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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미니 Jun 12. 2021

꾸준함이 답이다

버티고 견뎌라

오랜만에 올라온 브런치 알람을 보고 앱을 열었다. 첫 화면에 전현무 님의 브런치 글이 떠 있다. 호기심 반 놀라움 반으로 들어가 보니 이미 많은 사람들이 다녀갔다.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벌써 구독자가 천 단위이다. 부럽다. 전현무라는 브랜드의 힘 아닌가.. 괜히 한번 시비를 걸어보다가 45세 인간 전현무의 감성이 엿보이는 글 하나를 읽다가 나도 모르게 좋아요를 누른다. 대중적이면서도 깊이가 없지 않은, 자신을 닮은 글이다. 구독자가 많은 데는 분명 이유가 있다. 


처음 브런치를 시작하고 내 글에 내가 도취되어 당장이라도 출판작가가 될 것 같은 설레발을 남발했던 그때가 떠오른다. 지인 찬스 구독률도 떨어지고 기대감도 식으면서 설레는 마음으로 노트북 앞에 앉아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는 일도 차차 줄어들게 되었다. 나의 글이 누군가의 관심과 공감을 얻지 못한다면 다시 일기장에 가둬두어야 하는 것 아닌가 심각한 고민이 들기도 했다. 어쨌든 예전의 열정만큼은 아니어도 나는 여전히 브런치를 들락거리며 나의 글을 실어 나르고 있다. 


오랜만에 친한 동생을 만나 많은 말들을 쏟아냈다. 우리는 그간에 각자 겪은 슬럼프 이야기를 하며 누가 더 우울한가 배틀 중이었다. "언니는 꾸준하잖아. 꾸준한 사람은 결국 뭔가를 해." 금방 싫증을 내고 끈기가 부족한 것이 콤플렉스인 나에게 꾸준하다니. 위로가 과하다 너. 

"언니가 가끔 올려놓는 프사 그림 보면서 난 참 부러움을 느낀다. 꾸준히 하니까 실력도 느는 게 보이고 글도 계속 쓰잖아. 놓지 않고 꾸준히 한다는 건 정말 좋은 재능이야."

재능이라.. 늘 내가 고팠던 단어이다. 나는 재능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뭔가 특별하게 잘하는 게 하나 있어서 나 이런 거 하는 사람이요. 이 재능을 연마하느라 혼자 있어도 심심할 틈이 없소. 뭐 이런 사람이 되고 싶었으나 지금은 그런 사람을 동경하는 사람으로 남아있다. 그런데 꾸준함도 재능이라는 말을 들으니 나를 다시 돌아보게 된다. 일 년 전 취미로 그림을 시작하고 처음 치고는 잘 그린다, 예전에 배운 것 아니냐는 말을 들을 때마다 내가 진짜 소질이 있는 건가.. 헷갈리면서도 기분은 좋았다. 그래. 나의 평생 취미는 그림 너로 하겠다. 그러나 역시 끈기 부족. 욕심만큼 뜻대로 그려지지 않으니 속도가 느려지고 재미가 반감된다. 다시 또 싫증 날까 두려워 요즘 거리두기 중이다. 


집에 들어와 오랜만에 티브이를 켰다. 가수 김정민이 추억의 무한지애를 부르니 함께 한 출연진들이 모두 떼창을 한다. 나의 10대 시절 꽃미남 록커였던 그가 여전히 걸걸한 목소리 그대로 핏대를 세우며 노래하는 모습이 낯설지가 않다. 어느 순간 기억 속에 사라진 가수였는데 스포트라이트가 다시 그에게 켜졌다. 사실 몇 달 전 우연히 들은 팟캐스트에서 그가 부르는 히트곡들이 전성기 때와 다르지 않음에 놀랐었다. 세월이 흘러도 변함없는 목소리와 무대에 진심인 태도. 누가 봐주지 않아도 어디선가 꾸준히 노래하고 있었던 그의 모습에 짠함과 감동을 동시에 느꼈었다. 역시 꾸준함의 힘인가. 그는 다시 대중 앞에 돌아왔다. It ain't over till it's over.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는 말이 실감 나는 순간이다. 티브이 예능이 나에게 위로가 되고 힘이 되는 순간이다. 누군가 단 한 명이라도 내 글을 읽고 좋아요를 누르고 공감해주는 것에 진심으로 감사한 순간이다. 꾸준함은 힘이 있다. 멈추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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