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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untaetae Jan 14. 2023

글쓰기 특강을 들었습니다

글을 더 잘 쓰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유시민, 생각의 길.

  

  대학에 입학하게 되면, 으레 새내기들은 지도교수와 면담을 하게 된다. 대부분의 면담은 지도교수의 교수연구실에서 이루어진다. 왜 이 대학에 들어오게 되었나, 어떤 대학생활을 하고싶으냐, 그리고 어떤 교사가 되고 싶으냐 등의 말이 오간다. 하지만 나는 달랐다. 교수님께선 과대표와 부과대표 학생은 그래도 자주 볼 사이니 술 한잔 하면서 이야기하자 말씀하셨다. 거기에 덧붙여 그 둘만 오면 적적할 수 있으니 친한 친구 한 명씩을 추가해 5명이서 가면 어떻겠냐고 제안하셨다. 과대표의 친한 친구 자격으로 나는 그렇게 지도교수님을 처음 마주하게 되었다. 

  솔직히 공부 이야기만 할 줄 알았다. ‘교수’는 공부만 하는 사람들 아닌가. 또한 바짝 긴장하기도 하였다. 선배들이 그분 엄청 무섭다고 잔뜩 겁을 주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상외로 아주 평범한 이야기가 오갔다. 그것도 아주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우리는 웃고 떠들며 감자탕을 안주로 삼아 술을 마셨다. 얼근하게 취할 무렵, 교수님은 딱 하나만 강조하겠다며 입을 여셨다. “너희는 지금까지 수렴적으로 살아왔어. 공부고 뭐고 간에. 그러나 이젠 아니야. 확산적으로 살아야 해. 확산적으로.”


  우리는 글을 왜 쓰는가? 각자와 각각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나는 지금 내 생각의 순간을 더욱 확고히 하고 오래 기억하기 위해 쓰고 있다. 몇 주 전엔 부대에서 진행하는 서평 대회를 위해 글을 썼다. 몇 년 전엔 어머니 생신 축하 글을 썼다. 이 외에도 다양한 이유를 가진 글쓰기 경험들이 떠오른다. 유시민은 이렇게 말한다. “글쓰기의 목적은, 그 장르가 어떠하든, 자신의 내면에 있는 감정이나 생각을 표현해 타인과 교감하는 것이다.(p.53)” 즉, 핵심은 ‘내면’과 ‘교감’이다. 혹자는 이렇게 되물을지도 모르겠다. ‘혼자 쓰는 일기나 당신의 지금 글은 꼭 타인과의 교감에 목적을 두지 않는 것 아닌가?’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이다. 하지만 이와 같은 글도 자신의 내면의 무엇을 끌어올려 성숙하게 한 다음 궁극적으로 타인과 교감하는 데에 목적을 둔다. 인간은 어쨌든 인간과 함께 살아가는 존재다. 

  

  더 나아가, 우리는 왜 글을 잘 쓰려고 노력하는가? 그리고 왜 우리 사회는 글 잘 쓰는 것을 요구하는가? 당연히 더 우수한 교감을 위해서일 게다. 감정과 생각의 정확한 공유를 통한 목표의 달성, 그것이 중요하다. 한편으론, 글 잘 쓰기에 대한 노력과 요구는 얼마나 ‘교감’이 어려운가를 방증한다. 생각을 떠올리는 것은 쉽다. 감정 또한 마찬가지다. 그러나 생각과 감정을 타인과 공유할 수 있을 만큼 성숙시키기는 어렵다. 만약 성숙에 성공한다 해도, 타인이 그것을 받아들이게 하는 것은 더 어렵다. 강제强制는 불가하다. 

  

  유시민은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을 위해 글을 썼다. 책에는 수많은 방법과 경험이 가득하다. 그중 몇 개만 추려내 보았다.   

     발췌요약   

그는 글을 잘 쓰기 위한 두 가지 철칙을 제시한다. 첫째, 많이 읽을 것. 둘째, 많이 쓸 것. 사실 우리 모두는 알고 있다. 그러나 분명 막막하다. 그냥 읽으면 안 될 것 같고, 마냥 쓰면 안 될 것 같다. 그런 이들을 위해 출발점으로 발췌요약을 제시한다. 

“텍스트 요약은 귀 기울여 남의 말을 듣는 것과 비슷하다. 내가 남의 말을 경청하고 바르게 이해해야, 남도 내 말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남들이 잘 이해하고 공감하는 글을 쓰고 싶다면, 내가 먼저 남이 쓴 글을 이해하고 공감할 줄 알아야 한다.(p.65)”  


     일단 말로 해보자   

말과 글 중에는 말이 먼저라고 한다. 글 쓸 때면 이게 잘난 글인지 못난 글인지 헷갈릴 때가 많다. 그럴 때는 일단 말로 해보자. 말로 읽었을 때 자연스럽지 못하면 그것은 못난 글이다. 글을 쓸 때는 꼭 말을 염두해야 한다. 말하듯이 써 내려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복문은 꼭 필요할 때만   

“단문은 그냥 짧은 문장을 가리키는 게 아니다. 길어도 주어와 술어가 하나씩만 있으면 단문이다. 문장 하나에 뜻을 하나만 담으면 저절로 단문이 된다. (...) 복문은 무엇인가 강조하고 싶을 때, 단문으로는 뜻을 정확하게 표현하기 어려울 때 쓰는 게 좋다.(p.199)” 

나는 복문을 쓰는 습관이 있다. 말하고 싶은 것은 많은데, 성격이 급해 한 번에 말하려고 하다 보니 복문이 나오는 것 같다. 유시민은 이를 경계해야 한다고 말한다. 일단 읽는 이가 알아듣기 단문보다 어렵고, 문장 오류가 발생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군더더기 없애기   

똑같은 내용이 담긴 긴 글과 짧은 글이 있다. 무엇을 읽겠는가? 나는 백이면 백 짧은 글을 읽겠다. 많은 이들이 나와 같은 선택을 할 것이다. 그러나 짧게 글 쓴다는 것은 정말 어렵다. 오히려 길게 글쓰기가 쉽다. 핵심을 명확하게 짚어 간결하게 전달해야 하기 때문이다. 짧게 글 쓰려면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첫째, 더 많이 알고 더 많이 생각하는 것이다. 둘째, 문장의 군더더기를 없애는 것이다. 첫째보다 둘째가 더 쉽다. 

“문장의 군더더기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접속사(문장부사), 둘째는 관형사와 부사, 셋째는 여러 단어로 이루어져 있지만 관형어나 부사어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 문장성분이다.(p.237)”

  

  위에도 언급했듯, 이외에도 책에는 수많은 방법과 경험이 담겨 있다. 그러나 유시민은 기능적인 방법들을 나열하는 것만으로 책을 마무리하지 않는다. 어쩌면 이보다 더 중요하고, 필수적이며, 기본이 되는 것을 강조한다. “글은 온몸으로, 삶 전체로 쓰는 것이다.(p.260)” 글에는 한 사람의 삶 전체가 담겨있다. 글을 통해 삶과 삶은 연결된다. 좋은 삶은 좋은 삶을 낳는다. 그것은 우리에게 부여된 숙명이기도 하다. 대학 새내기에게, 수많은 학생들과 만났던 지도교수는 그래서 그 말을 던지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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