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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자연 Jul 27. 2023

요가수련일지 #1 우리의 다름

타고난 고관절 형태와 방향이 다르기에 자세의 형태는 같을 수 없다.

#1 첫째 날 _ 빈야사


우리의 다름



무려 세 달. 매일반 요가수업을 신청하고 결제했다. 그 여정 중 첫걸음 되는 날이다. 요가와 나는 얇고도 긴 사연이 있다. 귀밑으로 똑 떨어지는 단발머리를 했던 중학교 시절, 토요일 자율 학습시간에 리본공예, 외국어, 수학, 댄스 등 다양한 수업을 선택해 들을 수 있었다. 그때 친구들을 설득해 함께 요가를 배웠다. 그 이후로 6년 전 핫요가 수업을 신청해 몇 개월 동안 주 3회 정도 땀을 뻘뻘 흘리며 뜨겁게 수련했다. 그 뒤 내 삶에서 운동 자체를 멀리하던 시절을 지나고 삼 년 전 등록한 헬스장의 GX프로그램으로 일주일에 두 번 정도 요가수업에 기웃거렸다.



직장 생활을 했을 때는 거의 매일 출근 전 ‘아침을 상쾌하게 깨우는 20분’라는 제목의 요가 영상을 보며 따라 했다. “아침의 긍정적인 기운이 나를 가득 채웁니다. 한 번 더 깊게 들이마 쉬며 행복한 감정을 가득 담아보세요. 길게 남아있는 공기를 끝까지 내뱉습니다. 오늘도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로 마무리되는 영상이었다. 그게 당시 지켜내던 유일한 루틴이었다. 가장 최근엔 ‘아무튼 요가’라는 책을 읽고는 유튜브 영상을 보며 하타 요가에 빠져 며칠을 혼자 집에서 간간히 따라 하곤 했지만 지속되지는 못했다.  



요가 학원은 빠르고 바쁜 강남역 근처에 위치해 있다. 월요일 저녁 8시 빈야사 수업에 참여했다. 낯선 공간에서 처음 보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활동은 오랜만인지라 몸과 마음이 뻣뻣하게 긴장되었다. 선생님 바로 앞 중간 자리에 매트를 펴고 앉았다. 수업 전 사람들은 누워서 긴장을 풀거나 가볍게 스트레칭을 하고 있었고 나는 가만히 눈을 감고 떠오르는 생각들을 정리했다. 이 요가가 앞으로 내게 무엇을 가져다줄지, 어쩌면 삶의 방향을 전환시켜 줄지도 모른다며 내심 기대하는 마음으로 몸의 정렬을 다시금 맞췄다.



빈야사의 특징은 동작과 동작 사이 끊김이 없이 흐르듯 연결하여 춤추듯 부드러운 선을 그리듯 수련한다. 정해진 동작이 없으며 도구를 사용하거나 변형자세를 활용한다. 초보자부터 숙련자까지 함께할 수 있으며 이러한 자유성이 큰 장점이다.



다행스럽게 최근 홈트레이닝을 마친 후 간단한 요가 동작을 해왔고 몸의 유연성이 나쁘지 않은 편이라 거의 모든 동작을 큰 무리 없이 따라 했다. 뛰거나 역동적인 운동이 아님에도 땀이 매트 위로 비처럼 후드득 떨어졌다. 선생님의 부드럽고 단단한 음성에 의지하여 어느 한 곳에 힘을 모으기도 하고, 모든 긴장과 힘을 풀어내며 동작을 이어갔다. 선생님의 수업 방식은 어딘가 모르게 굉장히 세련되게 느껴졌다. 앞에서 동작에 대한 설명과 시범이 우선이 아닌 마음에도 집중할 수 있도록 수련 중간중간에 아름답고 아름다운 문장들을 뱉어내셨다. 그 문장들은 귀로 들을 뿐 아니라 호흡을 통해 몸으로 스며드는 듯했다.  



그중 하나는 우리의 다름이었다. 같은 자세를 하더라도 각자 타고난 근육이나 고관절 형태와 방향이 다르기에 자세의 형태 또한 같을 수 없다고 하셨다. 그러니 본인이 할 수 있는 만큼, 사용가능한 범위 내에서 동작을 하고 우리는 그 움직임에 따라 나의 몸이 어떻게 반응하고 있는지, 내 호흡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유심히 들여다보라고 하셨다.



어떤 사람은 손이 조금 더 깊이 들어갈 수도 있어요, 물론 아닌 사람도 있고요.

손가락으로 바닥 밀어내요, 발끝을 높이 올려 세워요.

한쪽 발이 넘어갈 수 있도록 아주 자연스럽게 공간을 만들어줘요.  


내 작은 발바닥 전체를 사용해 땅을 힘껏 밀어내보아요.

발은 서로 떨어져 있지만 내 몸 중간으로 힘이 모인다고 생각하며 끌어옵니다.



고관절의 형태가 그러하듯 우리는 본래 다르게 태어나 각자의 삶과 본래의 고귀함의 형태가 너무나 당연한 사실이다. 그렇지만 종종 주변을 흘깃거리며 세상의 기준에 맞추기 위하여 부단히 애쓰며 살아가기도 한다.



수련으로 단지 육체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부분도 얼마나 세심하게 만져줄지, 단단하면서 유연함을 꾸준히 갈고닦는 일이 진정한 요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자신에게 감사함 5가지를 찾으며 첫 수업을 마쳤다.



내게 새로운 하루와 건강한 몸이 주어졌다.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도 무언가를 새로 시작했다.

몸과 마음을 더욱 돌보려 하고 있다.

집에서 가까운 좋은 요가원을 찾았다.

따듯하고 훌륭한 선생님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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