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차분히, 더 아래로, 더 따스히 내려앉았다
#10 긴 연휴 끝 무거운 몸을 이끌고 간 빈야사
유난히 길었던 추석 연휴가 지난 토요일 오전.
거의 2주 만에 요가 수업을 들었다. 정직한 몸은 요가를 쉬었던 날만큼 뻐근하게 느껴졌다. 무기력하게 보냈던 날들에 대해 원망하는 목소리를 내는 듯했다. 익숙하지 않은 동작들은 언제나 어렵고 버겁다. 요가를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언제 끝날까 하며 시계를 봤다. 10분은 더 남은 상황, 빠져나갈 수 없으니 차라리 더 집중하기로 마음을 다잡았다. 신기하게도 그렇게 마음먹으니 조금 더 수월하게 동작을 이어나갈 수 있었다.
놀라운 일이 아닌가. 험란했던 수련을 마치고 온몸에 들어간 힘을 빼 바닥에 누웠다. 송장이 된 듯, 모든 힘을 풀고 바닥에 무겁게 가라앉는다. 몸에 들어갔던 힘들을 모두 바닥에 내려놓는다. 눈 사이 주름을 펴고, 팔과 다리, 얼굴에 들어간 힘을 풀고, 눈동자를 편안히 둔다. 그 순간 선생님께서 담요를 얼굴을 제하고 몸에 덮어주셨다. 담요의 무게와 온기 덕분에 몸은 더 차분히, 더 아래로, 더 따스히 내려앉았다.
우리는 오늘도 어디로든 움직일 수 있어요.
대견하고 기특한 우리의 몸에게 감사를 표하세요.
또 우리는 오늘도 꿈꿀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