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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봉콩 Jan 13. 2024

우리 집 냥아치

이건 내가 먹을거라구!

고양이는 호기심이 참 많다. 정말 많다.

물론, 호기심이 많은 만큼 겁도 많다.


하지만 일단 새로운 물건이나 음식이 있으면 호기심이 더 강하다. 낯선 물체가 자신의 영역에 들어오면 눈과 귀, 행동으로는 온통 경계투성이다. 그렇지만 그런 행동과는 반대로 콧구멍은 한껏 호기심을 드러낸다.


칠봉이는 호기심보단 겁이 많아 근처에 다가오기보단 거리를 두고 콧구멍만 벌렁거리는데 콩이는 호기심이 더 크게 작용한다. 콧구멍을 한껏 열고는 언제나 코부터 들이미는 모습은 보이는 걸 보면.


한참을 킁킁거리다가 마음에 들면 그때부터 콩이와는 쟁탈전이 시작된다. 자기가 원하는 건 어떻게든 가지려는 콩이와 그걸 빼앗기지 않으려는 나와의 사투.


처음 시작은 회였다. 이마트에서 팔던 연어와 광어가 들어있던 모둠회였다. 봉콩이가 어린 시절, 아직은 아깽이의 모습이 남아있던 시절에 회가 담긴 플라스틱 통을 보곤 뚜껑을 뚫을 기세로 코를 들이밀었다.


어디서 비린내가 나는데? 생선냄새? 맛있는 냄새 같은데? 뭐지? 킁킁킁킁


회가 담긴 통의 뚜껑을 열고 젓가락을 들이미는 내 속도보다 봉콩이의 코와 입이 빨랐다는 게 그날의 결과. 첫 번째 회 쟁탈전엔 내 손이 너무 느렸다. 아니, 고양이의 본능이 훨씬 빨랐달까.

이후로는 회를 먹을 땐 내가 먹을 양을 사수하기 위해 미리 봉콩이의 한입크기로 잘게 자른 회를 미리 간식접시에 담아두고 먹고 있다.


두 번째로 사투를 버리는 것은 치킨이다. 많이들 예상 가능한 음식일 것이다. 어릴 땐 기름에 튀긴 닭에는 코만 들이밀다 말았는데 열 살쯤 되니 사람 튀긴 게 더 맛있어 보이는지 치킨만 시키면 앞에서 열심히 째려본다. 가끔은 눈에서 레이저가 나올 기세로 열심히 쳐다본다. 물론 치킨은 염지가 되어있는 상태라 주지 않지만, 가끔 뼈를 모아놓는 봉지에 들이미는 콩이의 머리는 놓칠 때가 종종 있다.(하지만 뼈를 먹진 않으니 다행)


마지막으로는 생각지도 못한 음식이다.


빵.


이걸 가지고 고양이랑 쟁탈전을 벌일 거란 생각은 한 번도 한 적이 없다. 어떤 영화를 봐도 만화를 봐도 고양이는 생선과 해산물에만 관심이 있지, 빵은 거들떠보지도 않는 존재이지 않는가.


하지만, 이건 토스트기에서 갓 구워져 나온 식빵을 본 순간 나의 오산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토스트기에서 노릇노릇 구워지는 호밀식빵의 고소한 냄새를 맡으며 출근준비를 하는 순간, 콩이도 그 냄새의 출처를 궁금해하기 시작했다. '띵!' 하는 소리와 함께 빵이 토스트기 밖으로 튀어나오고 싱크대에서 최대한 부스러기를 흘리지 않으려고 한입 베어무는 순간 콩이가 싱크대위로 뛰어올랐다. 벌름거리는 코와 함께 앞발을 빵에 올리면서.


그때부터 콩이의 앞발에 갑자기 힘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빵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심산이었다. 빵을 먹으려는 고양이라니! 고양이가 먹을게 아닌데!라는 생각으로 나도 콩이를 밀어내며 식빵을 입으로 밀어 넣었다. 식빵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부스러기가 바닥에 떨어지는지 챙길 정신도 없이 콩이의 얼굴과 앞발을 밀어가며 먹었던 기억만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날 이후,

콩이는 빵냄새가 나면 콧구멍을 한껏 열고 나에게 다가온다.

(물론 회와 치킨은 말할 것도 없지만)

특이한 것은 크림이 많거나 단 제과류에는 관심이 없다. 호밀빵과 건강빵을 좋아하는 반려인의 입맛을 닮은 건지 유독 건강빵에만 반응이 심하다.


내가 앞으로 간식도 많이 주고 사료도 더 맛있는 걸로 챙겨줄 테니, 내가 먹는 건 그냥 내버려 두면 안 될까? 내가 먹는 건 탐내지 말아 줘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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