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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질다글 Jan 09. 2023

상처보다 소독이 더 눈물 나는 이유

따끔따끔







  

고등학생 친구인 구슬이(*가명)랑

영흥도로 1박 2일 놀러 갔을 때

내 몸 상태가 별로였다.


전날 가족이랑 다투고

감정 추스른다고 밤에 산책했더니

감기 걸려서 머리가 아팠다.


그래도 놀아보겠다고

구슬이 앞에서 열심히 텐션 올렸다.


생활용품 사려고 다이소에 갔는데

일이 터졌다.







슬리퍼 사려고 허리를 숙인 순간에

들고 있던 유리컵을 깼다.


소리가 요란스럽게 났다.


여기저기서 소리의 근원을

찾는 눈들과 마주쳤다.


그때부터 참았던 감정 터지면서

온갖 생각을 했다.


오늘 되는 것도 없다.

괜히 놀러 나왔다.

피곤하다 집 가고 싶다.


애써 감정을 억누르면서

직원분한테 다가가 컵을 깼다고 했다.


시즌 준비로 바쁜 직원분께

내가 일을 더 만든 거니까

죄송해서 눈도 못 마주치고 있었다.






"다치진 않았어요?"


내가 들은 첫마디였다.


책임져야 한다고 말하거나

짜증을 낼 거라고 생각했다.


아주 의외였다.


놀람도 잠시였다.

갑자기 눈물이 나오려고 했다.


물이 쌓여서 흐르지 않게

눈을 크게 뜨고 깜빡거렸다.


떨리는 목소리를

애써 침착하며 대답했다.


상처 났을 때보다 소독할 때

더 눈물 나는 이유와 같을까.







미운 소리를 들을 때보다

위로 한 마디 받았을 때

눈물 나는 이유와 같을까.


감정이 진정되고서 든 생각이다.


어느 날에 찾은

핀터레스트 글귀다.


곱씹을수록 느끼는 게

많은 글귀다.


나는 그분 덕분에

따스한 위로받았다.


그분은 알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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