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지난 2년 동안 소풍을 못 간 우리 아이. 8살이 되어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어린이집 졸업을 했다. 어린이집 졸업식과 초등학교 입학식 사이에 열흘 가량의 시간 동안 소속이 없어진 아이는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 없고, 그저 집에서 노는 게 좋기만 하다.
하지만 덕분에 나는 점심 한 끼라도 어린이집에서 해결하고 오던 아이의 세 끼 식사와 간식을 챙기고, 짬을 내어 놀아주고, 공원에라도 나가 바깥바람 쐬어주고 하느라 더 바빠졌다. 그래도 아이랑 둘이 보내는 시간이 또 언제 돌아오겠나 싶은 생각에 특별히 먹고 싶은 건 없는지, 하고 싶은 건 없는지 물어봤다.
아이는 뜻밖의 말을 한다. 햄과 계란만 넣어서 김밥을 싸 달라고, 그리고 김밥은 도시락통에 넣어달라고 말이다. 펑소 김밥을 즐기지 않는 아이지만 요즘 빠져 있는 교육 영상에서 햄과 계란만 든 김밥이 나와 한 번 먹어보고 싶었던 걸로 추측이 됐다. 그런데 도시락통? 전후 맥락이 없는 요구지만 어려운 일은 아니니 일단 원하는대로 해 주고 김밥을 먹으며 물어봤다.
왜 하필 도시락통에 싸달라고 했냐고 묻는 나의 질문에 친구들이랑 소풍 가서 도시락을 먹고 싶어서라는 아이의 대답. 아...벌써 2년도 지난 옛날(만 6세의 인생에서 코로나 시기의 2년은 인지를 하기 시작한 후 거의 반이 넘는 시간이다.)일, 5살 때 어린이집에서 갔던 소풍이 생각났던 거다. 김밥을 싸고, 아이가 좋아하는 치킨너겟과 떡갈비를 넣어 도시락을 싸줬었다. 아이는 그 기억을 소환한 것이었다.
안쓰러운 마음이 커진다. 초등학생이 되지만 올해도 소풍을 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 감염병 상황에 따라 자유롭게 외출을 하긴 어렵겠지만 올해는 가족끼리라도 소풍을 한 번 다녀오면 어떨까 싶다. 김밥과 치킨너겟, 그리고 떡갈비를 도시락통에 싸서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