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일절이다. 일제의 폭압에 항거하며 1919년부터 몇 해간 지속된 비폭력 저항운동. 우리는 결국 독립을 맞이했다. 삼각산이 일어나 춤이라도 출만큼 바라마지 않던 독립이다. 수많은 독립운동가들의 피와 땀과 눈물이 결실이 된 날이었다. 그러나 빼앗겼던 들을 되찾은 이들은 과연 봄을 맞이했는가.
독립운동가의 후손이 유공자로 인정받기 위해서 스스로 증거를 확보해야 한다고 한다. 전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던 독립운동가의 후손들은 고국으로 돌아오지도 못하고, 훌륭한 부모의 활동을 인정받지도 못한다. 내 아버지에 대한 자부심만으로 살아가라는 것은 빼앗긴 들에 사는 것보다 어쩌면 더 가혹한 일일 것이다. 그들에게 언제까지 겨울이 계속되어야 할까.
독립운동가들은 가족은 커녕 자신조차 돌볼 여유가 없이 오직 조국의 독립을 위해 헌신했다. 그래서 독립운동가의 가족, 후손의 삶은 그들 자신 못지 않게 비참했다. 반면에 친일파들은 자자손손 편안하게 살아간다는 이야기를 심심치 않게 듣는다. 과연 누가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치라 할 수 있을까. 과연 누가 내 아이들의 살아갈 이 땅을 위해 조국을 지키자 말할 수 있을까.
일제 강점기는 지나간 역사다. 하지만 그 시절을 살던 사람들, 그 후손들은 현재의 이야기다. 적어도 바로 지금, 오늘의 이야기가 얼어붙은 채 써 내려지지 않도록 우리가 노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더 잘할 수 있는 일, 제대로 할 수 있는 일에 관심을 가져야 하겠다.
전보다 건국과 국가 수호와 관련된 역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을 체감한다. 하지만 오늘같이 특별한 날, 다시 한 번 아직도 얼마나 부족한지, 얼마나 해야할 일이 많은지 깨닫게 된다. 빼앗겼던 들에 이제는 수많은 건물과 공장이 들어서고, 인구가 늘어나고, 산업과 경제가 발전하고, 세계를 향하는 아름다운 문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런 봄바람을 일으키기 위해 무수한 피를 뿌린 그들의 후손에게도 따뜻한 봄기운이 가득하길 바란다.