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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jestyy 언제나 Feb 25. 2022

천천히 온 아이, 둘째

결혼 한 달만에 생겨 이듬해 낳은 첫째는 올해 초등학생이 된다. 언제 이렇게 컸을까, 더디게 흐르는 것만 같았던 육아의 시간들이 어느새 훌쩍 지나가 버렸다. 아이 하나, 외동딸을 두고 세 식구 알콩달콩 살아보자며 비교적 여유로워진 순간, 둘째가 생겼다.


마침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아이를 위해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프리랜서 일을 하고 있던 때였다. 다가올 신학기에 맞춰 하던 일을 마무리하고 짧게는 6개월 길게는 1년 정도 휴직의 계획에 따라 착착 일과 생활을 정리해 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정확히 40살이 되기 한 달 앞둔 시기였다. 


둘째는 알았나보다. 지금이 우리 가족이 될 마지막 찬스라는 것을. 우리 부부는 나름 피임도 했기에 무려 7년 터울로 둘째를 얻게 될 줄 몰랐다. 그래서 임신 사실에 기쁨보다 당황이 앞섰다. 자연히 계획을 짜고 실행하던 가까운 미래의 목표를 상당 부분 수정해야 했다.  


그리고 7년 만의 임신이지만, 두 번째 임신은 결코 처음과 같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전혀 다른 존재를 품고 있기에 이리도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실감 중이다. 그래도 첫 아이 때는 미지의 세계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지배적이었다면 둘째는 기대감이 더 크다. 육아에 대한 아는 힘듦은 어차피 이 또한 지나가리라 싶고, 모르는 존재에 대한 기대감이 있으니 그나마 마음은 안정적인 상태다. 


경제적 부담에 대한 걱정, 육아의 고충, 체력적 한계... 여러 가지 생각할 것이 많다. 그런데 지난 9년 동안의 결혼 생활을 지나고, 8살 아이의 엄마가 되기까지 내성이 길러진 모양이다. 

'어떻게든 되겠지' 

모든 것이 계획적대로 이루어져야 하고, 일이 일어나기도 전에 걱정부터 하기 바빴던 내가 이토록 여유롭게 크나큰 일을 받아들이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곤 한다. 첫째 때는 하지도 않던 입덧도 심하게 하고, 몸도 자주 아프고, 무엇보다 코로나 시대에 출산을 해야 한다는 걱정거리가 산재해 있지만 이상하리만치 그저 그런가보다 싶다. 


어느덧 5개월차에 접어들어  배가 불룩해 지기 시작했다. 어느 광고에서 보니 터울이 큰 아이를 천천히 온 아이라 칭하더라. 우리 둘째는 천천히 왔지만, 그만큼 마음의 여유와 안정을 가지고 왔다. 건강하게 만나길, 행복해지길, 그리고 서로 사랑하길. 우리 가족은 이제 4명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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