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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하맘 Oct 05. 2022

[엄마의 기분]
3천만원의 무게

아이가 하나 더 늘면 고민되는 것, 조금 더 큰 차!

아들에게 옮은 감기가 벌써 두 주째 낫지를 않는다. 간단히 콧물 기침 정도로 시작한 감기가 가래를 동반한 심한 기침이 계속 되면서 안압도 높아지는지 지끈지끈한 두통과 가슴통증까지 동반하는데 임신 중이라 병원에 가도 별다른 도움을 받을 길도 없다. 이미 알고, 겪었던 일이지만 아이를 품고 열 달을 지낸다는 것이 참 쉽지 않다. 뱃 속에 있는 아이에게 괜히 미안해서, 임신 중의 시간이 '고역스럽다'거나 '버겁다'라고 말하기도 머뭇거려지는게 엄마 마음인데, 그렇다고 이 긴 시간이 마냥 행복하기만 하지도 않은 것이 스스로도 참 괴롭다. 






교통사고가 났다. 가벼운 접촉사고인데, 옆에서 후진하던 트럭이 직진하던 우리 차량의 경적소리에도 계속 후진하는 바람에 지나가다 아들 카시트쪽부터 그 뒷쪽으로 기스가 났다. 안에 타고 있던 내가 느끼기에는 차량 뒷문부터 찌그러진 것 같은 큰 충격인 것처럼 소리가 났는데 요즘 나오는 차들이 확실히 튼튼하기는 한 건지 다행히 긁힌 정도로 끝났다. 


차량 수리기간 동안에 스포티지 신형을 렌탈받았는데 원래 우리가 타던 티볼리보다 공간이 확실히 넓었다. 둘째를 데리고 다닐 것을 생각하면 티볼리는 좀 작다는 느낌이었는데, 스포티지만 해도 뒷좌석 공간도 더 넓은 느낌이고, 트렁크는 확실히 더 커서 둘째 태어나기 전에 차를 바꿔야 하는 마음이 불쑥 들었다. 


아이 둘을 태워 다닐 수 있는 차 한 대 값은 아무리 적게 잡아도 3천 정도 수준이다. 신랑 지인에게 물으니 산타페도 아이 둘 짐 싣다 보면 트렁크가 꽉 찬다고 하며 스포티지는 좀 작을 거라고 조언한다. 최근 대출 이자율이 5프로를 웃돌다 보니 차 한 대 바꾸는 것도 참 마음이 무겁다. 게다가 주식도 연일 폭락장. 무급여로 육아 휴직중이라 외벌이 가정에게는 숨이 턱턱 막히는 경제상황이다. '그래도 우리는 집이라도 있지...'라는 말로 위안하기에는 내 집에 들어가기 위해 마련해야 하는 돈만 2억 이상. 신랑이 주식을 한다며 대출까지 끌어다 쓴 바람에 쓴 일 없이 갚아야 하는 돈도 5천. 모으기는 어려운 돈이 왜 그렇게 쉽게들 빚으로 쌓여만 가는건지...


어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싱글일 때 나는 어땠던가? 차량 하나 바꾸는데 드는 3천 정도는 사실 그리 어렵지 않은 지출이었다. 크게 돈 들어갈 일 없이 살아온 소비습관에, 평범한 중산층 가정에서 자란 나는 평범한 대학생들에게 흔히 있는 학자금 대출도 없이 (학비는 장학금으로, 생활비는 알바로) 대학을 졸업했었다. 부모님 덕분인지 아주 어릴 때 부터 꾸준했던 저축 습관으로 직장생활을 늦게 시작했음에도 30대 정도 부터는 내 통장에 늘 5천만원 정도의 저축액이 모여 있었고, 해외근무를 마친 시점에는 1억 4천 만원 정도가 통장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예금과 적금 외에는 특별히 돈을 불리는 재주도 없어서 갑자기 자산이 마이너스 규모가 될 일도 없었고 큰 돈 나가기 쉬운 가정사나, 가족 병치례 등도 없이 평탄한 삶이었다. 원하는 만큼 여행다니고, 즐기기에 더할나위 없는 조건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런 나도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다 보니 왠지 늘 돈이 부족하다. 신혼 초기에는 둘이 모은 자금과 급여를 합해 보니 넉넉했던지라 '역시 결혼을 하니 돈이 더 잘 모이는군!' 싶었는데, 웬걸? 아이를 낳고보니 늘 돈이 부족한 기분이다. 최근에는 우리처럼 늦은 결혼과 출산을 한 가정이 많아서 아마도 근심이 더 많을 것이다. '은퇴 후에 우리 아이는 몇 살인가?'를 생각하다보면 없던 시름도 생기는 기분이다. 


나 하나 잘 건사하면 되었던 싱글 라이프에서 신랑이 멋대로 만든 빚도 내 빚이 되는 삶으로의 변화는 결혼 전에는 심각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먼 남의 이야기처럼 듣던 이야기가 현실이 되는 건 정말 한순간. 연금이 나오는 부모님 덕분에 부양가족 의무도 그저 남의 이야기일 뿐이던 내 삶에는 많은 돈은 아니어도 매달 적은 월급에서 10프로 정도 되는 돈을 용돈으로 드려야 하는 가족이 생긴다. 매년 생일을 크게 챙기지 않는 우리 가족 분위기상 우리 가족의 경조사는 크게 챙길 일이 없으나, 생일마다, 추석이나 설 등 명절마다 10만원씩 보내는 것이 당연한 신랑 가족 경조사는 늘 챙겨야 하는 일이 된다. 


그렇게 '공동운명체'에 속한 멤버가 많아지면 많아질 수록 그만큼 경제적인 부담도 자연히 늘어난다. 사람 마음이 참 간사한 것이 여유가 있을 때에는 크게 부담스럽지 않던 작은 지출도 빚이 생기면서부터는 줄일 수 있는 지출은 아닌가...생각하게 된다. 


결국, 우리는 고민 고민끝에 차량 교체를 포기했다. 그냥 조금 부족한 듯, 좁은 듯 버텨보기로 했다. 이미 억대 빚이 있는 상황에서 그저 '편리함'을 위해 추가 대출을 생각하기에는 현재 경제상황이 너무 안 좋다. 슬프지만 현실은 현실. 아이가 하나에서 둘이 되면서도 이렇게 많은 경제적 고민이 드는데, 아이가 셋 이상인 집들은 도대체 어떻게 버티는 걸까? 그래서 다들 아쉽지만 아이를 하나만 낳고 사나 보다 싶기도 하다. 돈이 부족해 차를 못 바꾸게 된 신랑은 옆에서 정부가 제대로 지원해 주려면 전기차에 보조금을 줄 게 아니라 둘 이상 자녀 가구에 차량 구매 시 보조금을 줘야 한다며 열을 낸다. 


그래도 우리 힘내보자. 불편한거지 괴로운건 아니니까. 

부족하지만, 빚더미지만 그래도 우린 애도 집도 차도 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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