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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자연 Aug 01. 2023

요가수련일지 #4 이 시간은 오롯이 나의 것

부정하지 말고 우리 이 모든 것을 껴안아봐요.

#4 이번 주의 마지막 요가, 빈야사



6일 내내 빠지지 않고 수련했다. 토요일 아침의 빈야사 수업을 마지막으로 이번주를 마무리한다. 나름 반복되는 동작에 익숙해지고 있고, 같은 동작 속에서 작은 변화를 천천히 만들어내는 요가가 참 좋다. 물론 그 미미한 변화는 나만 알 수 있다. 매일 나아진다는 건 어쩌면 늘 앞으로 가는 게 아닌 옆으로 갔다가, 흔들리기도, 비틀거리기도, 한 보 후퇴도 하면서도 앞을 보며 다시 나아가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5일 내리 수련을 한 탓인지,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고관절이 평소보다 훨씬 뻐근하고 무겁게 느껴진다. 무리하지 않고 욕심내지 않으며 할 수 있는 만큼만 동작을 진행하기로 한다. 그러다 보면 뻣뻣하던 몸은 점차 낯가림이 사라지는 것처럼 자연스럽고 부드럽게 풀린다.

 


가장 젬병인 한 발로 중심을 잡는 동작을 외나무다리에서의 원수처럼 다시 만났다. 선생님의 음성에 따라 몸의 중심을 선 다리에 옮기고 한쪽 발바닥이 바닥에 심는다고 상상하며 모든 힘과 정신을 한 다리로 남김없이 옮긴다. 그 위로 이어지는 허벅지 근육과 코어, 정수리까지 단단하게 부여잡고 한 곳을 응시한다. 눈을 감으면 중심 잡기가 더욱 어렵다고 한다. 비록 몸은 부들부들 흔들리고 있지만 이 또한 균형을 잡아가는 과정이니 정신은 온전히 중심에 맞추려 애썼다. 3초도 못 버텼던 어제와 달리 오늘은 다리를 들고 훨씬 오래 서 있을 수 있다는 게 신기했다. 조금씩 천천히 집중하며 나아가자. 조급해하지 말고.  



우리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생각을 하며 살아가요.

온몸에 들어간 긴장을 풀고, 힘을 빼고 있는 이 순간에도 생각이 스쳐갈 수 있지요.

우리는 바깥의 소리와 내 마음이 말하는 소리 모두 안고 살아가야 할 겁니다.

부정하지 말고 우리 이 모든 것을 껴안아봐요.



모든 동작을 마친 후 바깥에서 매미소리가 들렸다. 아마도 끊임없이 구애의 소리를 냈겠지만 내 귀에는 이제야 들어온 거겠지. 긴장된 모든 힘을 풀었던 그 순간에도 내 머리는 여전히 쉬지 못한 채 여러 생각을 하고 있지만 말이다. 다만 그것을 너무 고달프게 여기거나 억지로 비워내려 애쓰지 말아야지. 내게 오는 모든 생각과 사람과 상황을 잠잠히 바라보기도 하며 또 껴안으며 감사하고 기쁜 마음으로 살아가야지.    



첫 주에 가장 크게 느끼는 점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여 시작하길 참 잘했다. 요가를 할 때만큼은 시간이 아주 느리게 간다. 몸은 내 생각보다 훨씬 많은 긴장을 하고 있다. 이 모든 시간은 오롯이 나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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