정 기복이 심해 조울증으로 오해되거나 함께 진단되는 경우도 흔합니다. 


 정신분석학자인 Otto Kernberg는 경계성 성격구조가 많은 성격장애의 기저에 위치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경계성 성격은 영화나 소설에서도 종종 접하긴 하지만 실제로 만나면 대처하기 쉽지 않고 서로 상처를 받는 관계로 발전하기 쉽습니다.




우리 주변에서 경계성 성격을 가진 사람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1. 한 두 번 밖에 만나지 않았는데 아주 친한 사람처럼 행동합니다. 가까운 사이에서나 이야기할 만 한 민감하고 사적인 내용을 쉽게 공유하기도 합니다. 심리적 거리를 적당하게 유지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고 혼자 있는 것을 견디기 어려워합니다.



 2. 버림받는 것에 극도의 두려움을 가지고 있어 주변 사람에게 자신을 돌보아 달라는 요구를 무리하게 합니다. 버림받았다고 느끼면 분노를 표현하고 자신을 받아줄 사람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생각에 끝없는 공허감과 우울을 느낍니다. 



3. 나에 대해서 잘 모르는데도 멋진 사람, 좋은 사람이라며 이상화합니다. 칭찬을 들으면 기분 좋은 일이지만 너무 지나치다면 경계해야 합니다. 반드시 나중에 실망했다며 평가절하와 비난이 뒤따르게 됩니다. 또한 대상을 전적으로 좋거나 혹은 나쁘다고 인식해 회색지대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가치관, 직업, 친구에 대한 의견도 자주 바뀌므로 변덕이 심하다고 느낍니다.



 4.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 상대를 무의식적으로 조종하는 행동이 나타납니다. 나도 모르게 경계성 성격을 지닌 상대가 유도하는 행동을 하고, 처음 만났는데도 불구하고 강한 연민과 동정심을 유발하기도 합니다. 경계성 성격이 심한 경우 나타나는 자해, 자살시도 역시 상대가 자신을 버리지 않게 조종하기 위한 행동의 하나일 수 있습니다. 



 Margaret Mahler는 분리-개별화 단계 중 재접근기(18개월-24개월)에 엄마와 아이가 안정된 애착 관계를 형성하지 못할 경우 유아가 엄마의 좋은 면과 나쁜 면을 통합하지 못하게 된다고 말합니다. 엄마가 때로는 좋은 엄마로 느껴지다가 갑자기 나쁜 엄마로 느껴지는 불안정하고 극단적인 경험이 반복되면 유아는 엄마가 사라지고 자신이 버림받게 되는 것에 대해 강렬한 두려움을 느끼게 됩니다. 이러한 불안정한 관계가 내면화되어 성인이 되어서도 혼자 있는 것을 참지 못하고 중요한 대상에게 버림받는 것을 두려워하게 되는 것이죠. 



 그렇다면 경계성 성격을 가진 사람을 어떻게 대하는 것이 좋을까요?


 1. 적당한 심리적 거리를 유지하며 천천히 가까워지는 것이 좋습니다. 경계성 성격을 가진 사람은 심리적 거리를 유지하지 못하고 훅 다가오기 때문에 일정한 거리를 두는 것이 오히려 도움이 됩니다. 충분한 시간을 두고 천천히 가까워지는 대인관계 경험이 이들에게는 필요합니다. 또한 거절에 매우 민감하기 때문에 부드러우면서도 명확한 의사 표현이 중요합니다.



 2. 이들은 무의식적으로 상대의 감정과 행동을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조종하곤 합니다. 예를 들어 자신이 얼마나 화가 나는지를 직접 표현하는 대신에 그 감정을 상대에게 투사해 상대방이 화를 내도록 유도합니다. 또 자신의 요구를 좌절시키는 상대를 무심하고 나쁜 사람으로 만들어 버리기도 하죠. 나도 모르게 상대가 유도한 감정에 휘둘리고 있다면 이는 상대의 감정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아차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3. 나에게 중요한 사람이라면 묵묵히 그 사람의 곁에 있어주는 것이 큰 도움이 됩니다. 이들은 버림받지 않기 위해 애를 쓰면서도 무의식적으로 버림받을 만 한 상황을 자초하고 자괴감에 빠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곁에서 이런 마음을 알아차리고 버림받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들지 않도록 일관된 태도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경계성 성격을 가진 사람을 일관되게 대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며 많은 인내심을 요구합니다. 그렇지만 우리가 심한 스트레스 상황에서나 느낄 만한 혼돈과 고통을 이들은 일상적으로 느끼고 있습니다. 그들의 마음 깊은 곳에 있는 끝없는 공허감과 반복되는 좌절을 우리가 이해한다면 그들의 행동을 전보다는 너그럽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입니다. 이 글이 여러분의 대인관계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글쓴이 : 소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람의 마음이 어떻게 작동하고 서로 상호작용 하는지 관심을 갖고 공부하고 있습니다.

글을 통해 정신의학에 대한 유용한 정보들을 전달해드리고, 여러분의 고민을 함께하고 싶습니다.


그린이 : NA (인스타@nabong_wor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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