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세 남자는 계란을 최애 하며 계란 프라이, 계란찜, 계란말이를 원한다. 생선도 버섯도 싫다 한다.
46세 여자인 나는 바다냄새나는 생선을 좋아하고 버섯은 모든 종류를 좋아한다. 생선을 굽고 싶어도, 버섯을 요리해 먹고 싶어도 내 취향 따위는 없는 셈 치고 산다.
금요일 밤인데 저녁을 먹지 않겠다는 남 둘과 여 에게 재차 물었다. 진짜 안 먹을 거냐? 나중에 밥 없다 했지만 그들은 라면을 꺼내와서 배고프면 밥 말아먹겠다고 했다. '야호~~~' 나는 이제 내 입에 맞는 것만 만들면 된다. 식구들이 밥을 안 먹으면 나도 안 먹고 넘어가면 일은 쉽다. 그러나 나는 부지런한 사람. 꾸준히 해 먹으며 찐 사람이니 그게 걸맞게 만들어 먹기로 했다. 마트에서 세일할 때 사뒀던 새송이, 언젠가는 먹겠지 하고 사뒀던 반건조 명태를 꺼냈다. 튀김가루 묻혀서 기름 가득 둘러 튀겼다. 몸에 안 좋은 팜유라지만 기름에 튀기면 신발도 맛있다는 속담도 있지 않은가.
새송이는 담백하고 명태는 특유의 바다향과 쫀득한 식감이 좋다. 맥주를 잡고 다급하게 따려는 순간을 포착한 식구들은 사진을 찍고 나를 놀린다. 그렇게 먹으니 찐다고, 도대체 얼마나 먹을 거냐고 한다. 라면 물을 올리며 3개? 4개? 서로의 의견을 묻고 밥까지 말아먹을 거라는 다수 앞에서는 나는 작아졌다. 그러나 그들 앞에서만 작아졌을 뿐 나는 나의 길을 가기로 한다. 두 번째 맥주 캔을 따며 안주가 떨어져 가는 게 아쉬워 주위를 둘러본다. 튀기면 신발도 맛있다는데 진짜일까? 라면은 먹기 싫은데 그렇다면 신발이라도 한 번 튀겨...... 고민하게 되는 불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