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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untaetae Dec 31. 2022

한 해를 보내며

시간과 시간

  시간은 두 가지 측면에서 공평하다. 첫째, 세상 모든 것들은 시간의 흐름 속에 존재한다. 탈출은 불가능하다. 아주 잠시라도 시간은 멈춰지지 않는다. 둘째, 시간의 빠르기는 일정하다. 갑자기 빨라졌다, 느려졌다 하지 않는다. 시간은 보통의 속도를 유지하며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 모든 생명체는 동일한 영향을 받는다.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을수록 나무는 나이테를 그린다.  나무는 세월을 기록한다. 어렸을 때 나무의 나이테에 대해 궁금했던 적이 있다. 이 나무는 몇 살일까, 언제부터 있었던 걸까, 나보다 나이가 많을까 하며 말이다. 1월 1일 00시에 나무의 나이테가 딱, 하고 하나 그려지는 것을 나는 상상했다. 그것은 아마도 진한 갈색이 아니라 연한 살구색이겠지 하고. 


  어찌 보면 나이테는 참으로 심심한 것이라 느껴지기도 한다. 한 해를 보내며 나무는 우리처럼 떡국을 먹지도, 먹음직한 케이크에 초를 꽂고 소원을 빌지도, 새해 복 많이 받으라며 서로 축하하지도 못하고 우직하게 테 하나를 추가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아무 말도 없다. 


  그러나 그건 오산에 가깝다. 한 번 나이테를 잘 관찰하여 보라. 나이테는 저마다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굵기, 색깔, 곡률, 지름에 따라 나이테는 천차만별이다. 우주에 중복된 나이테는 존재하지 않는다. 즉, 나무의 매 년은 다르다. 나무의 매일 또한 다르다. 나무는 이전과 다른 순간을 살아간다.


  여기서 정말 중요한 것이 있다. 나무의 나이테를 확인할 방법이 몇 개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이테를 확인하려면 나무는 베어져야 한다. 베어서 속살을 확인하기 전까지 우리는 나무가 몇 살인지, 어떻게 나이테를 그리고 있는지 모른다. 어떤 시련을 겪었는지, 기쁨에 가득 찬 한 때를 보냈는지 모른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나무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점이다. 남들과 같은 빠르기의 시간을. 성장을 확인할 수는 없다. 전체적인 관점에서 한 해의 결과물을 우린 볼 수 없다. 그러나 공평한 시간 속의 특별했을 과정들은 저마다 다른 결과를 낳았을 것임을 우리는 느낄 수 있다. 이는 순간과 순간의 차이를 만들어낸다. 다른 이들과의 다름을 만들어낸다. 이번 년도의 나의 나이테는 어떻게 생겼을까.  


2022, 한 해 동안 수고 많으셨습니다.  


<나이테, 그린포스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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