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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자연 Jul 11. 2023

미적지근함으로 위로하는 유월

그렇게 나의 유월은 묵묵히 기다리고 말없이 다독입니다.


모든 게 적당한 오월과 불태우는 칠월의 사이.

미적지근한 유월.



균형을 다시 잡아보는 달.

재촉하지 않고 잠시 기다려주는 달.

그렇지만 어느덧 한해의 절반이 지나왔음을 비로소 체감하게 하는 달.

해야 할 일이 있다면 다시 시작하게끔 용기를 주는 달.

여름을 여는 달.

귀띔해주고 세워주는 달.



아직 뜨거운 여름은 오지 않았으니 그 문턱에서 기다립니다.

서른의 유월엔 특별함이 없습니다.

아는 거라곤 진리는 아주 명확하고 단순하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쉽지는 않아 헤매고 있습니다.



유월은 속삭입니다.

아직 뜨거운 여름이 오기 전이니

짧은 이 계절의 산산한 밤공기를 즐기라고

더 자주 하염없이 밤거리를 산책하고

더 자주 이유 없이 햇살을 받으며 바람을 맞고

더 자주 일렁이는 바다를 바라보라고


반드시 오고야 말 여름은

또다시 뜨거울 거라고.


그렇게 애쓰지 않아도 올 테니 안절부절하지 않아도 된다고요.

이미 너에게 여름을 맞이할 준비를 시키고 있다고 합니다.



부단히 애쓰며 살아내는 것도

꾸역꾸역 해야 할 일들을 하는 것도

열심의 증거가 아니겠냐며 조용히 위로합니다.  


올해는 어쩌면 인생의 최고의 여름이 될지 모른다며

더없이 소중한 때라고 말합니다.



너의 속도에 맞추어 일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그렇게 유월은 묵묵히 기다리고 말없이 다독입니다.


대범하고 단단하지만 또 유연하게.

특유의 너그럽고 일관된 태도로 말이죠.



있는 그대로의 나를 드러내도 된다며

본연이 지니는 고귀함을 자랑스럽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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